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_
『헤테로피아 시학』은 장소와 공간에 관한 단순한 발견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에 대응하는 시인의 이의제기가 기지의 장소와 공간을 가로질러 새롭게 형성하는 미지와 예감의 시적 지평을 구현하고 있다. 시대적 격변 속에서 개별 시인들이 보인 헤테로토피아의 양상을 다층적으로 서술한 이 역서에서 우리는 시대 상황에 부단히 대응하는 역동성과 생성의 시적 벡터들을 만나게 된다. 이는 앞선 저자의 저작인 『문학의 헤테로토피아는 어떻게 기억되는가』를 훌쩍 뛰어넘는 장관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김수영, 박인환, 박재삼, 김춘수, 김종삼, 전봉건, 이성복, 최승자, 황지우, 김혜순, 김언희, 이원, 기형도, 고정희, 유하, 장정일, 허수경 등을 망라하여 읽었으니 현대시사의 패러다임을 헤테로피아의 정동으로 전환하여 새롭게 서술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놀라운 작업은 경험이 사라지고 위기가 만연한 오늘의 현실에서 시가 지닌 예지와 이타성을 뚜렷하게 건져올린 흔치않은 시학적 사건이 되리라 믿는다.
구모룡(문학평론가, 한국해양대 명예교수)
나는 시인 김지율을 먼저 안다. 그의 시들은 세련과 균형을 함께 갖춘, 쉬 들뜨는 법 없는 침착함과 단아함으로 내게 기억되어 있다. 학인으로서의 그의 또다른 고심이 투입된 이 저작을 읽으며, 특히 한국 현대 여성 시인들의 세계를 면밀히 짚어나가는 지점에서 김지율의 섬세하고 풍부한 읽기가 단연 이채를 더 발하고 있음을 보았다. '방법으로서의 헤테로토피아' 또한 그 대목에서 더 생기를 얻고 있다. 그는 집요하고 성실한 사람. 미루어 확신컨대, 연구에서건 시작에서건 그의 공부는 장차 그 돈독함을 더욱 깊이 더해갈 것이 분명하다.
김사인(시인)
이 책은 “모든 장소는 이야기”라는 명제에서 출발해 해방 이후 한국 현대시의 공간을 헤테로토피아의 시선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전쟁·산업화·민주화·디지털 시대로 이어지는 우리 사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시인의 감각과 기억이 빚어낸 다양한 장소를 촘촘히 읽어내며, 그것을 통해 시가 할 수 있는 삶의 윤리적 실천을 일깨운다. 시인이며 문학연구자인 필자의 예술적 감성과 학문적 성취가 짙은 밀도로 농축된 이 책을 문학과 문학의 공간적 상상력을 넓히고 탐구하려는 이들에게 강력히 권한다.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