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김춘남의 동시는 분위기가 무척 활달합니다. 이것은 그의 동시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밝고 건강한 마음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동시를 읽다 보면 괴롭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금방이라도 동시집 안으로 풍덩 뛰어 들어가 작품 속 등장인물들과 어울려 ‘음악 줄넘기’도 하고, 수박밭에서 ‘숨바꼭지(질)’도 하며 한바탕 신나게 놀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남들은 나를
비행소년이라
부른다.
그래 맞다.
나는
슈퍼맨!
책만 펼치면
정말로
새처럼 날 수 있다.
- 「슈퍼맨」 부분
동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이 동시에서 ‘“비행소년”은 중의적 의미를 띠고 있습니다. 사회에 해가 되는 범죄를 저질렀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비행소년(非行少年)과 비행기 따위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자유롭게 공중을 날아다니는 비행소년( 飛行少年) 그 두 가지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전자의 의미로 이 동시를 읽는다면 남들의 시선이나 편견 따위는 무시하고 자신만의 꿈을 위해 힘차게 날아가는 주인공 아이를 만날 수 있고, 후자의 의미로 이 동시를 읽는다면 좋아하는 책 읽기를 통해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는 주인공 아이와 만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읽든 상관없습니다. 이 동시를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슈퍼맨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시민공원 놀이기구 에어바운스
등이 하얀 고래를 닮았다
아이들이 몰려와 함께 뛴다
파도치는 바다에 빗방울처럼
또롱또롱통통통 퉁탕퉁탕쿵쿵
또롱또롱또로롱 또로롱통통통
하얀 고래 에어바운스, 고래 등에
겁 없는 어린 새우들이
고래고래 소리치며
뛰고 또 뛰고
이리저리 뒹굴뒹굴
여기저기 쿵쾅쿵쾅
에어바운스 고래와 함께
마구마구 신나게 방방 뛴다
- 「고래와 노는 아이들」 전문
시민 공원에 있는 놀이기구 에어바운스를 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시인은 놀이기구 에어바운스를 보고 “고래”를 떠올린 다음 그 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어린 새우”에 비유하여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롱또롱통통통 퉁탕퉁탕쿵쿵/또롱또롱또로롱 또로롱통통통”과 “이리저리 뒹굴뒹굴/여기저기 쿵쾅쿵쾅”과 같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하여 뛰어노는 아이들이 모습을 더욱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 줄 한 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마음이 절로 흥겨워집니다.
◎ 시인의 말
동시를 쓸 때 나는, 어느 심리학자의 “충조평판 하면 안 된다”는 조언을 꼭 명심한다.
조선시대 관직명 같은 충조평판은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줄임말이다.
일찌기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하였거늘, 어린이에게 동시로 무얼 가르치려 하지 말고 가려운 곳 긁어주는 효자손 역할만 하면 된다.
내가 쓰는 동시는 그냥 좋고 마냥 재미있고 하냥 즐겁다.
동시의 매력은 천진난만, 생기발랄, 흥미진진이다.
동시야말로 엄마 사랑처럼 무한 ‘열린 마음’이다.
2025년 김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