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의뢰받아서 진행돼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목적과 메시지가 있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에요. 의뢰받을 때는 콘셉트, 색감, 크기, 분위기, 기한 등 다양한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의뢰자의 요구에 맞춰야 하지만, 그 안에서 작가만의 스타일이나 해석을 담아내는 게 중요해요. 같은 내용을 그리더라도 작가에 따라 그림의 분위기나 전달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요. 그 제약 안에서 얼마나 창의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실력이죠. 문제 해결 능력도 일러스트레이터의 중요한 역량이에요.
글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설명하는 그림은 좋지 않아요. 그림책의 그림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그림이 만드는 이야기’가 있어야 좋은 그림이에요. 그래서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터는 서사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정말 중요해요. 이것은 그림만 봐도 이야기가 흐르도록 만드는 능력이죠. 예를 들어, 글에 ‘아이가 슬펐다’라고 되어 있다면, 단순히 우는 표정을 그리는 게 아니라, 아이가 울고 있는 곳의 배경, 우는 자세, 색감 등을 통해 그 감정이 더 깊고 풍부하게 느껴지도록 그려야 해요.
다양하다는 건 재료와 화풍을 모두 포함한 거예요. 그림의 재료에 따라 표현의 영역이 달라지고 변화가 생기잖아요. 어떤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아크릴, 오일 파스텔, 수채화, 색연필, 파스텔 등 그때그때 필요한 재료를 꺼내 써요. 가벼운 느낌이 필요할 땐 색연필이나 수채화를 쓰고, 무게감 있게 표현하고 싶을 땐 오일 파스텔이나 아크릴을 쓰죠. 여러 재료를 섞어 쓰는 경우도 많고요. 저는 손으로 다양한 재료를 직접 써보는 게 훨씬 더 풍부한 그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여행을 행복해지려고 떠나는데, 진짜 행복은 일상에서 느껴야 하는 것이다. 저도 요즘 그걸 깨닫고 있어요. 창작도 마찬가지예요. 독자의 피드백이든, 외적인 성공이든, 잠깐의 성취만 바라보면 결국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결국 내가 매일 하는 이 행위 자체가 즐거워야 해요. 그 즐거움은 그냥 오는 게 아니라, 좀 더 잘해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집중할 때 슬며시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저는 그걸 계속 연습하고 있어요. 어떤 작업이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확실히 에너지가 달라져요.
-『그림으로 이야기를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