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의 삶과 예술, 난초 신품종의 개발을 중심에 놓은 난초 비즈니스의 현실, 국내외 입양의 실제, 서울을 떠나 새로운 삶의 개척에 뛰어든 청년의 힘찬 발걸음 등이 구성하는 이 소설은 넓고 깊다. 그 한가운데에는 상상의 그림 한 폭이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다. 서사 구성의 중심인 「난향을 맡는 소녀」이다. 난초의 곧게 뻗은 잎과 맑은 향 그리고 소녀의 건강한 생명의 기운이, 오염되어 더러운 마음을 베고 씻고, 딱딱하게 닫힌 마음을 연다. 단정하고 담백한 문장이 이와 어울렀으니 환하다. 아름답다. 정호웅(문학평론가)
최근 우리 소설 가운데 가장 우아한 작품을 이야기해보라면 박찬순의 소설을 들지 않기 어려울 듯하다. 어쩌면 마지막 남은 정통 소설의 향기라고 할까. 박찬순의 『난잎에 베이다』는 문화적 감식안과 지적인 문장을 통해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융합에서 오는 이질성을 은은하고 청아한 난의 향기로 바꾸어내는 마법을 보여준다. 그 세계 속에서 우리는 타자이자 나이다. 그들에게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김홍도의 「난향을 맡는 소녀」가 있다. 박찬순 월드가 발견해낸 보물이다. 신수정(명지대 교수·문학평론가)
문장마다 영상이 움트는 건 소설가가 되기 전, 외화번역가로서 수많은 영화 섭렵이 빚어낸 선물일 것이다. 감히 예언한다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드라마로 확장될 듯하다. 독일 수도자들의 옷깃에서 발견된 김홍도의 「난향을 맡는 소녀」. 오묘하고 흥미롭다. 움베르토 에코에게 장미가 있다면 박찬순에게는 난잎이 있다. 난향에 취해 난잎에 베인 사람들, 아름다운 상처를 자랑할 시간이 임박했다. 주철환(전 MBC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