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기후 위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지구의 환경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어느 개인, 어느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관심사입니다. 이 동시집에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다룬 작품이 여러 편 등장합니다. 1부의 「무꽃」, 「걱정」, 「가뭄」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평소 시인이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플라스틱
스티로폼
넘쳐나는 쓰레기들
온몸으로 밀어내느라
쉴 틈이 없다
철퍼덕철퍼덕
철퍼덕철퍼덕
- 「파도」 전문
폐그물이나 버려진 어망, 바다로 흘러 들어간 해양 쓰레기로 해마다 많은 수의 해양생물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 동시는 ‘파도’를 등장시켜 해양오염의 실태를 실감 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쓰레기들”로부터 바다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싸우고 있는 파도의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옵니다. 요란한 수식 없이, 큰 목소리 없이 시인이 의도한 바를 잘 전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까만 냥이
한 마리
밤을 덮고 잔다
이야옹!
이야옹!
외로움도 까맣다
- 「밤」 전문
이 동시는 “까만 냥이/한 마리/밤을 덮고 잔다”에서 보듯이, 시인이 밤길에 목격한 길고양이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진술이 없어 고양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모르지만, 마지막 연의 “외로움도 까맣다”를 통해 그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까만색의 고양이와 어두컴컴한 밤의 조화도 인상적이지만,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길고양이의 심정을 “까맣다”에서처럼 색깔도 표현한 점이 매력적입니다. 한 편의 시로서도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 시인의 말
내게 동시란?
가슴을 설레게 하는 친구 같고
그늘진 마음 밝혀줄 햇살 한 줌 같고
얼룩진 마음 씻어낼 샘물 같고
시간 속에 빠져드는 꿈속 같은 것입니다.
꽃샘추위에 얼굴 내민 꽃잎들,
겨울바람맞으며 떠도는 개, 고양이를 떠올리는 일
동시를 쓰면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미역을 입에 문 채 잡혀 온 전복에 대해
꽃을 피우느라 사부작사부작
밤새 분주했을 꽃나무들에 대해
시를 쓰면서부터 더 크게 다가왔지요.
이런저런 일들이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은
동시 속에서 자란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