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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 ISBN-13
    979-11-91247-58-9 (03840)
  • 출판사 / 임프린트
    엘리 / 엘리
  • 정가
    2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10-2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수잰 스캔런
  • 번역
    정지인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문학과광기 #광괴와글쓰기 #여성작가 #여성문학 #문학비평 #여성서사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10 mm, 512 Page

책소개

“정신병원이라는 제도적 공간에 스며든 통념적 은유를 파고들며

비판적 성찰을 바탕으로 회복의 여정을 서정적으로 빚어낸 책.”

―나타샤 트레스웨이(퓰리처상 수상 작가)

 

★ 퓰리처상 수상 작가 나타샤 트레스웨이 강력 추천

★ 〈릿헙〉 〈뉴요커〉 등 다수의 매체 선정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읽기는 어떻게 나를 다시 일으켰는가

정신병원 입원 시절에 대한 회고와 문학 읽기를 교차하며

‘미친 여자’에 대한 낙인을 재전유한 탁월한 에세이이자

우리 시대 여성 문학의 중요한 성취

 

여성, 정신의학, 읽기와 쓰기, 자기 돌봄에 대한 깊은 성찰과 그 탁월한 문학적 형상화로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수잰 스캔런의 신간 『의미들: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정신병동 장기 입원과 낙인의 기억을 문학 읽기 경험에 겹쳐내며 다시 써 내려간, 회고록과 문학비평을 아우르는 눈부신 에세이다. 인용과 기록, 성찰과 비평이 콜라주처럼 맞물리는 형식을 내세워 회고록과 문학비평의 경계를 확장해냈다.

 저자는 특별히 실비아 플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 버지니아 울프,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재닛 프레임 등 마음의 고통에 천착했던 여성 작가들의 문장과 자신의 경험을 교차해 쓰면서 ‘고통의 언어’를 ‘의미의 언어’로 이행시키고, ‘미친 여자’라는 낙인의 존재를 성찰의 주체로 재전유한다. 나아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읽기가 어떻게 돌봄이 되는가”를 증언하며, 상실의 자리에서 삶의 의미들을 회복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목차

 1부 존재, 움직이는 표적

 

 다시 돌아가다 

 나의 정신이상과 그 밖의 것들

 소용돌이 효과

 형성의 한 방식

 가방들을 가지고

 뒤라스스페이스, 혹은 방으로서의 책 (I)

 포인트 제로에서 

 덫에서 빠져나가기

 정신분석가

 여자들에 대한 고찰

 가만히 앉아 있기

 방으로서의 책 (II)

 내 병에 관한 이론을 세우려는 시도 (I)

 근심 없이

 이야기에 갇히다 

 

2부 나는 황금색 숫자 5를 보았네

 

 정신병원 건축학 (I)

 5층 

 너무 지나친

 시간은 지나간다

 신경 문제, 혹은 내가 뭘 어쩌겠어?

 정신병원 건축학 (II)

 내가 누군지 말해줘요

 셉티머스

 행크, 회고 (I)

 녹아내림

 막간극, 2022년

 엘리나

 행크, 회고 (II)

 가족 치료 

 블로섬

 거미줄

 그레이스

 지금의 뒤라스

 그러면 넌 절대 행복해지지 못해

 카우치를 떠나다 

 

3부 거울 도시

 

 내 병에 관한 이론을 세우려는 시도 (II)

 공책들

 장기 입원 병동의 마지막 나날

 우린 모두 사라져

 내 병에 관한 이론을 세우려는 시도 (III)

 믿음직한 우리 나딜 

 그림자 이야기

 분노한 여자들

 회복에 관하여 (I)

 집 없는 자아

 감금 

 Q&A 

 회의와 긍정 

 회복에 관하여 (II)

 당신 아주 정상으로 보여요

 

감사의 말

참고 문헌 

본문인용

내가 병원에 있던 시기는 ‘되찾은 기억’에 대한 믿음이 정점에 달한 때였다. 1990년대 초에는 점점 더 많은 환자가 아동기에 성적 학대를 당했던 기억을 되찾았다.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이런 기억을 찾아내도록 부추겼다. 병원에서 나와 함께 생활했던 여자들 가운데 많은 이가 성적 학대를 당하거나 지독한 괴롭힘을 당하거나 강간당했다는 걸 나는 안다. 또 많은 이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누가 진실을 말한 것이고 누가 거짓을 말한 것이며 누가 상상과 기대로 기억을 만들어냈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나는 이런 기억 만들기를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했다고 확신한다.

-47쪽

 

그 분석가의 무관심은 폭력적으로 느껴졌고, 부서지기 쉬운 자아에 가해진 또 하나의 타격이었다. / 그 방의 그 의사, 나와 이십 분 동안 말을 주고받은 그 의사에게 히스테리가 무엇을 의미했든, 나에게 히스테리는 없었다. 나에게는 외로움이 있었다. 슬픔이 있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걸 알았다면, 혹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면, 그게 그렇게 간단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면, 나는 내게 그 말을 해줄 누군가를 찾으며 수년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109쪽

 

나는 책이란 의사소통에 관한 것임을 몰랐다. 혹시 알았다 해도, 이때 이전까지는 그게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한 권의 책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누군가에게 말하는 한 방식이다. 이 책은 나에게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살아감의 다른 방식들을.

-184쪽

 

강사가 된 나는 문학과 삶의 가장 명백한 연결점들조차 찾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자주 되새기게 된다. 아니 그보다는 좋은 독자, 좋은 학생이 그 연결을 인식할 수는 있더라도, 그 연결을 느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것을. 그 의미를 찾아내는 것과 그 의미를 자기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 또한 완전히 다른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문학 분석이라 부르는 것보다는 메소드 연기에 더 가깝다. 나에게 그 일은 감정과 함께 시작되었다. 힐턴 앨스가 표현했듯이, 내가 그걸 느낄 수 없다면 그걸 쓸 수도 없다.

-206쪽

 

그 시절, 예술은 하나의 빛이었다. 나에게 통곡과 그리움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경계선 위에서 혹은 경계선 바로 너머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56쪽

 

크리스테바는 전할 수 없는 사별의 슬픔—슬픔의 심연에 관해 썼다. 그건 정신 질환이 아니라고. 그 어떤 병도 아니라고. 만약 그게 병이라면, 단순한 병 이상이었다. 그것은 사별의 슬픔을 통과하며 생겨난 병이었다. (중략) 크리스테바에게 사별의 슬픔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위대한 미술과 위대한 문학의 주제였다. 사별의 슬픔은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인간 경험이다. 사별의 슬픔이란 그 감정으로 무너진 사람에게 낙인을 찍지 않는 단어다.

-310쪽

 

책들은 나에게 다른 삶을, 더 크고 더 잘 떠받쳐주는 틀을, 삶을 긍정하는 틀을 알려주었다. 당시라면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나는 알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알 수 있다. (중략) 그 책이 붕괴로부터, 무의미로부터, 전할 수 없는 사별의 슬픔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보루였다는 걸.

-314쪽

 

완벽한 도피가 덫이 되는 거야. 너도 아주 금방 알게 돼. 탈출하고 나면 그다음엔 탈출하는 역할을 연기하기 시작한다는 걸. 그리고 일단 네가 그 역할을 연기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네가 연기하는 역할에 걸맞게 너에게 반응해. 그렇게 너는 덫에 갇히는 거야. 그 덫이 네 삶이 될 수도 있어.

-415쪽

 

그리고 사별의 슬픔 또한 광기와 마찬가지로 해결되거나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걸 안고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익숙해지거나 익숙해지지 않는 것일 뿐. 디디온이 말한 소용돌이의 의미는 그 슬픔이 언제든 통보도 없이 다시 닥쳐오며, 끝내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의 일부분이다.

-421쪽

 

독서가 나를 구원했다. 어리석게 들릴 수 있는 말이고, 이런 말을 하는 게 민망하기도 하다. 과대망상이라거나 낭만적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고, 더 심한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이 진실일 수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고, 나에게는 진실이었다. 만약 그날 밤 내가 그 서점에 가지 않았다면, 그래서 에이드리언 리치의 낭독을 듣지 않았고, 『분노한 여자들』을 읽지 않았다면, 오드리 로드를 읽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431쪽

 

아웃사이더들. 항상 혹은 어쩔 수 없이 바깥에 자리한 사람들. 수줍거나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거나, 쉽게 우울증에 빠지거나, 때로 혹은 만성적으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거나, 과거의 이야기에, 트라우마에, 상실에, 아니면 그저 혼란에 빠져 옴짝달싹 못 하는 사람들. 이해받고 싶어서 과거에 관해 쓰고 또 쓰고, 매번 다시 바로 잡아보려고, 제대로 이해해보려고 시도하는 사람들. 글쓰기 자체가 살아가는 일의 실패, 정상적인 사람이 되지 못한 실패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방식이 된다. 그리고 당신은 정상적인 사람이 되기를 더는 바라지 않게 된다.

-448쪽

 

캠퍼스에서 나는 문학 전반에 걸쳐 광기가 줄곧 지배적인 주제 중 하나였음을 배웠다. 소멸에는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예의 바른 사회에서는, 심지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표현되지 않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줄 광기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수전 손택이 시몬 베유에 관해 우리에게는 그녀의 비이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라고 썼듯이. 광기 속에 진실이 존재한다. 자기 자식이 베유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아무도 없겠지만, 베유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었다. 손택에게 온전한 정신이란 타협, 거짓말일 수 있었다.

-474쪽

 

많은 경우에, 많은 사람에게 진단이 실질적인 고통의 경험을 포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이미 주어진 상태 안에서도 위안을 찾을 방법이 우리에게는 많이 있다. 이는 어느 수준에서는 늘 불가해한 부분이다. 이것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다. 이것이 내게 다른 여자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던 이유다. 내가 이 의사도 그들을 알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501~502쪽

서평

“정신병원이라는 제도적 공간에 스며든 통념적 은유를 파고들며

비판적 성찰을 바탕으로 회복의 여정을 서정적으로 빚어낸 책.”

―나타샤 트레스웨이(퓰리처상 수상 작가)

 

★ 퓰리처상 수상 작가 나타샤 트레스웨이 강력 추천

★ 〈릿헙〉〈뉴요커〉 등 다수의 매체 선정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읽기는 어떻게 나를 다시 일으켰는가

정신병원 입원 시절에 대한 회고와 문학 읽기를 교차하며

‘미친 여자’에 대한 낙인을 재전유한 탁월한 에세이이자

우리 시대 여성 문학의 중요한 성취

 

여성, 정신의학, 읽기와 쓰기, 자기 돌봄에 대한 깊은 성찰과 그 탁월한 문학적 형상화로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수잰 스캔런의 신간 『의미들: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정신병동 장기 입원과 낙인의 기억을 문학 읽기 경험에 겹쳐내며 다시 써 내려간, 회고록과 문학비평을 아우르는 눈부신 에세이다. 인용과 기록, 성찰과 비평이 콜라주처럼 맞물리는 형식을 내세워 회고록과 문학비평의 경계를 확장해냈다.

 저자는 특별히 실비아 플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 버지니아 울프,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재닛 프레임 등 마음의 고통에 천착했던 여성 작가들의 문장과 자신의 경험을 교차해 쓰면서 ‘고통의 언어’를 ‘의미의 언어’로 이행시키고, ‘미친 여자’라는 낙인의 존재를 성찰의 주체로 재전유한다. 나아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읽기가 어떻게 돌봄이 되는가”를 증언하며, 상실의 자리에서 삶의 의미들을 회복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문학에 얽힌 삶, 삶에 얽힌 문학

마음의 고통을 회복하는 여정에 문학이 있었다

 

문학과 광기는 다양한 경로에서 접점을 이루고 연결되어왔다. 특히 페미니즘 문학 비평에서 은유로서의 ‘광기’는 이미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 잡았다. 미친 여자들이 등장하는 문학작품 속에서 이들을 미치게 만든 사회문화적 맥락을 읽어내거나, 신경쇠약에 (혹은 ‘히스테리’에) 시달리는 여성 작가들의 글을 그들의 삶과 연결 짓거나, 아예 하나의 문학적 전통으로서 ‘미친 여자’라는 존재를 조명하는 비평들이 숱하게 존재했다.

 『의미들: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은 이 연결 고리 끝에 ‘문학에서의 광기에 천착하는 독자’라는 의미심장한 축 하나를 더하여 삶을 지탱하는 문학의 자리에 가닿으려는 시도다. 저자는 자신을 취약하게 만든 불안, 우울, 상실, 소외 등의 감정을 예리한 감각으로 들추면서 그러한 감정들이 문학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어떻게 다시 우리의 삶으로 되돌아오는지, 그리고 그렇게 되돌아온 빛이 어떻게 다시금 삶에 전념하는 힘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다층적인 겹과 결을 지닌 텍스트다. 문학사 속 ‘미친 여자들’을 재전유하겠다는 목표를 품은 문학비평서이기도 하며, 장기 입원 환자로서 정신 의료 체계의 문제를 고발한 르포르타주이기도 하고, 저자가 자신의 ‘미쳐 있던 시절’을 기록한 내밀한 회고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겹겹의 의도들은 파편적으로 흩어지지 않고 마침내 하나의 커다란 숲을 이루어 삶과 문학의 관계를 단단히 다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입원 환자의 상황에 감정을 이입한 상태로 정신 의료 체계 전반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과정은 가장 문학적인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나가는 여정이 되고, 깊은 우울에서 빠져나오는 회복의 과정은 독서의 가장 강렬한 동기가 된다. 문학을 통해 삶에 달라붙은 슬픔에 더 명료하게 다가서면서, 문학이 다시 예술과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런 여정의 끝에 이르면, 저자가 들려준 이 모든 이야기가 우리 모두 언젠가는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상실, 그 자체에 대한 애도이자 위로였으며, 그것이 곧 문학의 본질이기도 하다는 점이 따뜻한 빛 속에서 드러난다.

 

정신병동에서 보낸 삼 년, 아픈 시절에 대한 회고

진단명으로 축소될 수 없는 삶의 서사를 기록하다

 

아일랜드계 이민자 출신 가족, 독실한 가톨릭 전통, 시카고에서 80킬로미터 떨어진 교외 백인 거주지를 배경으로 자란 저자는 스무 살 때 대학 진학을 위해 뉴욕으로 이주한다. 전자레인지에 구운 감자 외의 다른 음식들은 절대 삼킬 수 없고 아무와도 얘기하지 않고 여러 날, 여러 주를 보내는 게 일상이 되었다. 마음의 바닥에서 몸부림치던 저자는 결국 뉴욕주립정신의학연구소라는 고풍스러운 건물의 돌계단을 올라 5층 병동에 입원한다.

 저자가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시기는 ‘되찾은 기억’이라는 개념이 정신의학의 방법론으로 주목받을 때였다. 저자는 의사들에게 “다른 무슨 일이 있었죠? 천천히 생각해봐요”라는 요청을 반복적으로 받았다. 저자는, 환자들은, 그러한 의사들의 기대에 부응해 ‘기억 만들기’에 열심히 동참했다. 그리고 그러한 상담의 끝에 ‘화학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알려진 약물들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환자가 의사에게 털어놓은 비밀들은 그들이 겪는 모든 고통을 풀어줄 열쇠가 될 수 없다. 정신 건강을 고립된 하나의 현상, 즉 ‘화학적 불균형’의 문제로 소환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자는 정신병동에서 대체로 ‘기분부전증’ ‘만성우울증’ ‘양극성장애’ 등의 진단을 받고 이와 관련되어 있다고 하는 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그렇게 삼 년 동안 저자는 오히려 병적인 상태에 익숙해지고, “정신과 환자로 지내는 데 점점 능숙해졌다.” 저자가 병원을 나온 것은 정신 질환 환자에 대한 복지 서비스가 축소되면서 더 이상 장기 입원 병동을 운영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미친 여자들’이 창조한 문학의 공간에서

회복의 디딤돌이 될 나의 이야기를 찾아 나가다

 

다소 억압적인, 혹은 효과적이지 않은 정신병동에서 보낸 날들은, 그러나 저자에게는 자신의 광기를 들여다보고 공부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환자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 의사들이 환자들로 하여금 만들어내기를 원하는 이야기들, 백색소음을 느낄 정도로 고요한 침묵 속에서 진행된 의사와의 상담 시간, 웃지 않는 여자들, 너무 웃는 여자들, 온갖 창의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자기 파괴적 행위, ‘공허함’이라는 단어에 공통적으로 반응하는 환자들. 저자는 자신의 고통을 ‘학대받은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으로 환원하려는 시도에, 자신의 존재가 ‘우울증 환자’라는 진단명으로 축소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끈질기게 저항한다.

 저자는 정신병동에서 삼 년을 보냈고, 이후로도 몇 년은 그 흔적을 달고 살았다. 그 시절, 저자의 공허함을 메운 것은 문학이었다. 무엇보다 엉망진창인 삶을 살다 간 ‘미친 여자들’이 써 내려간 문학작품들이었다. 붕괴의 가장자리에서 빚어낸 통곡과 그리움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문학. 그 공간에서 광기는 해소되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나를 당혹스럽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모든 것에 관한 진실”에 다가가는 통로였다. 그리고 문학사 속 ‘미친 여자들’과의 정신적인 연대를 구축하는 가운데 저자는 마침내 자신의 고통을 더 큰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는다.

 저자가 ‘형태 없는 슬픔’ 혹은 존 디디온의 표현을 빌려 ‘슬픔의 소용돌이’로 설명하는 상실감은 의학적 서사에서는 ‘우울증’ 혹은 그와 비슷한 공식적인 진단명으로 축소된다. 그러나 이름 붙일 수 없고, 또 명명할 수 없기에 해소할 길도 없어 보이는 이 감정들이 문학을 만나면 폭발적인 공명음을 일으킨다. 저자는 이를 “허기를 품고 읽었고, 무언가를, 밑바닥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묘사한다. “집어삼킴이었다”라고 표현될 만큼 조금의 거리감도 허용하지 않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저자는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실비아 플라스를, 버지니아 울프를, 오드리 로드를, 쥘리아 크리스테바를, 재닛 프레임을 “집어삼켰다.”

 

“네가 네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그들이 이길 거야”

연약한 자아가 문학을 통해 자기 서사를 만들기 시작할 때 일어나는 기적

 

두려움 없이, 때로는 죽음을 불사하고라도 욕망을 갈망하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인물들, 실비아 플라스의 자기 파괴적인 자아, 학습된 무기력에 광기로 저항하는 샬럿 퍼킨스 길먼의 미친 여자, “당신의 침묵은 당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라고 말한 오드리 로드, 그 밖에 광기와 함께 살면서 그 증상으로 환원할 수 없는 성취를 거둔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이 저자의 삶을 가로질러 그녀의 언어를 직조하는 재료가 된다. 그것은 “엄마를 잃은 내 슬픔을 담아낼 서사의 틀”이고, 광기를 다른 무엇으로, “당신이 그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무엇”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며, 결국에는 짐짓 확고해 보이는 진단명과 같은 덫 사이에서 나의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의미들』은 우리가 맞닥뜨리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품고 살아갈 ‘의미들’을 발견하고야 말겠다는 한 탐험가의 처절한 기록이다. 저자가 퇴원을 앞두고 있을 무렵, 한 간호사는 저자에게 “네가 너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이 네 이야기를 하게 될 거라고.” “내가 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이길 것”이라는 절박함이 느껴지는 문장 사이사이, 독자들은 취약한 자아가 뿜어내는 전복적인 서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승리나 구원이 아닌, “언제든 통보도 없이 다시 닥쳐오며 끝내 해소되지 않는” 슬픔 또는 광기에 익숙해지는 일, 혹은 익숙해지지 않는 일. 그것을 나라는 존재의 일부분으로 끌어안는 일. 『의미들』 곳곳에는 그러한 고군분투가 있다.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의 저자가 일구어낸, “자아와 텍스트 사이 흐릿해지는 경계”에서 만나는 강렬한 독서의 경험을 갈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의미들』은 그렇게 읽어낸 문학을 다시금 현실로 만드는 작업의 일환으로서, 문학을 “그 어떤 진단보다 훨씬 더 실제적인” 것으로 우리에게 선사해준다.

저자소개

저자 : 수잰 스캔런
미국의 작가. 시카고 인근에서 태어나 자랐다. 바너드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시카고예술학교 등 여러 대학교에서 창작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버지니아 크리에이티브아트센터, 옥스보 아티스트레지던시, 래그데일 재단으로부터 펠로십을 받았으며, 〈그랜타〉 〈펜스〉 〈하퍼스 바자〉 〈아이오와 리뷰〉 〈로스앤젤레스 북 리뷰〉 〈일렉트릭 리터러처〉 등에 에세이와 소설을 연재해왔다. 스캔런에게 글쓰기는 삶을 예술로 변모시키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자기 삶을 형성하는 힘이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소설 『유망한 젊은 여자들(Promising Young Women)』을 논픽션 소설로, 두 번째 소설 『그의 서른일곱 번째 해, 인덱스(Her 37th Year, An Index)』를 허구적 회고록으로 스스로 명명할 만큼 삶의 재료를 바탕으로 글을 써왔다.
『의미들』은 이런 작가가 쓴 진정한 의미의 회고록으로, 어린 시절 해소되지 않은 슬픔에서 시작해 스무 살에 자살 시도를 한 뒤 정신병동에서 보낸 삼 년의 장기 입원 시절을 스스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정신 질환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생산하기도 하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성찰이 한편에,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병원 밖 삶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여정이 다른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강렬한 책에서, 스캔런은 의료계의 “말끔한 구원의 서사”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미친 여자들”이 직조해낸 문학작품들에 기대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이 책은 출간 후 〈뉴욕 타임스〉, 〈뉴요커〉 등 주요 매체의 호평을 받으며 동시대 여성 문학의 중요한 성취로 자리매김했다.
번역 : 정지인
『욕구들』 『호라이즌』 『빛을 먹는 존재들』 『자연에 이름 붙이기』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우울할 땐 뇌과학』 『마음의 중심이 무너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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