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1
훈이는 엄마 앞에서 다시는 해킹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세상에서 해킹만큼 재미있는 건 없었으니까. 그래서 어제도 한 회사의 보안을 뚫었다.
하지만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선 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런 짓 안 한다니까.”
p.20
〈복제인간 설명서〉
1. 복제인간을 깨우려면 등을 세게 세 번 두드려야 합니다.
2. 처음 깨어나면 불안정한 상태로 안정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나 수 분 후면 정상적으로 행동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3. 복제인간을 인격적으로 대해 주십시오. 복제인간 또한 소중한 생명입니다.
p.29~30
“우리 훈이, 우리 똥강아지. 할미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니?”
할머니는 밤새 눈물을 훔쳤다.
다음 날 아침, 훈이는 할머니가 만들어 준 나물 반찬을 맛있게 먹는 척했다. 할머니를 따라 산책하러 나가고 할머니와 함께 트로트도 불렀다.
“야~야~야~할머니가 어때서~ 할머니도 사랑할 수 있단다~.”
할머니는 훈이 손을 잡고 춤까지 추었다.
p.41
복제인간 훈이가 아빠, 엄마를 끌어안았다. 일곱 살 이후 로 한 번도 안기지 않았던 훈이가 안겨 오자 엄마, 아빠는 순간 멈칫했다가 복제인간 훈이를 꼭 감싸안았다.
“아빠, 엄마, 사랑해요.”
“그래, 훈이야. 아빠, 엄마도 너를 정말 사랑해.”
“저 절대 버리지 말아요.”
p.46
복제인간 훈이는 교육받은 대로 당연히 자신도 인간의 보조품으로 생각을 했었다. 집에 배송되기 직전 훈이의 기억이 주입되었고, 그 후, 훈이로 인해 할머니 집이 아닌 부모 님의 집으로 배송되었다. 집으로 와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 며 자신도 사랑받을 만한 소중한 생명체라는 쪽으로 생각이 점점 바뀌었다.
p.64
“아빠, 엄마. 사실은 내가 진짜야. 저 녀석이 가짜고.”
“무슨 소리야? 내가 진짜야. 네가 복제인간이겠지.”
화가 난 훈이는 복제인간 훈이를 떠밀었다. 둘은 서로 엉 켜 엎치락뒤치락했다. 아빠와 엄마는 뒤엉킨 둘을 보고 발 을 동동 구르며 혼란스러워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지? 누가 진짜인 거야?”
p.80~81
규주 : 어차피 인간에게 헌신하고 곧 죽을 목숨인데, 뭘 함부로 하면 안 돼?
미소 : 복제인간은 상품이 아니야. 그러니까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복제인간 훈이가 갑자기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훈이 : 난 엄마, 아빠랑 바다로 여행 가서 수영도 해야 하고, 열심히 연기 연습해서 연기자도 되고 싶어. 나중에 커서 아빠, 엄마와 함께 정원도 꾸미고 싶어. 난 하고 싶은 게 많다고. 나도 꿈이 있고, 소망이 있고, 희망이 있어. 날 좀 내버려 둬. 제발 날 힘들게 하지 말라고. 나도 너랑 똑같은 인간이야! 그놈의 복제라는 단어를 빼 줘!
p.91
“미안해.”
“뭐가?”
“그러니까. 내가 너보고 계속 가짜라고 한 거.”
정적이 흘렀다. 누워 있는 복제인간 훈이의 숨소리만 병실 에 울려 퍼졌다. 훈이는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미안해. 우린 가족인데 내가 너에게 너무 못되게 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