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어, 고놈 참 힘이 대단하구려. 아주 씩씩한 장군감이 나오려나 봐요.”
우리 할아버지는 싸움 대장이에요. 엄마 배 속에서 발길질이 남달랐던 할아버지는 아주 어릴 적부터 싸움을 잘했대요. 세 살 많은 누나와 엿을 두고 싸우고, 새끼 염소 풀 먹이러 나갔다가 고집불통 염소랑도 하루 종일 싸우고, 키 작다고 놀리는 친구와의 싸움에서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았지요. 어려운 시험 문제와 싸우고, 쏟아지는 졸음과 싸우고, 전쟁터에서 베트콩과 싸우고, 중동의 사막에서 모래바람과 싸웠어요. 욕심쟁이 사장님과 싸우고 먼바다의 커다란 물고기랑도 싸웠대요. 우리 집 때려 부수려는 막무가내 아저씨들과도 싸우고,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싸우고, 손녀딸 괴롭히는 못된 녀석들과도 싸웠어요. 술과 싸우고, 전봇대와 싸우고, 병마와 싸우고. 할아버지는 당신의 이름처럼, 평생 거친 세상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싸움 이야기
손녀는 할아버지를 싸움 대장이라고 부릅니다. 쉴 새 없이 싸우는 할아버지가 손녀의 눈에는 싸움 대장으로 보이기 때문이지요. 태어나기 전부터 발길질이 남달랐다는 할아버지는 까까를 두고 누이와 싸우고, 풀 먹이던 염소와도 싸우고, 키 작다고 놀리는 친구와도 싸웠습니다. 학생이 되어서는 큰 꿈을 위해 졸음과 싸우고 시험문제와 싸웠습니다. 할아버지의 싸움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어요. 아니, 더 치열해졌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위해,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아버지의 싸움은 계속되었습니다.
우리는 경험하지 못했던, 그래서 알지 못하고 먼 옛날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할아버지의 삶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이끌어낸 가장 큰 힘이자 밑거름입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 시절, 아니 엄마 뱃속에서부터 평생을 싸워온 할아버지의 삶을 쫓아가며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때론 절박하고 무거웠던, 그리고 가슴 벅찼던 할아버지의 순간을 함께 마주합니다. 그러는 동안 독자는 손녀의 눈을 통해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던 할아버지의 싸움이 사실은 소중한 것을 지켜내기 위한 ‘진짜 싸움’이었음을, 그리고 할아버지가 ‘싸움 대장’이 되어야 했던 이유를 발견하고 마침내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깊은 생각을 담아내는 정해왕 작가와 그림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비춰주는 김효찬 화가가 생각의 힘을 담은 지혜로운 이야기 『어린 장자』 이후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두 작가가 힘껏 빚어낸 새 그림책 『할아버지는 싸움 대장』은 세대의 차이를 넘어 오늘을 이끌어 온 선배 세대가 걸어온 삶의 무게와 궤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나아가 서로에 대한 존중과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나누는데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