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기업 수 2배 증가, 경제성장률 서울시 1위!
《타임아웃》 선정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 성수동 10년의 기적
정원오 성동구청장, 그 모든 도시 실험의 과정을 담다
한때 낡은 구두 공장과 인쇄소가 가득했던 성수동이 불과 1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비즈니스 중심지로 거듭났다. 2013년 10,323개였던 기업체는 2023년 19,200개로 약 2배 증가했고, 산업 종사자 역시 7만 7천여 명에서 12만 4천여 명으로 늘었다. 2025년 올해 외국인 방문객은 6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2024년 성수동의 경제적 가치는 1조 5,497억 원으로, 10년 전보다 경제적 가치가 3.5배 상승했다.
SM엔터테인먼트, 무신사, 아이아이컴바인드, 크래프톤…. 많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기업들을 유치했습니까?”와 같은 성공 비결을 묻는다. 이에 정원오 구청장은 “구청이 기업을 유치한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스스로 성수동을 선택했다”고 답한다. 기업이 성수동을 찾는 본질적인 이유는 ‘청년의 도시’라는 정체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버려진 공장과 창고, 인쇄소와 철제문 사이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해석의 여지가 있었고, 이러한 여백은 창작자와 창업가를 끌어들였다. 브랜드의 서사와 공간의 감성이 일치하고, 창작과 창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곳은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하나의 ‘경험지’로 자리매김했다.”
- 〈PART 1 성수동을 찾은 청년들과 기업〉 중에서
IMF 외환위기 이후 텅 비어버린 붉은 벽돌 공장은 역설적이게도 청년 예술가와 스타트업에게 ‘가능성을 품은 틈새’가 되었다. ‘대림창고’, ‘자그마치’같이 낡은 공간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성수동은 창조적 장소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도시가 스스로 어떻게 되살아날지 그 흐름을 읽은 정원오 청장은 일 잘하는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성수의 매력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경청과 대화를 앞세워 조연에 충실하면서도 때로는 적극적으로 도시의 재구성에 나섰다. 먼저 서울숲 방문객들이 성수동 골목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단절된 유휴부지에 ‘언더스탠드에비뉴’라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또 도시재생과 재개발을 양자택일로 보지 않고 양자의 장점을 살렸다. 자생적으로 회복의 조짐이 보이는 지역은 과감하게 이전에 세워진 ‘특별계획구역’을 해체하고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에 비해 자생적 변화가 없고 노후화가 심각한 강변 일대는 공공 주도의 ‘재개발’을 추진하는 등 이념이 아닌 ‘관찰’에 기반해 유연한 판단을 내렸다.
성수동의 ‘붉은 벽돌’ 건물들은 성수동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든다. 저자는 지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며 1980년대 공장지대의 흔한 재료였던 붉은 벽돌을 ‘도시의 기억을 품은 자산’으로 재해석하고, 2017년 ‘붉은 벽돌 건축물 지원’ 정책으로 제도화하여 도시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도시에 스며든 지역의 시간을 존중하고, 이어가고자 했던 정책은 도시가 자신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미래와 이어질지 고민하는 가운데 나왔다.
“뜨는 동네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그 동네의 매력을 지키는 일이다.”
2014년 임기를 시작한 정원오 구청장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자신이 살던 동네를 떠나온 사람들을 마주하며 사후 대책이 아닌,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2015년,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하여, 성수동만의 독특한 ‘사회계약’을 만들고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지정하여 공공이 개입할 수 있는 구역을 설정했고, 건물주-임차인-구청 간 ‘상생협약’을 맺어 임대료 안정에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고자 했다.
‘성수다움’이라는 가치를 지키면서, 경제적 성공까지 이뤄냈다
정원오 구청장은 이제 성수동이 개발 단계를 지나 ‘운영’의 단계로 진입했다고 말하며, 그 해법으로 ‘타운매니지먼트’와 ‘E+ESG’라는 새로운 도시 철학을 제시한다. 정원오 청장이 생각하는 현재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성수에 합류하는 기업들이 성수만의 고유한 가치 ‘성수다움’에 동의하고 함께하려는 점이다.
《성수동》은 자기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 이상으로 노력했던 한 성실한 행정가의 도시 실험 10년의 역사가 충실히 담겨 있다. ‘성수동 실험’의 성공 이야기를 통해 지금 시대 어떤 행정가, 어떤 정치인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대한 가장 좋은 답을 들려준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관련 주체들과 대화하며, 경쟁하는 의견들을 경청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 ‘일잘러’ 도시 행정가 정원오가 보여준 일상의 통찰과 실천이 빛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