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는지 아니? '밤에 자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보렴. 나는 오늘 좋은 사람이었나?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내일 더 잘하면 돼.” (136쪽)
“도움을 거절하면 안 될 것 같다. 가끔은 남의 보살핌을 받는 것도 좋지.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법이니까.” (137쪽)
“솔직히 가끔은 접시 하나, 포크 하나를 넣고 돌리기도 해. 그 소리가 좋아서. 덜 외로워지거든. 바보 같지?”
“아뇨, 바보 같지 않아요. 저는 가끔 물 얼룩에도 말을 걸어요.”
“그래, 그 정도면 최악은 아니지.”
모슬리 씨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가끔 자기가 이 세상에 산다는 걸 확인하려는 것처럼 이상한 일을 해. 그렇지 않니?”
“그러게요.” (138쪽)
세상은 항상 위험했다. 위험은 사방에 숨어 있다가 생각도 못 할 때 튀어나온다. 튀르키예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마이클의 엄마는 어떤가. 느닷없이 점장에게 불려 가서 직장을 잃었다. 아이를 버리는 아빠와 엄마 들을 생각해 보라. 그 모든 게 사방에서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다. Y2K처럼.
“제가 엄마를 보살필게요. 그리고 모슬리 아저씨도요.”
마이클은 천장 얼룩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와 모슬리 씨한테 침대 밑에 챙겨 둔 생필품들을 보여 주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봤죠? 저는 모든 걸 생각해 두었다고요. 복숭아도 잊지 않았어요.' (147쪽)
“있잖아,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 집중해. 내가 하듯이 말이야.”
리지가 말했다. 눈은 여전히 바깥을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랬다.
“존재의 첫 번째 순간.”
“뭔 첫 번째 순간?”
“존재의 첫 번째 순간. 우리 엄마가 '현재'를 가리키는 말이야. 차를 타고 달리는 지금 이 순간.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 여기는? 이건 첫 번째 순간이야, 가장 중요한 순간, 모든 게 의미 있는 순간. 그래서 나는 내가 미래에 벌여 놓은 혼란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 미래, 그건 제3의 순간이야. 미래는 돌아간 다음에 걱정할 거야. 당장은 그냥 지금 여기에 있고 싶어. 너희랑 형편없는 음악을 들으면서.” (156~157쪽)
“그런 건 제3의 순간에 관한 생각이야.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 하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금을 살아야 해. 그게 첫 번째 순간이야.”
“첫 번째 순간.”
마이클이 웅얼거리자, 리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 이곳이 우리 인생 최고의 장소야.” (193쪽)
돌덩이는 마음에만 얹힌 게 아니었다. 몸에도 얹혔다. 전에는 겪은 적 없는 고통스러운 슬픔이었다. 마치 온몸의 근육을 모두 잡아당겨 가슴 한가운데 못으로 박아 놓은 것만 같았다.
죄책감이라면 많이 겪었고, 그것만으로도 무거웠다. 엄마가 해고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형편에 맞지 않는 비싼 신발을 선물로 받고 기뻐했다는 죄책감. 물건을 훔쳐서 침대 밑에 숨겨 두었다는 죄책감. 리지에게 감기를 옮겼다는 죄책감. 어제도 그제도 집에 남아서 아저씨와 함께 햄샌드위치를 먹지 않았다는 죄책감. (222쪽)
“요약서에 모든 내용이 담겨 있진 않아. 그건 불가능해.”
“사람들에 관한 건 없고 지진 같은 사건만 나오는 거야?”
“어떤 사람들은 나오지.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오는 건 아니야.”
마이클이 눈을 깜박였다.
“그러면 그걸로 끝이야? 아저씨가 죽었는데 기록도 안 남고 그냥 잊히는 거야? 아저씨는 역사에 안 들어가?”
“역사는 형편없는 사람들을 기억하기도 하고 훌륭한 사람들을 잊기도 해. 어쨌건 지금 여기서 너랑 내가 기억하잖아. 기비도, 너희 엄마도. 책에 안 적힌다고 그분의 삶이 시시했다는 뜻은 아니야.”
“아냐, 나도 알아. 역사는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나 세 가지 일을 하면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는 신경 쓰지 않아. 그런 사람들은 그냥…… 먼지야.”
“우리 모두 먼지야, 마이클.”
리지는 기침하더니 잠깐 말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모두 역사의 일부야. 너, 나, 기비, 모슬리 아저씨, 너희 엄마, 우리 엄마, 멍청한 비지까지.” (239쪽)
“사람은 누구나 실수해. 실수했다고 불행해져야 한다는 법은 없어.” (266쪽)
마이클은 숨을 깊이 쉬었다. 그리고 Y2K 대비용 물품이 든 가방을 기증 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집을 나설 때는 그렇게 무겁지 않더니 들고 오는 동안 점점 팔이 아파 왔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그제야 홀가분했다.
마이클은 부엌 조리대로 가서 필라델피아 이글스 로고가 박힌 지갑을 집어 들었다. 지금까지는 지갑을 갖고 다닌 적이 없다.
“오늘은 더 좋은 아이가 될게요, 아저씨.”
마이클이 속삭였다. (304~3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