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김경구 시인은 늘 맑고 유쾌합니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디서 그와 같은 마법의 힘이 솟아나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 나무에 그 열매’라는 말처럼 김경구의 동시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습니다. 통통 튀는 발상과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어린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이는 시인이 그만큼 어린이들의 마음과 심리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소인이 놀러와
중심잡고 잘 앉으면
동그란 의자
잘못해
뒤집어 앉으면
뾰
족
윽!
똥침
- 「압정」 전문
이 동시는 김경구 시인의 진면목을 잘 보여줍니다. 시인은 둥글고 뾰족한 ‘압정’의 생김새를 활용해 시상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먼저 압정의 둥근 머리와 동그란 의자와 유사성에 착안해 “소인”을 등장시킵니다. 그 작은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존재는 소인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시인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상상력을 한 단계 더 멀리 밀고 나갑니다. 압정을 “잘못해/뒤집어 앉으면” 곧 “똥침”이 된다는 발상이 그것입니다.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독자들은 또 다른 재미와 해학을 느끼게 됩니다. 압정의 생김새에 맞게 “뾰/족”과 같이 한 글자씩 떼어내 시행을 배치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후~후~
잘 불면
풍선보다 더 커질 것 같아
후~후~
잘 불다
퍽! 터지면
얼굴에
달콤한 부침개 한 장
- 「풍선껌」 전문
이 동시는 풍선껌을 부는 행위를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1연 1행과 2연 1행에 음성상징어 “후~후~”를 반복 사용하여 풍선 부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연에서는 “얼굴에/달콤한 부침개 한 장”에서처럼 터진 풍선껌을 “부침개”에 비유하고 있는데, 그 장면이 눈앞에 선하게 펼쳐집니다. 총 8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형식의 작품으로, 독자들이 한번은 경험해 보았을 만한 일을 재미있게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 시인의 말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도 동글동글했으면 좋겠습니다. 뾰족하면 서로를 콕 찌르고 아프게 할 테니까요.
거울 앞에서 ‘동’ 하고 발음해 보세요. 입 모양이 동그랗지요? 이번에는 ‘뾰’ 하고 발음해 보세요. 입술이 뾰족하게 앞으로 튀어나옵니다.
동시집을 다 읽고 나면 여러분 마음속에도 동글동글한 동그라미들이 마구마구 피어날 거예요.
그래서 뾰족하거나 까칠했던 부분들이 사르르 사라질 겁니다.
동그란 달이 박하사탕처럼 보여
입안에 침이 살짝 고이는 밤….
김경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