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책 소개]
교육학 전공 교수인 엄마도 중2 아들이 극우 유튜브에 빠져 억장이 무너졌다며 공중파 뉴스에서 인터뷰를 하는 시대, 교사들은 ‘요즘 교실엔 극우 일베 아니면 ×선비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올해 초 서울지법 점거폭동 때 건물 방화를 시도하다 체포된 이들 중 10대 남학생이 다수였다. 젊은 층 극우화나 세대 충돌도 심각하다.
이 책은 20여 년 부자관계 에세이의 탈을 쓴 소프트 교양 인문 에세이다. 세대 간의 가치관과 권위 충돌이라는 현대 사회의 보편적인 갈등과 대립의 이슈를, 가장 내밀한 형태인 부자 관계의 미숙함을 통해 비춰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학, 영화 등의 고전 작품 속의 명장면을 인용해 개인적인 경험을 인문학적 성찰로 확장하는 방식은, 부모와 자녀가 자신의 고통을 보편적 인간관계 맥락 속에서 이해하며 치유와 성장의 동력을 얻는 데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책 소개]
위기의 아빠 vs 서울공대생 아들의 20여 년 갈등,
‘관계 인문학’의 시선으로 성찰하다
부모의 설렘과 기대는 아이가 자라면서 걱정과 불안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아이가 자기 주장을 갖고 한 개인으로 자라는 것이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주체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문득문득 치미는 화를 주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다른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갈등이 생기고 그것을 풀어내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책은 20여 년간 그런 부자 갈등을 풀어낸 저자의 경험을 담은 교양 인문 에세이다. 어린 자녀가 소재인 육아서가 아니라, 성인이 되어가는 아들과의 충돌을 생생히 드러낸 흔치 않은 기록이면서, 인문학적 지평에서 관계를 탐색한 관계 연구서이다.
기대와 설렘이 갈등으로 바뀌는 과정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면서, 저자는 서울대 공대생으로 자라온 아들과의 갈등이 부모-자녀 관계를 넘어 세대나 집단 간의 극단적 대립이라는 사회적 이슈의 축소판이었다고 고백한다. 사랑의 태도나 방식, 서운함으로 대표되는 일반적인 엄마와 자녀 갈등의 이슈와 달리 아빠와 자녀의 갈등에는 서로 다른 인간관, 도덕관, 정치관으로 드러나는 세계관의 충돌과 권위의 대립, 거기에서 요구되는 서로 맞선 가치관에 대한 상호 관용과 존중의 이슈가 추가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고전 속 명장면에 부자 관계를 비추어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고전 소설, 희곡, 영화 속의 갈등 장면들을 거울과 저울 삼아 부모-자녀 갈등의 맥락을 선명하고 풍성하게 비춰본다는 점이다. 『모비 딕』, 『어린 왕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폭풍의 언덕』 같은 고전 소설과 『닫힌 방』, 『당통의 죽음』, 『리어 왕』 등의 희곡, 그리고 「캐스트 어웨이」, 「그녀(Her)」, 「12인의 성난 사람들」, 「크림슨 타이드」, 「소년의 시간」 등의 영화에서 저자가 뽑은 갈등 장면들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갈등의 상황을 성찰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아들과 함께한 생생한 경험담을 이들 장면에 비춰보면서,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다름의 존중을 성립시키는 보편적 원리’를 발견하고 자녀와의 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을 키우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갈등을 없애는 ‘솔루션’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우면서 때로는 가장 먼 부자 관계에서 깊은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의 상처가 서로를 연결하는 단단한 밑바닥 힘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또한 완벽한 부모는 없기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부자 갈등의 오래 묵은 나이테를 엿보며 공감과 위안을 얻고, 부모 자신을 긍정하도록 돕는 마음공부이다.
솔직하고 위트 넘치는 문장
저자는 친근하고 위트 넘치는 짧은 문장으로 가볍지 않은 내용을 쉽게 풀어냈다. 아들과 아빠가 주고받은 상처의 민낯을 드러내는 솔직함도 이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들어가며〉에는 갓 고등학생이 된 아들에게 “아빠의 좋은 점은 어떤 게 있을까?”라고 물었을 때 0.1초 만에 돌아온 답이 “없어, 하나도.”였던 일화가 담겨 있다. 아들과의 관계에 ‘영혼을 갈아 넣은’ 아빠에게 이 충격적인 경험은 “내가 니 애비다!”를 외치며 광선검을 맞대는 ‘종합 격투’의 서막이었다고 말한다. 이런 사적이고 내밀한 갈등 경험담은 고전소설, 영화, 희곡 속의 장면에 비춰지며 보편적 성찰로 나아간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는 서로 부족하고 서툴기에 오히려 연결된다는 희비극의 명랑한 원리를 깊은 인문학적 성찰의 시선으로 탐구한다. 서로가 스스로 “속 좁은 용서 무능력자”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주고받은 상처를 보듬고 서로를 용서하는 단단한 다리가 된다고 역설한다.
결국 ‘자녀를 어떻게 키울까’보다 ‘자녀와 어떻게 만날까’에 대한 고민이 더 지속가능한 사랑법이 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흔들리면서 성장해 가는 부모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이끌어 준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말처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에 완전히 사랑할 수 있다.”
이 책은 관계가 불편해 마음이 뒤죽박죽인 아빠와 자녀, 부자 갈등을 이해하고 싶은 엄마, 그리고 자녀의 사춘기 대전을 앞두고 마음을 다지려는 부모 모두에게 관계 회복의 단단한 힘을 얻는 필독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