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 선정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 추천
★ 교사, 학부모, 청소년 100인 강력 추천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자리의 불안
그 끝에서 떨치고 일어나는 용기에 대하여
재치 있는 문장과 담백한 이야기를 쓰는 박하령 작가의 『의자 뺏기』가 돌아왔다. 소설은 쌍둥이 자매로 태어나 겪는 차별과 상실을 마주하는 언니 은오의 이야기다.
쌍둥이라서 그런지 사람들 눈에는 은오와 동생 지오는 비슷해 보이는 모양이다. 닮은꼴 외모는 보는 이들에게나 의미가 있지, 당사자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이는 어른들 눈에 비친 십 대는 비슷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엄마, 아빠는 마치 제비뽑기를 하듯 외가댁에 남겨둘 아이를 골랐다. 두 명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까. 은오는 외할머니 댁에 남겨지는 게 자신만은 아니길 간절히 바랐지만 소용없었다. 갑작스러운 이사나 전학은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가족과도 덩그러니 떨어진다는 건 받아들이는 준비가 필요했다.
은오는 더 이상 앉을 자리가 없다고 느꼈다. 학교와 사회는 둘째치더라도,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부터 자신의 자리는 불안했다. 빼앗긴 자리, 의자 찾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니, 이번엔 내 차례야!”
나약한 양보가 아니라 건강한 내 몫 찾기
우리는 경쟁에 익숙하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는 것부터 경쟁 구도가 발생한다. 이러한 경쟁은 입시, 취업 외 여러 삶 속에 녹아 있다.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닌 거다. 은오는 쌍둥이 동생 지오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게 습관이 됐다. 엄마는 그저 ‘믿는다’ ‘너밖에 없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해 버렸다.
엄마는 나에 대해 믿는 게 정말 많았다.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의 건강을 위해 맏이로서 양보를 해 주리라고 믿고, 착한 어린이답게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잘 지낼 것을 믿고, 이곳은 서울과 달라서 공부를 덜 하며 즐겁게 잘 지낼 수 있을 것을 또 믿는다며. 엄마의 낮고 부드럽고 달달한 말투가 너무 낯설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믿는다’는 말은 부드럽게 몸을 내리누르는 무거운 솜이불이 되어 나를 꼼짝 못 하게 했다. 그보다 더 강력 한 말은 “네가 지오보다는 더 착하잖니?”였다.
p.25
근데 왜 내가 걔한테 잘해야 해? 왜 내가 맨날 양보를 해야 하냐고!
p.157
서서히 밀려나는 자리를 눈치챈 지 오래됐다. 은오는 왜 자신만 묵묵히 견뎌야 하는지 생각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 거로 여겼던 믿음마저 사라졌다. 엉덩이만 겨우 걸치고 앉았던 의자에서 떨어진 느낌이었다. 이런 불안은 은오의 고유한 감정으로,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밀접하게 따라붙는다.
『의자 뺏기』는 자리의 불안을 다뤄 많은 이의 공감을 끌어올린 작품이다. 개인마다 의자의 위치와 모양은 다르겠지만, 고군분투하며 지키거나 빼앗으려던 시기가 있을 거다. 올바른 경쟁은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과연 나는 어떤 자리에 불안해하는지 그걸 어떻게 마주하는지 살펴보면 어떨까.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자기 몫’을 먼저 챙기는 발칙한 반란을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내 몫 없이는 남을 보살피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부터 잘 살피고 돌아보면서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자신을 위한 의자를 마련해 보라고 한다. 내 몸과 마음에 딱 맞는 의자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을 잊지 말자는 당부를 전한다. 새롭게 단장한 『의자 뺏기』로 내 자리와 그 안에 움츠렸던 용기를 발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