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의 동시는 특별합니다. 아마도 우리 동시에서 이처럼 신나고 재미있는 작품을 쓰는 시인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동시집의 제목처럼 어느 장을 펼쳐도 즐거움이 폭죽 터지듯 팡!, 팡! 터집니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당돌하고, 주체적입니다. 게다가 생각도 깊습니다. 당장이라도 친구로 삼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딴! 이에요
딴 곳, 딴 노래, 딴 장난, 딴생각, 딴 친구,
딴 대답, 딴 책……
엄마 아빠도
해봤잖아요
딴 세상을 꿈꾸며
딴딴딴딴 딴딴딴딴
결혼을 하고
딴 행복을 꿈꾸며
나도 낳았잖아요
알잖아요
모든 딴들이
그냥 딴인 것만은 아니라는 거
나한테
딴짓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말아 줄래요?
딴이 없는 난
내가 아닌 딴이거든요
- 「딴」 전문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집이나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는 “딴짓하지 말아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딴‘은 ’어떤 것과 아무 관계가 없는‘이란 뜻을 가진 관형사입니다. 즉, 목적한 일 외에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나한테/딴짓하지 말라는 말은/하지 말아 줄래요?“에서처럼, 화자는 그러한 어른들의 말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냅니다. 엄마 아빠가 딴 세상을 꿈꾸며 결혼해서 ”나“를 낳은 것처럼, 사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사건 가운데 상당수가 바로 의도하지 않았던 것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연의 ”딴이 없는 난/내가 아닌 딴이거든요“라는 화자의 진술이 인상적입니다.
엄마 예뻐?
- 응! 너무 예뻐
어때? 맛있어?
- 응! 너무 맛있어
이거 어울려?
- 응! 너무 잘 어울려
엄마한테 사랑받기
너무 쉬운데
이 쉬운 걸
우리 아빠는
너무 못한다
- 「사랑받는 방법」 전문
이 동시는 아주 단순합니다. 어떤 비유도, 기교도, 장치도 없습니다. 분량도 짧고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언어로 되어있어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 어떤 작품보다 읽는 재미가 큽니다. ”엄마한테 사랑받기/너무 쉬운데//이 쉬운 걸/우리 아빠는//너무 못한다“에서처럼, 이 동시의 재미는 아빠에 대한 화자의 비판 즉 무뚝뚝한 탓에 엄마한테 살갑게 굴지 못해 매번 혼나는 아빠의 모습을 풍자하는 것에서 발생합니다. 늘 강하고 완벽한 존재라고 여겼던 아빠가 어떤 면에서는 자기보다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화자의 마음이 어땠을지 궁금해집니다. 아마도 자기가 부쩍 성장했다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는 자기가 아빠를 보살펴주어야겠다고 다짐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래도록 여운이 남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입니다.
◎ 시인의 말
이 책에 실린 51편의 시들은 내 놀이의 결과물이야.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친구들을 보다, 꽃을 자세히 관찰하다, 비 온 뒤 고여 있는 물을 쪼그리고 앉아 보다, 바닷가를 걷다 만나게 된 이야기들이지. 이 이야기들을 너와 나누고 싶어서 이 책에 모았어. 너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야.
나의 놀이가 너에게도 즐거운 놀이가 된다면 기쁠 것 같아. 그럼 또 신나게 놀다가 두 번째 선물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어때? 내가 준비한 선물 궁금하지 않니?
궁금하다면 얼른 이 장을 넘겨봐.
2025년 10월의 어느 밤
웃는 너를 상상하며
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