• 책 속에서
“나는 오히려, 네가 어째서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는 건지 이상하구나.”
자신의 재능에 기대하는 바가 없는 걸까. 조금은 자신감이 있으니 그 길을 선택하려는 게 아닌가? 부정적인 말만 늘어놓아서 무슨 이득이 있는가? 이헤에의 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앞질러서 좋지 않은 말만 해 두면, 정말로 실패했을 때 큰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거냐?”
뜨끔했다. 도미지로에게 그런 생각은 없다.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정말 없나 자신의 가슴에 물어보니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26p.「고양이의 참배」中
동그란 달님――이 아니다.
고양이의 앞발이다. 커다란 고양이의 앞발. 손가락의 위치에 말랑한 발바닥 부분이 둥글게 늘어서 있었다.
밤하늘에 떠서 빛나고 있다.
“저 종소리가 나고 나서 딱 1각 동안, 묘시(猫時)가 된다.” 하양 할아범이 말했다. “그리고 묘시 동안에는 밤하늘에 저 표시가 떠오르지.”
87-88p.「고양이의 참배」中
바깥에서 보기에는 보름달처럼 빠지는 데가 없는 행복을 얻은 듯 보이는 사람도, 마음속 밑바닥에는 어떤 상처를 안고 있을지 알 수 없다. 가볍게 입 밖에 내지 않고, 얼굴에도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고,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웃고, 계절의 꽃과 달을 즐기고, 삶을 즐기는 듯 보이는 사람의 마음에도 어떤 상흔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사람은 누구나 상처투성이인지도 모른다.
159-160p.「고양이의 참배」中
사람의 몸――아니, 뼈일까. 흐릿한 아침 햇빛에 하얗게 떠올라 보인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도중에 비틀거리다 그대로 쓰러져 목숨이 다해 버린 듯 해골이 되어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둥그런 게 두개골――이겠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뿔이 돋아 있다. 이마 위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하는 부근에 보기 싫게 거꾸로 난 이빨 같은 외뿔. 엎어져 있는 어깨 부근의 뼈 모양도 사람의 뼈치고는 지나치게 튀어나와 있다. 초록색 잎 사이로 아주 약간 튀어나와 있는 한쪽 발끝도 모양이 사람과는 다르다. 손가락이 너무 길고 손톱이 고양이처럼 구부러져 있다.
577p.「백 자루 부엌칼」中
몹시 굶주려 있다――고 야마모모는 말했다.
“굶주림과 목마름을 채우고자 하지.” 미다이 님도 말을 보탰다.
“자신이 요괴로 변해서 잃어버린 것――다정함, 깨끗함, 정직함, 따뜻함,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 무언가를 나누는 기쁨, 힘들어도 옳은 일을 하는 용기.”
크기도 강함도 제각각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선善'의 빛.
685p.「백 자루 부엌칼」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