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춘천의 가문 — 조선시대 춘천 입향 가문들의 발자취를 쫓다
도서출판 산책이 조선시대 춘천 지역의 입향(入鄕) 가문사를 정리한 인문교양서 ‘조선시대 춘천의 가문’을 출간했다. 고려 후기부터 조선 후기까지 춘천에 뿌리내린 주요 가문의 발자취를, 문헌 기록·유물·현장 답사를 토대로 살펴본 책이다.
춘천은 예로부터 ‘수춘(壽春)’이라 불렸다. 유학자 연정 최좌해는 ‘퇴록’에서 춘천을 오래 사는 땅으로 풀이하며, 산천의 기운과 정신의 안식, 물산의 풍요를 그 근거로 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기록을 단초로 삼아 춘천이 왜 수많은 가문의 정착지가 되었는지 그 흐름을 짚는다.
책은 1부 고려시대 입향 가문, 2부 조선 전기, 3부 조선 후기 가문으로 나뉜다. 개국 이후 한양·경기권에서 내려온 양반가, 전란을 피해 이주한 가문, 당쟁을 피해 낙향한 인물들까지, 춘천은 시대적 격변 속에서도 안정적인 삶터를 제공하며 여러 세거 문중을 형성했다.
선산 김씨, 수성 최씨, 원주 원씨, 전주 이씨 등 이름난 가문들이 춘천에서 서원과 향교를 중건하고 읍지를 편찬하며 지역 문화를 일으킨 사례가 소개된다. 족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문이 지역 공동체 속에서 어떤 문화를 만들어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의 원칙은 분명하다. 입향조가 명확히 확인되고 사료가 뒷받침되는 가문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현장 탐사와 문헌 연구를 병행해 신뢰도를 높였으며, 문학작품과 구비문학까지 보강해 지역 인문지형을 입체적으로 서술했다.
책 말미에는 ‘조선시대 춘천지역 출신 문과(文科) 급제자’ 부록이 실려 있다. 문과 급제자 30명, 생원 110명, 진사 114명 등 총 254명의 명단은 춘천이 단순한 지방 도시가 아닌 학문적 저력을 지닌 고장이었음을 보여준다. 향토 연구자뿐 아니라 교사·학생들에게도 활용 가치가 높은 자료다.
‘조선시대 춘천의 가문’은 방대한 역사서는 아니다. 오히려 지역의 뿌리를 이해하려는 독자에게 열린 안내서다. 춘천 입향 가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우리 삶의 뿌리는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건네는 이 책은, 오늘의 독자에게 지역 정체성과 삶의 터전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