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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라인

-“보이지 않는 강철의 혈관, 그 위에 세계의 전쟁과 평화가 흐른다!”


  • ISBN-13
    979-11-7174-062-8 (03300)
  • 출판사 / 임프린트
    창해-다차원북스 / 도서출판 창해
  • 정가
    2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11-28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이채윤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 윤리적 이슈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사회, 윤리적 이슈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3 * 224 mm, 480 Page

책소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계를 좌우하는 힘, 파이프라인!

 

 그 강철관 위에서 펼쳐지는 전쟁과 평화의 서사를 만나다.

 

 《파이프라인》은 인류 문명의 ‘숨겨진 심장’을 해부한 책! 

파이프라인은 문명의 혈관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강철관이라고 부른다. 어떤 이들은 지구를 관통하는 뱀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정의는 이거다. 

인류가 더 많은 것을 소비하고, 더 빠르게 전달하고, 더 쉽게 지배하기 위해 만든 강철의 길. 그게 파이프라인이다. 

단순한 산업 인프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지하의 강철관을 따라 흐르는 문명사다.

한 줄의 파이프가 놓일 때마다 국경이 바뀌고, 한 개의 밸브가 잠길 때마다 도시가 정전된다.

-〈프롤로그〉 중에서

 

목차

 

프롤로그 : 왜 지금 파이프라인을 알아야 하는가?

 

PART 01. 파이프라인의 기초부터 완전정복 

001 파이프라인이란 무엇인가?

002 파이프라인은 어떻게 에너지를 운반하는가?

003 원유, 가스, 수소는 각각 어떤 파이프라인이 필요한가?

004 파이프라인의 직경과 압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005 육상과 해저 파이프라인은 어떻게 다를까?

006 파이프라인과 유조선, LNG선 수송의 차이는 무엇인가?

007 파이프라인은 왜 고장이 나고, 사고가 발생하나?

008 파이프라인은 어떻게 유지보수하는가?

009 파이프라인 누출 감지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나?

010 최신 파이프라인 기술과 혁신은 무엇인가?

 

PART 02. 파이프라인 건설의 세계 

011 파이프라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강관 제작 과정)

012 파이프라인은 어떻게 설치되나?(육상 시공)

013 해저 파이프라인은 어떻게 깔까?(S-lay vs J-lay 방식)

014 파이프라인 건설의 최대 난관은 무엇인가?

015 파이프라인 시공의 환경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016 파이프라인 건설비용은 얼마나 들까?

017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수익은 어떻게 계산하는가?

018 어떤 회사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나?

019 Allseas, Saipem 등 글로벌 강자의 비밀은? 

020 파이프라인 시공 실패 사례와 그 교훈은?

 

PART 03. 파이프라인의 역사와 사건들 

021 파이프라인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022 카이저호프호텔에서 시작된 서독-소련 협상은 무엇이었나?

023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의 탄생과 냉전은 무슨 관계였나?

024 야말 프로젝트는 왜 미국을 화나게 했는가?

025 사우스스트림은 왜 무산됐나?

026 노르드스트림 1·2, 파이프라인의 전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027 노르드스트림은 누가 파괴했는가?

028 오일쇼크는 파이프라인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029 이란-이라크 전쟁과 파이프라인 전쟁

030 미국의 파이프라인 외교는 어떻게 변화해왔나?

 

PART 04. 주요 국가별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031 러시아 : 파워 오브 시베리아와 유럽 통제 전략 

032 미국 : 키스톤 파이프라인과 내수 경제의 혈관

033 중국 : 중앙아시아-중국 가스 파이프라인 전략

034 이스라엘 : EAPC와 EastMed, 에너지 허브의 야망

035 사우디와 UAE : 송유관으로 중동을 지배

036 투르크메니스탄 :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037 아제르바이잔 : BTC와 TANAP 프로젝트

038 튀르키예 : 튀르크스트림과 에너지 관문 전략

039 유럽 : 남부 가스 회랑과 러시아 의존 탈피 전략

040 한국 : 러시아 파이프라인은 가능성

 

PART 05. 파이프라인과 전쟁, 외교, 안보 

041 파이프라인은 왜 전쟁을 부르는가?

042 에너지 무기화의 진짜 사례들

043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학

044 러시아는 왜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에 통행료를 줬을까?

045 사우디-이란 경쟁과 수송 경로 전쟁

046 이스라엘과 이란의 EAPC 파이프라인 전쟁사

047 파이프라인 사이버 해킹 사례와 교훈

048 콜로니얼 해킹 사건이 보여준 에너지 안보 위기

049 NATO와 파이프라인 보호 전략은 어떻게 되어 있나?

050 미국, 러시아, 중국의 에너지 외교 《삼국지》

 

PART 06. 파이프라인의 경제와 비즈니스 

051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방식은?

052 가스와 석유의 거래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053 장기계약과 현물시장의 경제학

054 파이프라인 수송료와 경제적 효과

055 파이프라인과 LNG선, 어느 쪽이 더 경제적인가?

056 파이프라인과 전력망, 어느 쪽이 더 안정적인가?┃302 

57 파이프라인 수익과 국가 재정의 관계

058 OPEC과 파이프라인 정책의 연결고리

059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투자 리스크는 무엇인가?

060 ESG와 파이프라인 : 지속가능한가?

 

PART 07. 파이프라인과 기술의 미래 

061 수소 파이프라인은 왜 난이도가 높은가?

062 암모니아·이산화탄소 파이프라인이 뜨는 이유는?

063 탄소 포집·저장(CCS)과 파이프라인의 역할

064 디지털 트윈과 AI가 파이프라인을 바꾸고 있다

065 사이버 보안이 파이프라인의 생존을 좌우한다

066 드론과 로봇이 파이프라인을 감시한다

067 극지방, 심해 파이프라인은 어떻게 건설하는가?

068 북극 파이프라인이 가져올 변화

069 파이프라인 해양보호와 친환경 기술은? 

070 파이프라인 기술의 한계와 극복 과제

 

PART 08. 파이프라인이 바꾼 세계사 

071 20세기 에너지 패권과 파이프라인의 등장

072 냉전과 가스 파이프라인이 만든 평화와 위기

073 오일쇼크와 파이프라인이 만든 신질서

074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키스톤 프로젝트

075 EU의 에너지 위기와 파이프라인 대란

076 사우디, 이란, 이라크의 파이프라인 경쟁사

077 러시아의 노르드스트림으로 본 에너지 전쟁

078 중국의 일대일로와 파이프라인 외교

079 이스라엘의 천연가스와 중동 평화 가능성

080 아프리카와 파이프라인, 마지막 에너지 프론티어

 

PART 09. 논쟁과 딜레마, 그리고 선택 

081 파이프라인이 에너지 독립을 보장할까?

082 파이프라인이 가져오는 지정학적 의존성은?

083 LNG vs 파이프라인 : 어느 쪽이 더 안전한가? 

084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개발도상국을 구할까? 

85 파이프라인 건설이 환경을 파괴하는가?

086 테러와 사이버 위협에서 안전한가?

087 파이프라인과 인권 : 토지 수용과 주민 보상 문제 

088 기술 혁신이 파이프라인의 딜레마를 해결할까?

089 수소 · 탄소중립 시대에 파이프라인은 살아남을까?

090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국제법과 해양법의 충돌

 

PART 10. 파이프라인의 미래 지도 

091 파이프라인이 만들어가는 에너지 허브 도시

092 중동과 유라시아 파이프라인의 재편

093 동지중해 가스전과 유럽 에너지 전쟁

094 북극항로와 러시아의 에너지 야망

095 미국과 유럽의 LNG 패권 vs 파이프라인 경제학

096 중국의 에너지 확보와 파이프라인 전략

097 일본과 한국의 파이프라인 가능성은?

098 인도와 남아시아 에너지 파이프라인 계획

099 그린수소와 글로벌 파이프라인의 미래

100 파이프라인이 사라진 세상은 가능할까?

 

에필로그 : 파이프라인은 도로다, 아니 혈관이다 

 

본문인용

 

파이프라인의 가장 큰 강점은 중단 없는 실시간 공급이다. 밸브만 열면 24시간 연속해서 에너지를 수송할 수 있으며,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가스가 도달하는데 단 3일이 걸릴 정도로 빠르다. 또 단 위당 수송 비용이 낮아, 설치 초기 비용은 높아도 장기적으론 매우 경제적이다. 수명이 30년에서 길게는 50년까지 되며, 단위당 수송비는 1~3센트 수준으로 책정된다. 더불어 밸브를 조작하는 주체는 에너지 무기화를 실현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게 된다. 반면 파이프 라인은 건설비가 수백만 달러 단위로 매우 높고, 노선 협상부터 건설까지 정치적 갈등이 수반되며, 테러나 전쟁에 쉽게 노출되는 취약점도 지닌다. 경로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요처가 변하면 대응이 어렵고, 노선 변경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

파이프라인은 이제 철관이 아니라 지능화된 전략 시스템이다. 

이제 파이프라인은 단지 에너지를 흘려보내는 도관이 아니라, 데이터가 흐르고, 인공지능이 감시하며, 로봇이 수리하는 유기적이고 정밀한 시스템이다. 강철로 시작했지만, 복합소재와 광섬유, AI, 블록체인, 드론, 자율 로봇으로 무장한 이 인프라는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국가의 전략, 기후 변화 대응, 그리고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되었다. 

*

파이프라인은 지하에 묻히지만, 그 위치는 충분히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파괴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고작 몇 킬로그램의 폭약이나 총 한 자루면 충분하다. 이처럼 방어가 어려운 구조는 테러리스트나 반군, 심지어 국가 간 분쟁에서도 언제든지 전략적 타깃이 된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매년 수십 차례 송유관이 폭파되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IS가 점령지를 철수하며 남은 파이프라인을 모두 파괴한 뒤 밀수에 활용했다. 발트해에 위치한 해저 파이프라인인 노르드스트림조차 폭파되었고, 흑해에 설치되던 튀르크스트림 파이프라인은 우크라이나가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

파이프라인은 설치로 끝나지 않는다. 유지보수, 감시 시스템 운영, 정기 점검, 보안 비용 등으로 인해 매년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1~2%가 운영비로 투입된다. 예를 들어 총 건설비가 100억 달러인 프로젝트라면 매년 1억에서 2억 달러의 유지비가 소요된다. 분쟁 지역에서는 PMC가 상시 투입되어 나이지리아 기준으로는 전체 운영비의 20%가 보안 비용으로 사용된다. 심해 파이프라인의 경우 해군의 보호가 요구되어 군사적 비용이 추가된다. 돈이 어떻게 움직이냐가 더 흥미롭다. 

*

노르드스트림은 단지 경제적 연결망이 아니라 정치적 지렛대이기도 했다. 러시아는 독일과의 에너지 의존도를 통해 유럽 내부의 결속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노렸고, 독일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유럽 내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40%를 넘어서면서, 러시아가 밸브를 조절하는 순간 독일 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특히 독일의 탈원전 정책과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러시아 가스는 사실상 기반 에너지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는 유럽 내부에서 ‘너무 많은 걸 맡겼다’는 자성으로 이어졌다. 

*

오일쇼크의 첫 번째 큰 변화는 송유관의 가치가 단숨에 폭발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중해 연안을 연결하는 트랜스아라비안 파이프라인 (TAPLINE)은 한때 단순한 지역 인프라였지만, 오일쇼크 이후 서방의 생명줄로 여겨졌다. 걸프에서 출발한 원유를 수에즈 운하를 거치지 않고 직통으로 수송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쟁이나 봉쇄로 바다가 막히더라도 파이프라인만 있으면 유럽 공장은 돌아갈 수 있었다. TAPLINE은 전후 가장 뜨거운 외교 협상 카드가 되었고, 산유국은 이 관을 통해 서방을 쥐락펴락했다.

*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 파이프라인 외교에 마지막으로 강렬한 변화를 가져왔다.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던 유럽이 갑자기 대체 공급원을 찾아야 했을 때, 미국은 즉각 LNG 수출을 늘리며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노르드스트림 파괴 이후, 유럽 항구에 도착하는 미국산 LNG는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라 미국의 외교적 무기였다. 파이프라인이 아닌 액화 천연가스를 배로 보내는 방식이었지만, 본질은 같았다. 에너지를 쥔 자가 외교를 지배한다는 원칙은 여전히 유효했다. 미국은 파이프라인 외교에서 LNG 외교로 자연스럽게 진화했고, 이는 또 다른 패권 전략의 형태였다. 

*

중앙아시아 -중국 가스 파이프라인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맞물려 돌아갔다. 도로와 철도가 실크로드의 상징이라면, 파이프라인은 그 실질적 동맥이었다. 중국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차관을 제공하고, 인프라를 건설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단순한 가스 거래를 넘어, 이 강철관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중국 경제권에 편입시키는 보이지 않는 사슬이 되었다. 그 대가로 이들 국가는 안정적 수출 시장을 얻었지만, 동시에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위험을 떠안았다. 

*

1990년대 걸프전은 파이프라인이 단순한 수송로가 아니라 생존의 무기임을 보여주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사우디 국경을 위협했을 때, 유조선 수송은 즉각 불안정해졌다. 그러나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석유를 실어나를 수 있었고, 국제 시장은 완전히 붕괴되는 것을 피했다. 미국과 연합군이 사우디를 중심으로 반격할 수 있었던 것도 안정적 석유 수송 덕분이었다. 파이프라인은 단순한 강철관이 아니라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전략적 자산이었다. 

*

한국은 지리적으로 섬이 아니다. 그러나 에너지 문제에서만큼은 섬처럼 살아왔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가스 한 덩어리 생산하지 못하는 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유지한다는 건 기적인 동시에 위험한 모험이었다. 한국의 발전소와 공장은 언제나 바다 위 LNG선과 원유선에 의존했다. 중동에서 카타르, 호주에서 러시아 사할린까지 바다를 가로질러 들어오는 에너지가 끊기면 한국 경제의 심장은 즉시 멎는다. 그래서 한국이 늘 꿈꿔온 것은 하나였다. 땅을 통해 들어오는 파이프라인, 안정적이고 값싼 육상 혈관이었다. 

*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다. 아랍 산유국은 오일쇼크로 서방을 굴복시켰고, 러시아는 가스 밸브로 유럽을 압박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따랐다. 서방은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효율과 대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는 결국 유럽이 러시아를 버리고 다른 공급처를 찾게 만들었다. 무기로 쓰인 에너지는 신뢰도 새로운 시장도 잃게 된다. 

*

중동에서도 파이프라인 해킹은 현실이었다. 2010년대 이후 이란은 사이버 공격의 주역이자 피해자로 떠올랐다. 이란은 자국 송유관 관리 시스템이 공격받아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사건을 경험했다. 주유소에서 결제가 멈추고 공급 체계가 혼란에 빠지자, 정부는 “외부 세력의 해킹”이라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의심했다. 동시에 이란 역시 사우디 아람코의 시설을 향한 사이버 공격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물리적 드론 폭격과 함께 해킹이 병행되면서, 사우디의 송유관과 정유시설은 두 번 무릎 꿇어야 했다. 중동의 그림자는 이제 탱크뿐 아니라 코드로도 드리워졌다. 

*

파이프라인은 석유와 가스를 흘려보내는 단순한 강철관 같지만, 사실은 돈을 흘려보내는 경제적 혈관이다.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 이어지는 관이 길어질수록, 거기에 붙는 수송료는 단순한 비용을 넘어 국가 재정과 기업 수익, 국제 외교의 지렛대가 된다. 파이프라인 수송료는 유조선 운임이나 LNG 선박 요금과 다르게 일정한 계약 구조 속에서 정해지고, 이 작은 숫자의 차이가 수십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만들어낸다. 

*

최근 들어 환경 규제는 파이프라인 투자 리스크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미국과 캐나다의 키스톤 XL 파이프라인은 기후변화 논쟁의 상징이 되어, 투자자들이 정치적·사회적 압력 속에서 돈을 묶어둔 채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독일과 EU 역시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새로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승인하기를 꺼리고 있다. 단순히 경제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반발은 파이프라인 투자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한다. 주민 보상 문제, 토지 수용 갈등도 프로젝트 지연과 비용 상승을 불러오는 주요 원인이다.

*

 석유와 가스가 20세기 에너지 패권을 지배했다면, 21세기의 무대에는 전혀 다른 자원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다. 암모니아는 수소 에너지의 저장 · 운송 대안으로, 이산화탄소는 배출을 줄이고 저장하기 위한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산업의 핵심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이 두 자원은 단순한 화학물질이 아니라 탈탄소 시대의 생존 전략을 좌우하는 자원으로 격상되었다. 따라서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흘려보낼 새로운 파이프라인은 각국의 미래 계획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이 되었다. 

*

북극 파이프라인은 유럽과 아시아에도 파급 효과를 미친다. 유럽은 러시아 가스 의존을 줄이려 했지만, 북극 자원 개발이 본격화되면 오히려 새로운 의존의 고리가 생길 수 있다. 아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과 일본, 한국은 LNG 수입국으로서 북극 자원을 매력적으로 본다. 실제로 중국은 북극항로를 활용해 러시아산 LNG를 수입하기 시작했고, 북극 파이프라인과 연결된 새로운 에너지 루트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다 변화하려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 

*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은 또 다르다. 일본과 한국은 파이프라인이 없는 구조라 LNG에 의존하며, 에너지 독립의 논리보다는 다변화 전략에 집중해왔다. 반면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파워 오브 시베리아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 에너지 루트를 확보했다. 이는 해상 봉쇄 위험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동시에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라는 새로운 종속 고리를 만든 셈이었다. 아시아의 사례는 파이프라인이 독립을 주기보다는 단순히 의존의 방향을 바꾸는 역할에 불과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

세계 곳곳에서 파이프라인이 국가의 혈관처럼 얽히며 지정학의 지도를 다시 쓰는 동안, 일본과 한국은 늘 그 바깥에 서 있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중동의 자원이 강철관을 타고 유럽과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지만, 두 나라는 LNG 운반선에 의존하며 항구와 터미널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수급을 유지했다. 섬나라 일본과 지정학적 분단에 묶인 한국은 파이프라인의 가능성을 머릿속에서만 그려왔기에 현실은 늘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뒤, 그리고 탄소중립 시대로의 전환 속에서 파이프라인의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평

 

■ 《파이프라인》은 인류 문명의 ‘숨겨진 심장’을 해부한 책!

 

눈에 보이지 않는 강철관 속을 따라 세계의 돈, 권력, 전쟁, 그리고 평화가 흐른다. 석유와 가스, 수소와 이산화탄소까지 — 인류는 이 강철의 혈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이번에 펴낸 이채윤 작가의《파이프라인》은 그 거대한 혈관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파괴되며, 또 어떻게 새로운 에너지 시대의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100개의 장대한 질문과 스토리로 풀어낸다. 

저자 이채윤은 이 책을 통해 “파이프라인은 단순한 관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조종하는 신경망”임을 증명한다. 노르드스트림의 폭발, 사우디와 이란의 송유관 전쟁, 미국의 키스톤 프로젝트, 중국의 중앙아시아 파이프라인, 튀르키예(터키)의 에너지 허브 야망까지 — 파이프라인은 국가와 국가의 혈관이자, 충돌과 협상의 경계선이다.

 

책은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다. 

저자는 전쟁터와 심해, 사막과 북극을 넘나들며 파이프라인이 놓이는 현장을 문학적 감각으로 복원한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보는 세계사는 곧 제국의 흥망사이며, 파이프라인의 밸브를 잡은 자가 세계를 움직인다.

 

에너지 전쟁, 기술의 진보, 그리고 인류의 탐욕이 한 관 속에서 만난다. 《파이프라인》은 경제서의 논리, 정치서의 통찰, 역사서의 깊이를 모두 품고 있다. 특히 ‘노르드스트림은 누가 파괴했는가?’ 장에서는 심해 80미터 아래에서 벌어진 현대판 트로이 전쟁을 스릴러처럼 재현하고, ‘수소·탄소중립 시대에도 파이프라인은 살아남을까?’에서는 강철관이 미래의 친환경 혈관으로 진화하는 장면을 그린다.

 

이 책은 세계의 지도와 뉴스를 다르게 읽게 만든다. ‘파이프라인이 새로 생긴 곳이 곧 새로운 세계의 중심이 된다’는 저자의 문장은 이 시대 국제정치의 본질을 꿰뚫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움직이는 힘, 그것이 바로 파이프라인이다.

 

《파이프라인》은 에너지, 전쟁, 기술, 권력을 한데 엮은 유례없는 대작이다.

단순한 산업 인프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지하의 강철관을 따라 흐르는 문명사다.

한 줄의 파이프가 놓일 때마다 국경이 바뀌고, 한 개의 밸브가 잠길 때마다 도시가 정전된다.

저자 이채윤은 문학과 역사, 경제와 정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필력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기록한다. 드루즈바, 야말, 노르드스트림, 키스톤, 파워 오브 시베리아 — 익숙한 이름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그 관 속에는 가스와 기름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권력의 긴장이 흘러간다.

책의 매력은 그 방대한 정보를 흡입력 있는 서사로 엮었다는 데 있다. 각 장은 한 편의 영화처럼 긴박하게 전개된다. 심해의 폭발, 사막의 송유관 전쟁, 극지의 기술 도전, 사이버 해킹으로 마비된 에너지망까지, 파이프라인은 단 한순간도 조용하지 않다.

《파이프라인》은 동시에 묻는다.

“파이프라인이 멈추면,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돌리는 가스 밸브, 켜는 스위치, 주유소의 연료 한 방울 — 그 모든 것은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온 강철의 숨결이다.

기술의 시대이지만, 여전히 자연과 인간, 자본과 권력이 맞부딪히는 곳은 땅속이다. 파이프라인 건설은 기술의 싸움이 아니라 자연과의 전면전이며, 그것을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

《파이프라인》은 오늘의 뉴스와 내일의 세계지도를 읽는 데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전쟁은 더 이상 총과 미사일로만 벌어지지 않는다.

이제 전쟁은 밸브 하나로 시작되고, 밸브 하나로 끝난다.

 

신간《파이프라인》은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소출판사 도약부문 제작지원’ 사업의 선정작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저자 : 이채윤
이채윤(李彩潤)


이 책의 지은이 이채윤 작가는 시, 소설, 역사, 신화, 종교, 경제,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전방위 작가다.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詩)가 <문학과 창작>에 소설(小說)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시민문학사의 주간과 인터넷서점 BOOK365의 CEO를 역임했다. 2017년에 한국시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주요 저서로는 《삼성 쇼크》 《인생 총량의 법칙 100문 100답》 《트럼프 2.0 시대와 스트롱맨들》 《삼성처럼 경영하라》 《이재명의 서재》 《노무현의 서재》 《안철수의 서재》 《K-방산 스토리》 《고양이도 이해하는 니체》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 《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부자의 서(書)》 《다시 읽는 록펠러》 등이 있다. 장편소설로는 《대조선》 《주몽》 《대조영》 《기황후》 등이 있다.

* 저자 연락처 : book36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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