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광둥성 주하이(珠海) 시에서 개최된 에어쇼의 야외 잔디밭에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전시물이 등장했다. 이른바 ‘성층권 풍력발전’ 시스템이다. 이 신기술은 헬륨으로 채운 부유체를 이용해 발전기를 성층권 고도로 끌어올린 뒤, 상층의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케이블을 통해 지상으로 송전한다. (…) 대류권에서 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성층권으로 올라가면 풍력발전을 돌릴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간헐성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돌파해낸 것이다. 앞으로는 구름이 하늘을 둥둥 떠다니며 비를 내려주듯이, 성층권 발전기가 이곳과 저곳을 주유하면서 주유소와 충전소 역할을 해낸다. 인공적인 전기구름, 일렉트릭 클라우드의 탄생이다. _본문 27쪽
지난 3년 사이, ‘중국 제조 2025’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2035년까지 기술적으로 일본과 독일을 능가하고, 2045년에 미국마저 앞질러서, 2049년 건국 100주년에는 초격차․초일류 국가로 복귀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2035년에 세계의 표준을 중국이 만들겠다는 훨씬 담대한 목표로 수정되었다. 재차 강조하건대, 다보스 포럼이 설파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아니다. 작금은 산업 문명에서 디지털 문명으로 이행하는 문명사의 대전환기다. 디지털 문명의 제1차 국면이었던 인터넷 시대에는 미국이 압도적이었다. 제2차 국면인 AI 시대에는 중국이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제3차 국면으로 예상되는 양자(量子) 문명은 어느 나라가 선도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_본문 33쪽
디지털 문명의 표준국가가 되려면 테크놀로지가 관건이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와 반도체가 가장 중요하다. 중국은 인구 14억이 뿜어내는 빅데이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딥시크 딥쇼크로 인공지능 또한 미국에 못지않음을 과시했다. 가장 취약한 지점이 바로 반도체다. 미국과 한국과 대만에 견주어 실력이 달리는 아킬레스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2025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반전하고 있다. 화웨이와 알리바바가 원투 펀치가 되어 엔비디아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반도체 기술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빅테크들이 솔선수범하여 반도체마저도 자립에 성공할 기세다. 이 맹추격과 대역전의 추세에 야심만만한 스타트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_본문 34쪽
‘중국 제조 2025’가 완료된 올해부터는 판이 완전히 달라진다. 더 이상 한국의 제조 경쟁력이 중국을 앞서가지도, 압도하지도 못하는 뉴 노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비 시장에서 애플은 여전하지만 삼성이 밀려난 것도, 테슬라는 건재하지만 현대차가 사라진 것도 한-중 간의 과학기술력 차이가 이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응당 우리의 대중국 전략 또한 ‘중국 표준 2035’와 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에 맞추어서 끊임없이 수선하고 중단 없이 개선해야 한다. 2050년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상하이의 푸둥(浦東)을 상상해볼 수 있어야 한다. 자유의 여신상과 동방명주를 견주어볼 수 있어야 한다. _본문 44~45쪽
중국이 일대일로와 우주 산업을 연계하는 효과는 다면적이다. 무엇보다 독자적인 항법 시스템을 구축, 제공함으로써 우주에서도 미국과 본격적으로 경쟁에 돌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다. 일대일로 국가들과의 우주 협력을 통해, 미국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의 우주 질서를 재편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중국 정부가 ‘네트워크 강대국’, ‘네트워크 공간에서 영향력 향상’ 등을 명시적으로 표방하는 데서 이러한 전략적 의도가 드러난다. GPS를 대신하는 또 하나의 세계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_본문 77~78쪽
이러한 흐름 속에서 IT업계의 거물들이 속속 바이오 산업에 투신하고 있음이 눈에 띈다. 2021년 3월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拼多多)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황정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향후 식품과학과 생명과학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틱톡을 개발한 바이트댄스의 CEO 장이밍도 같은 해에 사임하면서 뇌 질병 연구 등의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그리고 2023년부터는 알리바바의 앤트그룹(Ant Group, 螞蟻集團)이 AI 의료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화웨이 역시 2025년 AI 의료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처럼 중국의 IT 거장들이 생명과학 분야를 ‘제2의 봄’으로 간주하며 민간의 투자 붐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_본문 105쪽
인공지능과 인공자궁이 만나면 인공생명(Artificial Life)의 창출도 가능해진다. 중국은 이미 돌파구를 열었다. 인공자궁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배아의 성장을 관리할 수 있는 ‘AI 유모’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 이 기술을 사용하면 여성이 태아를 뱃속에 품고 다닐 필요가 없어져, 태아가 몸 밖에서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과학원 산하 쑤저우생명공학기술원의 연구진이 중국 학술지 〈생의학공학 저널〉에 2022년 1월 발표한 논문의 내용들이다. 아직은 쥐의 배아를 실험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인류에게 적용될 날이 아주 멀다고만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_본문 125쪽
세계 최대의 태양광 발전을 자랑하는 중국이지만, 포스트-태양광 시대를 선도적으로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재생 에너지를 넘어 신생 에너지, 인공적인 태양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인공생명을 지나 인공태양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구 밖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인공위성과도 차원이 다른 메가 프로젝트다. 인공적인 작은 태양이 현실화한다면 그야말로 인위적인 빅뱅의 창출, 딥뱅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_본문 142쪽
2030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30만 대 이상의 로보택시가 바람처럼 구름처럼 스스로 오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구름처럼’이 단순한 수사도 아니다. 이미 드론 기반 에어택시 서비스도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즉 미래의 모빌리티는 지상에서 공중 부양하여 저공을 가른다. 중국의 eVTOL(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은 2025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단계로 상업 운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저고도 경제’ 정책의 지원으로 이항(EHang), 볼란트에어로테크(Volant Aerotech), 샤오펑(小鵬) 등 기업들이 주도하여 무인 드론 택시가 관광 및 단거리 이동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_본문 183쪽
중국은 이미 독자적인 국제결제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2021년 2월, 중국인민은행은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 등의 중앙은행과 각국의 디지털 통화를 이용한 국제결제를 실험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장기적으로는 G20이나 브릭스 회의 등에서 국제결제 개선에 관한 논의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송금과 해외 이용이 편리해진다면, 글로벌 사우스의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연구개발력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디지털 위안화의 시스템을 그대로 자국 통화의 디지털화에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양국의 통화 전환은 한층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즉 디지털 위안화가 독자적인 통화권을 형성해갈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가 디지털 실크로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까닭이라고 하겠다. _본문 188쪽
알리바바가 기존의 도시 거버넌스를 향상시키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했다면, 라이벌인 텐센트는 아예 하드웨어까지 통으로 장착한 미래 도시 자체를 만들어내기로 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긴밀하게 통합된 유기적 도시 생태계를 직접 설계해보겠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가 항저우를 상징한다면, 텐센트는 선전의 대표주자다. 텐센트는 본사를 아예 미래 도시로 건설함으로써 선전의 초지능화에 일조하기로 결정했다. 텐센트가 만드는 8만 명 규모의 미래 도시가 바로 넷시티(Net City)다. 뉴욕 맨해튼의 미드타운 정도로 모나코와 비슷한 크기다. 그러나 작지만 아름답다. 작지만 스마트하다. 그래서 작음에도 스트롱하다. 그래야 작아도 지속 가능하다. 1000만 대도시 선전의 경쟁력에 못지않은 미래형 강소 도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_본문 198~1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