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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몰퍼스


  • ISBN-13
    979-11-7040-355-5 (04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열림원 / 도서출판열림원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9-24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해솔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시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0 * 215 mm, 188 Page

책소개

언어가 무너진 자리에서

끝내 사랑을 발명하려는 목소리

 

김해솔 시인의 첫 시집 『아몰퍼스』가 열림원 ‘시-LIM 시인선’의 세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2023년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해솔 시인은 “자유롭고 대담한 시상” “삶의 진정성에 기반한 언어”라는 평을 받았다.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연작과 「아우또노미아」가 선사하는 사랑의 밀도, 「아몰퍼스」라는 제목이 함의하는 무정형의 감각은 일찍이 기대를 모으며 “습작의 축적과 역량에서 큰 기대를 모으는 시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아몰퍼스』는 제목처럼 비정형의 상태를 전면에 내세운다. 단단히 응고되거나 투명하게 가시화된 세계 대신 파열과 균열, 붕괴와 복제, 오류와 변형을 통해 고정되지 못한 언어와 존재를 드러낸다. 언어의 불안정성과 동시에 그것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한다. 그리고 이 시도의 가장 깊은 바탕에는, 타자와 세계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사랑의 의지가 놓여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아몰퍼스

이징 모형

루트, 야떼모야

누워 있다

챠우챠우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비가 내린 날은 4월 7일이 아니다

아우또노미아

아우또노미아

에코그라피

아나모사

공중 공간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

느낌의 기원

베단타

반입자

아몰퍼스

껍질을 까지 않은 채 달걀을 먹었다면, 지구 정도는 지켜 줘도 괜찮잖아?

모브, 사이코, 100

떠올리면 복잡한 마음이 든다

예언가들

창조적 퇴화

내 대리인의 목

기억한다

초유체

일 칵토 히포포타모

버드

부러진 지구는 개구리 뒷다리를 모른 척했다

너무 강한 마음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선인장 하마

토러스 틱택토

튜링 기계

미소 중력

어부는 바다에 그물을 던졌다

정확하고 장황하게 펼쳐진 초원

채채로서의 5월 35일

제2법칙

그러자 직선 하나가 그어진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2125

초개체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해설

픽스 아몰퍼스 1인용 TRPG | 멜트미러(게임개발자·영상작업자)

본문인용

내 상상 속 도서관에 앉아 책 태우는

 

아이를

 

한 명 상상한다. 이 아이는 내가 상상하는 도서관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믿지 않아도 이 아이는 상상할 수 있지. 상상하지 않아도 함께일 수 있지. 함께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다는 걸 내가 이 아이를 만나기도 전에 알았다면. 그래서 내가 너를 낳았다면. 그게 네게 상처가 됐다면,

 

그럼 벌 받아야지.

 

그래서 벌 받았다. 네 옆에서.

너를 끌어안으면서. 그 무엇도 상상하지 않으면서.

_「아몰퍼스」에서

 

누가 좀

박제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를

우리 세 사람을

 

한 사람이 생각했을 때

 

자전거 한 대가 빛을 흡수하는 장면을, 다른 한 사람은 목격하게 된다 아니, 아니다 목격하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될 거라고, 한 사람이 중얼거렸을 때

_「루트, 야떼모야」에서

 

그 뒤로 너는

그 사람이 보고 싶어질 때마다

 

공허를 뜯어 먹었다

공허는 영양가가 없어 아무리 뜯어 먹어도 배가 고팠고

_「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에서

 

플라스틱 벽으로 조직된 실험실 안, 과학자들이 몰려 있다.

수군거린다.

 

오늘도 한 건 해냈군

사랑 하나를 또 발명해 냈어

 

이번엔 살릴 수 있을까?

_「아우또노미아」에서

 

만나면 좋은 아나모사인들은

만날 땐 좋지만

헤어진 뒤

좋았던 만큼 아프게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니 아나모사인들을

너무 자주 만나거나

좋아하진 마세요

그들은 당신을 떠나

그 존재가 생성된 곳으로 돌아갈 것이므로 물론

 

이 주의 사항엔 거짓이 섞여 있다

_「아나모사」에서

 

나는 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문이 잠깐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난 뒤 창밖으로, 펑펑 쏟아지는 눈 속을 걸어가는 너의 뒷모습이 보였고 작아지는 발자국, 그 위 쏟아지는

 

너를 나는 사랑해. 그러니까 죽지 마.

_「껍질을 까지 않은 채 달걀을 먹었다면, 지구 정도는 지켜 줘도 괜찮잖아?」에서

 

한 사람은 혼자 숲을 걷는다. 그 숲은 언젠가 두 사람이 함께 걷던 숲이다. 언젠가 숲의 끝에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한 번

 

그 사람이 뒤돌아봤을 때, 이름을 부른 사람이 웃는다. 그 사람은 모르게.

_「초유체」에서

 

바쁘다 바빠서 

좋고 바빠서 싫다 드디어 우리에게도

우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겼구나

미래를

기대하게 되고 말았구나 미래는

 

미네랄과 발음이 유사하다

미네랄은 

흙이나 돌 등에 들어 있는 천연 물질이다

_「버드」에서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배를 육지로 돌리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은 마침 빛과 바람의 방향이 일치하는 순간이었고 때문에 어부는

 

어쩐지 조금 울고 싶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읽고 너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_「어부는 바다에 그물을 던졌다」에서

서평

오늘도 한 건 해냈군

사랑 하나를 또 발명해 냈어

 

이번엔 살릴 수 있을까?

 

언어가 실패하고 무너져도

끝내 사랑을 발명하려는 목소리

 

김해솔 시인의 첫 시집 『아몰퍼스』가 열림원 ‘시-LIM 시인선’의 세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김해솔 시인은 “자유롭고 대담한 시상” “삶의 진정성에 기반한 언어”라는 평으로 2023년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와 「아우또노미아」가 선사하는 사랑의 밀도, 「아몰퍼스」라는 제목이 함의하는 무정형의 감각은 일찍이 기대를 모으며 “습작의 축적과 역량에서 큰 기대를 모으는 시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아몰퍼스』는 제목처럼 비정형의 상태를 전면에 내세운다. 단단히 응고되거나 투명하게 가시화된 세계 대신 파열과 균열, 붕괴와 복제, 오류와 변형을 통해 고정되지 못한 언어와 존재를 드러낸다. 언어의 불안정성과 동시에 그것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한다. 그리고 이 시도의 가장 깊은 바탕에는, 타자와 세계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사랑의 의지가 놓여 있다.

 

애도의 자리에서

다시 말하고, 또 고쳐 말하며 살아남는 화자

 

『아몰퍼스』의 시들은 구체적인 이미지와 문장의 연쇄를 끊임없이 흔들어 놓는다. 독자는 언어의 지층이 기울어지고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말은 투명한 매개가 아니라, 실패 속에서만 작동하는 기계처럼 나타난다. 그러나 그 실패야말로 시인의 언어가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는 조건이 된다. 소중한 존재를 상실한 사람은 존재와 함께 언어의 일부를 상실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고장 난 상태에서는 고통을 잊지 않는 것이 곧 기억의 방식이 되며, 애도는 고통과 함께 유지된다. 이 때문에 시 속 화자들은 고통 속에서 말을 반복하고 번복하며, 부정과 긍정을 오가며 언어의 파열 속에서 애도의 자리를 유지한다. 그러나『아몰퍼스』의 화자는 잦은 실패와 파괴 속에서도 끝내 언어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말하면서 살고 싶어진 사람”(「제2법칙」)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며 부서진 말과 시간을 쥔 채 누군가 자신의 고통을 발견해 주기를 기다린다. 수많은 번복과 수수께끼 같은 문장 속에서 간파당하기를 기다린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세계에서 믿음 없이도 소망하며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언어의 파열과 붕괴 속에서조차 다시 말하고 싶어지는 욕망, 이미 한 말을 고쳐 말하고 변주하는 충동이 『아몰퍼스』를 움직인다.

실리카겔과 에스파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영상작업자이자 게임개발자인 멜트미러의 해설은 이 시집의 실험성과 호응하며 또 다른 가능세계를 창조해 낸다. 일인용 TRPG 형식으로 쓰인 해설 속에서 “없애도 늘어나는 어휘” “오류 속 미학”과 같은 구절을 통해 언어가 망가져도 사라지지 않고 변형을 거듭하는 이 시집의 주제를 강조한다.

 

실패와 사랑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언어

 

김해솔의 비정형적 언어는 정상성의 언어가 포착하지 못한 세계를 드러낸다. 시인은 독자를 낯선 규칙과 불투명한 풍경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언어와 존재가 고정될 수 없는 조건 자체를 문학적 체험으로 바꿔 놓는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그 불안정한 언어의 자리에서조차 시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점이다. 실패와 오류를 거듭하는 말들 속에서 시인은 여전히 타자와의 관계를, 대화를 갈망하고, 언어를 통해 세계와 접속하려는 사랑의 형식을 실험한다.

『아몰퍼스』는 고통 속에서 언어와 희망을 의심하던 존재가 스스로를 긍정하게 되는 순간을 그린다. 동시에 고장 난 존재를 끌어안으려는 시도를 보여 주며, 언어의 불안정성과 그 속에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 모든 시도의 가장 깊은 바탕에는, 타자와 세계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사랑의 의지가 놓여 있다.

저자소개

저자 : 김해솔
2023년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책 『반입자』(2024, 글라프레스)가 있다.

김해솔(지은이)의 말

말하면
번복하고 싶어지는 나는
반박하고 싶은 말만 쓰고 싶다
고 쓰자
바꾸고 싶지 않은 말만 쓰고 싶어진 나는
어쩌지
어쩌면 좋지
중얼거리던 중 초파리에게
목덜미를 물렸다
초파리도 흡혈을? 묻자
아니오, 우리가 대답한다

2025년 9월
김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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