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교사가 된 나는 종종 불안하다. 나보다 어린 선생님이 선배여서 부럽기도 하고, 나는 한참 부족한 사람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임용을 여러 번 치르다 보니 각론은 교과서를 빠르게 이해하는 힘이 되었고, 총론은 교육과정을 이해하는 기반이 되었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다 보면 나는 나대로 단단해질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 믿음을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결국 나는 그렇게 원하던 선생님이 되었다. 적은 월급에도 기뻐하고, 아이들의 한마디에 웃고 울고,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연다. 나를 선생님이 되게 만들어 준 것은, 아이들이고 친구들이고 실패들이고 나를 끝까지 믿어준 사람들이었다.
내가 왜 E(외향적인 성격)로 여기까지 왔는지 이제는 안다. 사람을 좋아했고, 사람에게 상처받았고, 그럼에도 사람 곁에서 다시 일어났다. 초등교사는 어쩌면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매일 새로 태어나는 사람.
아침에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환하게 외쳤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P32. 02, 선생님, 저희가 있잖아요_이가현
※첫 번째 음악이 끝나고 드디어 내가 고른 노래의 가사가 흘러나왔다.
‘모르겠거나 낯설고 무서울 때, 매일 밤 걱정이 되고 어떡할까 고민될 때, 혼이 나거나 마음이 무너질 때’
이 가사를 보자마자 우리 반에서 감수성이 가장 풍부하고 그 아이만은 눈물을 흘려줄 거라고 예상했던 아이가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선생님 말도 안 되는데요? 마음이 어떻게 무너질 수 있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거 아닌가요?”
다른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걱정이 되거나 고민이 없는데요?”
아이들끼리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나도 나도.’ ‘그러니까 가사 웃기다.’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영상의 음악 소리는 이제 들리지도 않았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누가 누가 더 웃긴말을 잘 하는지로 흘러갔다. 그 이후의 분위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마지막 날까지 눈물 대신, 조용한 ‘쉿’ 손짓과 약간의 타박으로 마무리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조금은 허탈했다. ‘내 진심이 너무 무거웠나? 아이들에겐 아직 이별이라는 감정이 어려운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날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엉뚱한 말로 가사를 해석하던 아이들, 영상보다 자기 얼굴이 먼저였던 순수한 반응들. 그래, 그게 바로 저학년 아이들만의 매력이었다. -P55. 05, 어떻게 마음이 무너져? _오다빈
※현석이 어머님은 내게 죄송한 마음과 더불어 현석이의 행동에 당황하고, 걱정되고, 어쩌면 두려웠을 것이다. 단순한 장난도 아니고 가위로 친구의 옷을 자르다니. 그 두려움이 내게는 냉소적인 말투로 표현되었다.
나는 교사로서 현석이의 행동을 어떻게 타이르고 지도할지 고민했었다. 현석이의 입장에서 왜 그랬을까 이해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자식을 가진 엄마로서 이 상황이 어떨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흐린 날 받은 장문의 하이톡 한 통은, 나와 현석이의 성장을 방해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엄마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게, 교사로서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들어 주었다.
올해는 우리 반 방울토마토의 곰팡이를 걷어내지 않았다. 그다지 큰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흐린 월요일 퇴근 전, 어쩐지 곰팡이가 있었던 방울토마토의 줄기가 젤 굵고 튼튼했다.
성장을 방해한다고만 생각했던 곰팡이가 방울토마토의 성장을 오히려 도와준 것일까. 오히려 양분이 돼서 쑥쑥 자라게 한 것일까. 학부모님의 연락이 곰팡이 같은 방해가 아니라 나와 현석이의 성장이 되어 준 것처럼. -P63. 06, 곰팡이 –김보현
※무심코 던진 작은 돌이 호수에 잔잔하지만 큰 파장을 일으키듯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미래에 어떻게 다가올지 그 누구도 모른다
-p79. ‘인생지사 새옹지마’ 황상우 들어가는 글 중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올해도 아이들과 멋진 화음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린 함께 희망을 노래할 것이기 때문에.
-p93. 11, ‘화음으로 만들어진 세상’ 김진수 들어가는 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