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야! 강빛나! 앞을 제대로 보고 다녀야지!”
“제대로 못 본 건 둘 다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빛나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럼 사과 안 해도 된다는 거야? 남한테 피해를 줬으면 사과를 해야지.”
“같이 부딪쳤으니까 서로 사과하는 게 맞지, 안 그래?”
빛나가 앞으로 팔짱을 툭 끼며 물었다.
“네가 앞을 제대로 안 보고 나오는 바람에 부딪쳤잖아. 그러니까 네가 사과해야지.”
무진이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짜증을 냈다. 교실 안에 있던 아이들이 소란스러운 소리에 후다닥 달려오는 게 보였다.
“세상에 일방적인 사고는 없어. 그냥 쿨하게 동시에 사과하고 끝내자. 오케이?”
빛나가 손을 척 내밀었다. 모여 선 아이들이 빛나 손과 무진이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참 나! 혼자 성격 좋은 척하면 내가 어쩔 수 없이 악수라도 할 줄 알았나?’
-10쪽
무진이는 씩 웃으며 후다닥 계단을 뛰어올랐다. 재빨리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안에서 나오던 빛나와 툭 부딪쳤다.
“아얏!”
빛나가 손으로 어깨를 부여잡고 앓는 소리를 냈다. 평소대로라면 무진이가 비아냥대는 말을 툭툭 던지며 빛나 속을 긁어댔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미안!”
무진이가 쿨하게 사과했다. 놀란 빛나는 ‘무슨 꿍꿍이지?’라는 눈빛을 쏘았다.
“네가 웬일이야? 먼저 사과를 다하고?”
“속이 넓은 사람이 먼저 손을 내미는 거 아니었어?”
지난번 빛나가 악수를 청했던 걸 비꼬며 무진이가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오늘은 영 너답지 않아서.”
“나다운 게 뭔데?”
어깨를 쫙 펴며 무진이가 피식 웃었다.
‘몰라서 물어? 예의 없고, 불친절하고, 자기밖에 모르고, 공정하지 않은 게 바로 너다운 거지!’
빛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꿀꺽 삼켰다. 무진이는 빛나 옆을 지나치며 생각했다.
‘오늘은 다른 걸로 너한테 미안할 예정이라 미리 사과한 거야. 공약을 뺏기고 나면 엄청 억울해 하겠지? 크하하하!’
-28~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