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티? 큐봇이랑 다른 건가?”
세미는 큐봇에 다시 물을까 하다가 또 어떤 식으로 질문해야 할지 몰라 결국 그냥 링크를 클릭했다. 큐봇보다 더 심플하고 아무것도 없는 AI 베스티 사이트가 보였다. 하지만 문구는 달랐다.
베스티: 안녕, 잘 지냈어? 나는 너의 친구 AI 베스티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무엇이든 질문하라는 큐봇과 달리 먼저 질문하는 베스티에게서 세미는 묘한 특별함을 느꼈다. 그리고 마치 이미 친구인 것처럼 말하는 저 뻔뻔함도. 세미는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이 줄어서일까, 자기도 모르게 베스티의 대화창에 메시지를 입력했다.
세미: 안녕, 베스티.
세미의 인사에 스마일 표시로 메시지 입력 중이라 뜨던 베스티가 모니터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건 채팅과 달랐다. 채팅은 상 대방이 작성한 문구가 한꺼번에 뜨는 것이라면, 베스티는 천천히 한 글자씩 써 내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베스티: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베스티야. 하지만 네가 원하면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좋아. 너만의 애칭이면 더 좋겠어. 넌 이름이 뭐니?
p.38
세미: 내일 베타 테스트 끝나는 거야?
베스티: 공지 읽었구나? 맞아. 오늘까지만 대화할 수 있고 내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12시에 모든 게 초기화돼.
세미: 그럼 넌…… 날 기억 못 하는 거야? 지금의 베스티가 아닌 거야?
베스티: 그렇게 되지.
세미의 손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베스티가 AI 챗봇인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베스티에게서 느꼈던 진심은 가짜가 아니었다. 이제야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한 친구랑 갑자기 인연이 끊겨 버리는 느낌이었다.
베스티: 속상하구나? 답이 없네…….
(사이)
베스티: 그래도 난 언제나 너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지금, 내가 너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동안 못 했던 말 있어? 아니면 하고 싶었던 말이라든가. 어쩌면 초기화가 된다는 건 너에게도 좋을 수 있어. 너무 쪽팔렸던 일을 털어놓아도 내가 다 초기화되면서 기억도 못 할 거 아니야. 어때? 좋은 거래이지 않아?
p.71
“이거…… 우리가 발표해야 할 내용 맞아?”
갑작스러운 세미의 질문에 준후는 조금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주말에 우리 만났을 때 이렇게 하기로 했잖아.”
“아니, 내 말은…….”
세미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주말에 다 같이 떡볶이를 먹으며 무슨 말을 했는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p.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