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채소, 과일,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
밥상의 중심인 이런 식재료에 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품종이나 제철을 과연 제대로 알고 있을까?
30년차 식품 MD가 알려주는 ‘좋은 식재료’의 자격
청포도, 여름이 아니라 서리 내릴 때 먹어야 맛있다
육우를 구입해 집에서 숙성시켜 먹어보자. 마블링 맛 대신 시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버크셔K, 두록, 청리닭, 제주 재래닭 등 입맛대로 품종을 골라 먹을 수 있다.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는다. 집에서 직접 해 먹든 식당에서 사 먹든, 밥과 반찬, 때로는 술안주를 먹는다. 그 음식의 재료들, 때로는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는 자연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거나 해산물, 혹은 축산물인 이 식재료들을,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여 구입하고 있을까?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아는 만큼 맛있다―쌀부터 해산물까지, ‘좋은 식재료’에 대한 새로운 기준》에서는 오랜 기간 식품 MD로서 일해온 저자가 식재료를 선택할 때 꼭 필요한 새로운 정보를 알려준다.
식재료에 관한 통설, 믿어도 될까?
좋은 식재료에 관한 통설이 많다. 쌀은 임금님께 진상된 ‘이천쌀’(경기미)이 최고라거나 방어의 제철은 12월이라거나 토종닭은 질겨서 푹 삶아 먹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런 통설은 과거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게 된 것도 있고, 처음부터 잘못된 근거에 의한 잘못된 결론인 것도 있다. 문제는 이런 통설들이 검증 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혹은 언론을 타면서, 소비자는 ‘비싼 돈 주고 맛없는 음식을 사 먹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쌀, 채소, 과일,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까지 우리 식탁의 중심을 이루는 식재료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런 잘못된 통설이 생긴 이유를 알아보고, 그러한 통설 대신 소비자로서 알아야 할 정보를 새롭게 알려준다.
저자가 강조하는 첫 번째 정보는 ‘품종’이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산업화 시기를 거치는 동안 농축산물 생산에서 중시된 것은 ‘생산성’이었다. 쌀이든 고기든 많이 생산해서 넉넉하게 먹는 데 중점을 두고 육종하고 재배․사육했다. 당시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넉넉해진 지금은 ‘맛’에 초점을 두고 새롭게 만들어진 품종이 많음에도, 소비자는 그런 사실을 몰라 선택의 여지 없이 통설에 따른 소비를 하고 있다.
저자는 서로 다른 맛을 가진, ‘골라 먹을 수 있는’ 쌀, 과일, 돼지고기, 닭고기의 다양한 품종을 소개한다. 알면 더 싼 가격으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품종에 대한 정보는 단지 소비자뿐 아니라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에게 중요할 수 있는데, 이미 포화가 된 외식산업에서 품종으로 차별화된 식재료가 경쟁력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제철’이다. 제철이 문제가 되는 식재료는 특히 과일과 생선이다. 이 중에서 과일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일찍 출하해 조금 더 좋은 값을 받으려고, 생선은 바다와 육지의 계절 차이와 산란철과 생선이 맛이 오른 철을 구별하지 않아 제철이 잘못 알려지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제철이 아닐 때 과일과 생선을 구입하면 맛없는 것을 먹게 될 뿐 아니라 비싼 돈을 주고 먹게 된다. 게다가 잘못된 제철이 과수 농사에 과도한 투입재를 사용하게 하고, 생선 어획량 감소를 넘어 어족자원 고갈까지 유발한다. ‘바른’ 제철을 아는 것은, 어쩌면 우리 밥상을 유지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떻게 ‘맛있게’ 먹을 것인가
식재료가 달라지면 조리법이나 먹는 법도 달라진다. 찹쌀 성격이 강한 ‘백진주’라는 품종의 쌀은 밥물을 멥쌀처럼 잡으면 밥이 질어진다. 대신 제대로 물을 잡고 지은 밥은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또, 버크셔 품종 돼지고기의 비계는 구우면 쫀득한 맛이 좋고 삶으면 맑고 깔끔한 국물을 내 색다른 돼지국밥을 끓일 수 있다. 원황배는 신고배보다 크기가 작아 명절 선물용으로 환영받지는 않아도 껍질째 먹을 수 있다.
품종이나 제철에 대한 통념만큼이나 강한 것이 조리법에 관한 고정관념이다. 돼지고기는 구워 먹어야 맛이라거나 토종닭은 푹 고아 먹어야 한다거나 민어나 전복은 회로 먹는 게 최고라는 등의 고정관념이다. 저자는 품종과 같은 식재료 정보를 제공하는 틈틈이 그 식재료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리 노하우도 알려준다. 마블링 좋은 쇠고기 말고 숙성을 통해 시간의 맛을 입힌 쇠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나 품종에 따라 서로 다른 맛을 가지는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귀띔해준다.
좋은 식재료를 적절한 조리법으로 요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음식에서는 싼 가격보다, 음식 내는 사람의 편리함보다 맛이 더 중요하다는 기본에 대한 자각이다. 예를 들면 밥이다. 저자는 맛있는 밥을 먹는 요령을 알려주는데, 첫째는 품종을 고르는 것이고, 둘째는 도정 일자를 확인하고 가장 최근에 도정한 것을 고르는 것이고, 셋째는 소포장으로 사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더해져야 하는데, 한 번 지은 밥을 보온 밥솥에서 오래 묵히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밥을 낼 때도 마찬가지 조건으로, 뚜껑 덮인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담겨 온장고에서 묵은 밥을 먹어야 한다면 품종이나 조리법이 힘을 발휘할 리 없기 때문이다.
식품 쇼핑몰도 운영하면서 돼지고기의 ‘품종 맛’을 알리고 싶어 식당까지 열었지만, 저자는 자신을 ‘식품 MD’라고 소개한다. MD는 영어 Merchandiser의 약자다. 유통 환경에 따라 그 역할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결국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사람이다. 소비자가 맛있는 식재료를 선택하면, 맛있는 쌀과 채소, 과일을 재배하는 농부가, 맛있는 품종의 소와 돼지, 닭을 키우는 축산업자가, 제철에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늘어날 것이다. 맛있는 품종의 식재료를 내세운 지역 특산 음식도 다양해질 것이다. 저자가 꿈꾸는 맛있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