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폭력 앞에 무력했던 여성들이 스스로 심판자가 되어 돌아오다.
『푸른 수염의 딸들』은 각기 다른 장르에서 독창적인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들이 모여 완성한 여성 중심 범죄 스릴러 앤솔러지다. 이 소설집은 ‘복수하는 여성’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각자의 색깔을 극명하게 드러낸 5편의 단편을 선보인다.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 대상 폭력의 민낯을 파헤친 이 작품집은 기존의 범죄 소설과는 차별화된 접근을 보여 주며, 정교한 심리 묘사와 예측 불가능한 반전을 통해 독자에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소설집이 특별한 이유는 여성을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능동적 복수자로 그려 내며, 선악의 경계를 과감히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탐구하되, 전통적인 여성 서사가 주로 집중했던 고통의 승화나 용서를 통한 치유와는 전혀 다른 길을 택한다. 대신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는 여성들의 가장 극단적이고도 솔직한 선택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소설 속 여성들은 세상이 주지 않은 정의를 스스로 쟁취하기 위해 괴물이 되기를 선택한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독특한 문체와 서사 기법을 통해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는 극단적 선택을 냉정하게 탐구한다. 복수와 폭력을 통한 해결을 무조건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대안을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들여다본다.
서로 다른 개성과 배경을 가진 작가들이 만나 완성한 이 독특한 앤솔러지는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와 복수, 그리고 여성의 선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섬뜩한 반전과 치밀한 심리 묘사, 현실감 넘치는 사회 문제 의식이 절묘하게 결합된 이 작품집은 강렬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깊은 사유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