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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문장들에게


  • ISBN-13
    978-89-7973-653-3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전망 / 도서출판 전망
  • 정가
    10,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9-3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시 #편지시집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5 * 195 mm, 160 Page

책소개

〈무크지 시움〉 시인들이 기후시집 『지구는 난간에 매달려』 (2023), 생명시집 『먼지였다가 연잎이었다가 구렁이였을』(2024)에 이어 편지시집 『미래의 문장들에게』(2025)를 묶었다. 이번에 펴낸 『미래의 문장들에게』(2025) 편지시집에는 무한경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 젊은이들에게 삶의 선배로서 시인들이 보내는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담았다. 편지 형식의 시편들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듯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긴 여운과 깊은 울림이 있는 말을 건넨다.

〈무크지 시움〉 시인들이 띄우는 편지시는 무한한 연대의 공감•소통 시집이다. 우리들의 스산한 마음에 온기를, 운동화를 단단히 묶고 아침을 열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자신을 응원하는 이들이 늘 함께한다는 든든함을 전해 주려는 마음을 모아 미래 세대와 소통하려는 시(詩)적 몸짓이자 행동이다.

〈무크지 시움〉은 시대에 절실한 문학의 책무를 기억하고, 공존의 능력을 가꾸기 위해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팬데믹을 겪던 2020년에 만든 시인들의 모임이다. 보다 깊은 상상력과 풍요로운 감수성으로 세계와 인간의 모든 문제에 다가가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문학이 인류에게 선물할 수 있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함께 시(詩)작업을 하고 있다

목차

지나보니 알겠더라/ 강정이

네가 혼자라고 느낄 때 열어보는 편지/ 강혜성

광장의 딸들/ 고명자

QR코드, 미완의 편지/ 권애숙

수레국화를 누가 수레바퀴라 부를 때/ 김곳

산소 같은 세상을/ 김도우

시윤에게/ 김려

짱짱아, 짱짱하게/ 김명옥

더디게, 아주 더디게/ 김사리

안녕, 봉래산 정령의 아이들아/ 김수우

인사는 삼단 접이식으로/ 김수원

다시, 제자에게/ 김요아킴

미래의 문장들에게/ 김율

새봄, 오 새봄아!/ 김점미

먼 바다에게/ 김정희

베르테르가 견뎌야 하는 것들/ 김지숙

인디언 서머/ 김해경

쥐똥나무에게/ 김형로

미안하다/ 동길산

민아에게/ 박정애

행형에게/ 박춘석

Y의 기원/ 배옥주

흰제비꽃 같은 너에게/ 서경원

아노말리사에게/ 서유

K에게/ 서화성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장미/ 손음

미래야, 놀자/ 신정민

길동무/ 신진

현형에게/ 안규봉

촛불/ 안민

거울 속에는/ 안효희

레밍에게/ 오윤경

냉정하지 못한 내가 바보야/ 원양희

상실의 미학/ 이규열

생성하는/ 이소회

흔들려라, 청춘!/ 이은주

580일/ 이이후

스타티스에게/ 장이소

훈민정음의 봄/ 정경미

빛나는 그대에게/ 정선우

숲의 시간/ 정안나

키세스, 우리 같이 밥 먹으러 갈까요/ 정익진

자연사의 하루를 살길/ 정진경

두 아들에게/ 정희안

미래의 나의 시에게/ 채수옥

시간여행자/ 최승아

축시/ 최정란

H에게/ 한미정

팽팽하게 당겨진 길을 찾아/ 황길엽

 

작품 해설_김남영(문학평론가)

‘미’는 과거의 ‘도’를 기억하고, 다가올 ‘파’를 예감한다

 

약력

본문인용

베르테르가 견뎌야 하는 것들

 

 

 

김지숙

 

안녕? 어느새 장미꽃잎들 분분히 지는구나. 어떻게 지내는지….

  

네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 얼마나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으로 손 내밀었는지, 또 얼마나 환희에 찬 마음이었는지도. 너는 끝나지 않는 겨울 담벼락에 혼자 서 있던 사람. 밤의 어둠으로부터 누군가 와서 너를 데리고 어디로든 가주었으면 하던. 그런 너의 눈동자 속 장미가 그렇게 붉을 수가 없었지. 진정으로 무언가를 갈망하는 장미의 눈.

 

하지만 사랑은 결국 한 권의 책처럼 불타버리고 말았구나. 순수, 믿음, 약속, 이런 말들은 너무 쉽게 부서져 버리고, 갈피마다 푸르렀던 문장은 재가 되어 산산이 흩어져버리고, 사랑은 우리 영혼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존재를 녹여버리기도. 너는 다시는 사랑을 믿지 않기로 했을까?

 

그러나 넌 다시 사랑하게 될 거야. 사랑은 그런 거거든. 너의 영혼도, 너의 문장도 걱정하지 않아. 매번 무너지고 망가지는 그 폐허를 견디는 인내의 고투로부터 너의 사랑, 너의 자유, 너의 시가 다시 일어설 테니 말이야. 지금 네가 선택한 어둠과 고립과 침묵을 존중해. 네 그림자로 흠뻑 젖은 길, 그러나 네가 다 걸어가야 할 길이니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너의 걸음걸음을 믿어.

 

그날 밤 너와 함께 보았던 거기 키 큰 플라타너스가 베어졌더라. 무수한 너의 저녁과 묵음을 걸었다던 나무였는데…. 큰 그늘로 일렁이던 나무는 쓸쓸한 밑동으로만 남았지. 이 세계는 뭐든 가차 없지. 하지만 없애도 없어지지 않는 게 있지. 너도 알잖아? 생의 우울과 불안도, 아름다운 플라타너스와 장미도 너는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거야. 너는 너의 가장 성실한 증인이기도 하므로. 무엇보다 잊지 마. 너의 영혼은 영원한 봄의 아이란 것을!

 

 

 

 

쥐똥나무에게

 

 

 

김형로

 

이름이 못마땅한 게지

내 그걸 모르겠니

굴참나무 아저씨에게 소식 들었느니라

 

엄마도 네 나이쯤 그런 생각 들었단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지은 이름이지만,

 

빛나던 이름 중 얼마나 독한 것 많더냐

이름 귀하다고 몸도 귀해지더냐

 

이름 꾹 눌러 겨울나면

꽃은 또 피고

네 향기 얼마나 그득하더냐

 

이름 고약한 떡갈 아저씨도 그러더라

쥐새끼 같은 놈, 쥐똥 같은 놈은 있어도 쥐똥나무 같은 놈은 없다고

네 향기 더욱 아름답게 한 건 쥐똥이라는 이름이라고

 

우리는 반전의 하이킥을 세상에 쏘아 올리는 것이니

 

보렴 가을날이면

가지 끝 까맣게 영그는 것

그것이 이름이 될 때

우린 쥐똥만큼 낮은 서원을 매단 것이니

 

서로의 이름을 부르다보면

향기는 더욱 짙고 아름답게 물들어 갈 것 아니겠니

 

2025년 유월 쥐똥 꽃향기 속 에미가 보낸다

 

 

 

 

흔들려라, 청춘!

 

 

 

이은주

 

이 글은 너의 수레바퀴가 지나온 길, 지나갈 길, 그 길에 띄우는 대화야. 오래된 길의 궤적을 돌아다보는 일은 도래할 길을 위한 즐거운 여지이며 진중한 내포이지. 아침을 기다리며 마음을 비질하는 묵상이기도 해.

 

무대에 조명이 켜지면 너는 우리의 생을 노래했지. 시간의 비밀한 샘에서 익숙한 듯 낯선 혹은 낯선 듯 익숙한 청춘의 이야기를 길어냈지. 다정한 듯 냉혹한 혹은 붉은 듯 푸른, 청춘의 온도를 품은 음률을 새롭게 직조했지. 달콤쌉싸름한 사랑과 불안한 꿈과 은밀한 욕망이 파도치는 음률은 우리의 마음도 무대로 초대해 물결치게 했어.

 

너의 청춘은 여전히 촘촘하게 흔들려. 네가 그 흔들림을 설렘으로 노래할 때 햇살 가득 품은 잎사귀에서 종소리가 들리는 듯해. 잎맥마다 숨그물이 잎맥마다 숨소리가 열심으로 노래하듯 너의 청춘이 단단히 흔들려서 안심이야.

 

너‘들’의 여전한 꿈을 응원하는 여구한 엄마‘들’이 보내는 이 기도도 너‘들’의 흔들림에 함께하길. 너‘들’의 흔들림이 서로 감응하길. 너‘들’의 천천한 걸음이 천천한 반짝임으로 오롯한 별이 되길 저녁을 마중하는 노을을 띄워 보낸다.

 

 

 

 

숲의 시간

 

 

 

정안나

 

화천은 편의점의 군인 우체국의 군인 걷는 군인 여기는 숲의 도시랍니다 하는 청년들이 숲을 입고 있더라

 

끝에서 끝을 향해 1박2일 달려와서 우리는 말을 잃어가고 더 이상의 여지가 없는 곳에서 이른 점심을 불러 모았지 중얼중얼 춘천막국수는 빠져나가고 서툴러서 서두르는 말은 빠뜨리고 말아 전해지는 마음과 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헹가래를 치다 서로 빠뜨린 곳

 

부대로 들어가는 외길은 차들이 이어달리기를 하더라 어디서 출발했는지 모를 아이들이 너만의 일이 아니라며 이어졌지 끓어 넘치는 감정을 덮은 야구 모자는 교복 같은 흑백의 머리에 박혀 있어 창문으로 도망가는 줄담배에서 끓어오르는 연기는 살얼음, 살얼음

 

우리는 숲에서 눈 돌릴 수 없어 무명의 숲은 뿌리부터 달라 어떤 도피처도 결국은 숲으로 돌아가는 뿌리지 뿌리를 치른 수많은 무명의 그들이 있지 돌아온 거리에서 평생 우려먹는 술안주가 군대 이야기더라 지지 않고 그들의 자유가 되어 증명 되더라 숲의 시간은 미래의 자유가 되는 길이지만

 

코로나는 한번 안아줄 시간을 자르고 우리를 쫓아냈지 정신 차려보니 너는 없고 쏟아지는 길을 앞장서서 내려가고 있더라 네 뒷모습은 어찌나 큰지 집에까지 따라오고

 

학원에선 안 왔다하고 학원 간다고 나간 널 찾아 피시방으로 돌며 애걸복걸한 시간은 점잖게 제자리에 돌아와 있었지 일탈 할 곳도 찾아 나갈 수도 없는 곳에서 그때처럼 기다릴 숲의 시간

 

너는 군인에게 자식은 우리에게 맡기면서 기다릴게

서평

우리는 고정관념으로 너무나 쉽게 과거를 봉합하며 역사의 희생자들을 애도해 왔다. 고정관념은 두 가지 효과를 나타낸다. 하나는 관념을 상징화시킴으로써 공동체에서 언어를 발명하여 소통가능하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정된 관념 이외의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있다. 그들은 아버지의 형상 속에 숨겨진 권력의 신화가 우리 공동체에서 가능한 마지막 신화라고 맹신하는 자였다. 소위 꼰대라는 인간들이 말하는 “말세다.”라는 표현은 주로 자신들과 세대가 다른 그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믿는 고정관념이 흔들리는 순간에 나타나는 말이다. 그런 그들에게 대화는 이미 불가능하다. 아니, 그들에게 다른 세계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회는 가능할 수 있을까.    

지금-여기, 생명 권력에서 생명 정치로의 전환을 목격한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허무주의를 닮아 간다. 그 허무에 맞서서 연필을 들어 편지를 쓴다. 여기에 실린 시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입을 벌린 상처로서의 공백을 마주한 자들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시인들은 2023년부터 숲을 떠돌고 그 숲에서 생명을 발견하였으며 그 생명의 연장으로 연필을 깎아 2025년에 편지를 쓴다. 고정관념에 속지 않는 자들은 이제 방황을 끝내고 다가올 세계의 문을 두드린다. 그 소리가 편지가 되어 누군가에게 타전된다. 우편함에 편지가 왔다. 누군가 그 우편함의 문을 여는 이가 있을 것이다.  남의 편지를 훔쳐 읽는 것만큼 자신의 욕망을 움직이는 것도 없다.

― 김남영(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엮음/냄 : 무크지 시움
무크지 <시움>은 이 시대에 절실한 문학의 책무를 기억하고, 공존의 능력을 가꾸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보다 깊은 상상력과 풍요로운 감수성으로 세계와 인간의 모든 문제에 다가가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문학이 인류에게 선물할 수 있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출판사소개

1992년 설립된 부산 소재 출판사.
* 시, 소설, 수필, 문학평론 등 문학 중심 서적 발간.
* 그 외 문화비평, 인문학, 번역서, 사진집 등 단행본 다수 발간.
* 1999년부터 시전문계간지 <신생> 발간(현재 통권 95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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