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 때 의과대학에서 듣는 전공필수과목과 선택과목들은 의대생이 본과에서 본격적인 의학 공부를 하기 전, 이를 준비하기 위해 체계적인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의학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화학, 생물학, 통계학, 물리학을 의학의 관점에서 배운다. 생물학에서는 다양한 질병과 이에 관련된 생물학을 배우고, 통계학에서는 의학 연구에서 활용되는 통계학을 위주로 공부한다. 영어 수업에서는 의학 용어와 외국인 환자를 진료할 때 필요한 영어 표현을 배운다. 의사로서 의술을 펼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환자를 대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진료해야 하는지 등 인문학적 요소가 포함된 과목도 수강한다. -29쪽
English for Medicine 수업 초반에는 각종 의학 용어를 배우지만, 환자들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일상용어를 위주로 배우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제일 먼저 배우는 용어는 pediatrician(소아과 의사), dermatologist(피부과 의사), orthopedic surgeon(정형외과 의사), psychiatrist(정신과 의사) 등과 같이 각 과의 의사를 일컫는 용어다. 다른 과와 어떻게 협진을 하는지 환자에게 설명하거나, 일차진료를 받은 환자를 세부 전공의 의사에게 전달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36쪽
의대생은 통계학입문과 의학통계학 수업에서 확률과 통계의 기본 내용은 물론이고, 의학 연구의 색깔이 더 짙은 생존분석도 간략하게나마 배운다. 의학 연구는 일정 기간 동안 환자들을 추적하면서 관심 사건(특정한 중요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는지를 확인한다. 항암제 연구에서는 사망이 관심 사건일 수 있고, 심장질환에 관한 연구에서는 심근경색 발생이 관심 사건일 수 있다. 그 사건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확률, 즉 특정 시점까지 잘 지내고 있을 확률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생존함수다. 이 생존함수를 계산하기 위해 카플란–마이어 추정이라는 통계 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각 시점마다 몇 명이 남아 있는지 보여주는 생존곡선을 그리는 데 쓰인다. -48쪽
생화학, 조직학과 생리학에서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을 분자와 세포 수준에서 배웠다면, 그다음에는 눈으로 직접 인체를 관찰하며 공부하는 해부학을 배운다. 해부학은 생명체를 해체하여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마주하는 상징적인 과목이다.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본과 1학년 2분기부터 배운다. 해부학 실습은 6~7명이 한 조가 되고, 하나의 카데바cadaver(시신)를 배정받아 약 1년 동안 해부를 진행한다. 우리 몸은 기능적으로 나뉜 여러 계통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해부학 수업은 이 계통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해부학은 단순히 인체의 구조를 외우는 과목이 아니라, 앞서 배운 조직학과 생리학의 내용을 연결해 인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다. -81쪽
임상신경과학은 우리 몸의 신경계를 총괄해서 배우는 과목이다. 본과 1학년 때 배운 기초과목 가운데 기초신경과학과 이어진다. 1학년 때에는 신경계의 정상 구조에 초점을 맞추어 배웠다면, 임상신경과학에서는 신경계질환에 관한 이해와 진단, 치료 전략을 위주로 배운다. 다시 말해 해부학적, 생리학적 내용을 토대로신경계질환을 어떻게 임상적으로 접근하고 이미지를 분석하는지, 병리학적 이해와 검사 기법 등을 활용하여 어떻게 실제 환자의 진단과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지 배운다. 이를 통해 신경계질환의 기전과 임상 양상부터 진단 도구 활용법, 치료적 접근, 재활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임상 역량을 쌓게 된다. -121~122쪽
진찰 및 면담 술기를 실제로 적용해보는 과정이 표준화 환자 실습이다. 표준화 환자는 실제 환자는 아니지만, 실제 환자처럼 연기하도록 교육받은 배우다. 실습은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되며, 각 실습실에는 다양한 증례의 표준화 환자들이 배치되어 있다. 학생은 방 앞에서 환자의 이름, 나이, 간단한 상황 설명만 확인한 뒤, 방에 들어가 제한된 12분 동안 병력 청취, 신체 진찰, 환자 교육까지 진료의 전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진료가 끝나고 표준화 환자가 진료 내용을 평가한 다음, 다시 방에 들어가 표준화 환자나 방 밖에서 평가하는 교수님 혹은 전공의 선생님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152쪽
회진이란 의사가 입원한 환자의 병실을 돌아다니며 진찰하는 활동이다. 회진 시간은 교수님마다 다르지만, 대개 오전 7시나 7시 반처럼 이른 시간에 한다. 실습생의 하루가 시작되는 일정이다. 회진을 하기 전에 BSPBed Side Presentation를 한다. 회진 교수님이 지도하는 전공의 선생님이 그날 회진을 돌 환자들을 미리 면담하고 파악한 뒤, 향후 치료 계획을 수립하여 교수님에게 말하는 시간이다. 예전에는 이 과정을 환자 침대 옆에서 한다고 해 BSP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즘은 컴퓨터로 환자의 검사 결과나 경과 기록 등을 모두 볼 수 있어 주로 병동의 스테이션station에서 한다. 환자가 많을 때는 BSP 시간만 30~40분을 넘어갈 때도 있다. -166~167쪽
무균 상태로 가운을 입고, 장갑을 끼는 데까지 성공했다면 수술에 참여할 시간이다. 수술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기보다 대부분 인간 지지대나 인간 전달체 역할을 한다. 집도의가 수술을 잘 하려면 시야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환자의 피부, 장기, 혈관을 당기고 밀어야 한다. 적절한 힘과 방향으로 당기고 밀어야 하므로 전공의, 인턴 선생님이나 실습생이 한다. 시야 확보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몇 시간이나 가만히 서 있어야 하고, 최대한 집도의가 편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몸을 비비 꼬며 이상한 자세로 몇십 분이나 강하게 수술 도구를 당기고 있어야 할 때도 많다. 더욱이 적절한 방향과 세기로 당길 수 있는 기술도 있어야 한다. 아마 실습생들이 가장 지적을 많이 받는 부분일 것이다. -173쪽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각종 연구멘토링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의대생이 자신만의 연구를 계획하고 진행하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경험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예과 전공선택과목인 ‘초심자를 위한 연구멘토링’과 본과 필수과목인 ‘연구멘토링’에서는 교수님의 지도 아래 연구 주제를 정하고 문헌 조사를 해서 발표한다. 그리고 연구계획서의 형태로 연구 배경, 가설, 연구 방법 등을 정리한다. 본과 선택과목인 ‘심화연구멘토링’에서는 연구멘토링 과정 당시 작성한 연구계획서를 바탕으로 연구를 하고 결과 보고서를 완성한다. 자신의 연구 결과로 논문을 작성하거나,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심화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1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