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박이후 동시의 매력은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어린이들의 심리와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그의 동시는 오늘날 우리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편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함으로써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이는 동시가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퍽, 퍽, 퍽.
두들겨 맞고
퍽도
퍽이나
의심과 비웃음만 받았던
퍽!
그래서 결심했어
퍽! 쓰러졌다
펑! 새롭게 태어나자고
펑, 펑, 펑.
꽃들이 피어나듯
펑펑펑
막힌 곳을 뚫고
펑펑펑펑
눈처럼 가볍게
살아보기로.
- 「퍽의 변신」 전문
표제작인 이 동시에서 시인은 늘 “두들겨 맞고” “의심과 비웃음만 받았던” 퍽이 “꽃들이 피어나듯” “펑펑펑” 새롭게 태어나려고 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아 우리는 살아가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때마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삶의 의욕을 잃기도 합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어린이들의 경우 그 정도가 어른보다 심합니다. 자세한 설명이나 묘사가 없어 시인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읽을수록 위로가 되고 마음에 불끈 힘이 솟아납니다.
케이크를 먹는데
깡충깡충 토끼가 옆에 왔어
배고파
그럼 우리 반으로 나눌까?
그건 곤란해 난 혼자가 아니야
깡총 깡총 깡총 깡총
토끼 뒤에 얼굴 쏙 내미는 아기 토끼들
어떻게 나누지? 여섯 조각을.
한 입씩 먹으면 되겠다
그래서 엄마 토끼 껑충 한 입
아기 토끼 깡총 한 입 한 입 한 입 한 입….
접시 위에 초록 당근 잎사귀만 달랑 남겨놓고
껑충 깡총 토끼들이 사라진다
이상하게 배고픈데
배부르다.
- 「당근케이크」 전문
이 동시는 토끼를 등장시켜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당근케이크를 먹으려고 합니다. 마침 그때 엄마 토끼와 네 마리의 아기 토끼가 찾아와 배가 고프다고 말합니다. 화자는 그런 토끼에게 케이크를 반으로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토끼는 혼자가 아닙니다. 엄마 토끼 뒤로 네 마리의 아기 토끼가 더 있습니다. 결국 화자는 “접시 위에 초록 당근 잎사귀만 달랑 남겨놓고/껑충 깡총 토끼들이 사라진다”에서처럼 당근케이크를 토끼 가족과 한 입씩 나누어 먹습니다. 그리고 겨우 한 입밖에 먹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배고픈데/배부르다.”라고 말합니다.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 시인의 말
세상은 사랑해야 할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연을 가진 돌멩이, 친구들과 뛰어노는 강아지, 나와 삶을 함께 꾸린 가족들 그리고 늘 웃음과 눈물을 함께 주는 아이들.
이 모든 것들을 첫 동시집에 담으려 애를 썼습니다. 내 눈길과 마음이 갔던 순간들, 손을 내밀고 싶었던 친구들, 다정한 이웃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무리 속에서 환하게 웃는 아이보다는 홀로 있는 아이를 위해, 쌩쌩 달리는 아이보다는 멈춰 선 아이를 위해, 인기 짱인 아이보다는 사춘기를 좌충우돌 건너는 아이에게 나의 시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박이후와 함께 노래하고 싶은 날
박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