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울타리를 밀어내고 내 안의 영토를 만들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남몰래 창작하는 힙스터들을 위한 큐레이션 1인 웹진 생존기
연말이면 각종 트렌드 보고서가 판치고, 조금이라도 남들과 다르면 괜히 눈치가 보여 무신사 교복을 사 입고, 주말에 영문도 모른 채 성수동에 가서 핫플 놀이를 하는 게 정답처럼 여겨지는 시대에서, 비주류로 시작해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아 결국 주류가 된 어느 20대 청년의 이야기는 ‘비주류’의 이야기일까, ‘주류’의 이야기일까.
‘정신 피폐해지는 하드코어 문학 6선’, ‘극도로 위험한 로스트미디어 자료들 TOP 7’ 등 독보적인 큐레이션으로 서브컬쳐 매거진의 하나의 장르가 된 푸더바의 첫 에세이가 출간됐다. 썩은 동태 같은 눈으로 엠엔엠즈라는 별명을 얻고, 강아지 털 알레르기라는 신의 저주를 받은 평범한(?) 비주류 인간 푸더바는 어떻게 자신만의 영토를 개척해 서브컬쳐계의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었을까?
나는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고, 듣지 않는 것을 들으며 지적 허영심을 느끼는 악취미를 가진 인간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않아 거의 새 책 냄새 풀풀 풍길 것만 같던 책들을 소개한 내 콘텐츠가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은 거다. ‘대체 왜?’ 아이러니한 상황, 그러나 하나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건 하찮은 내 인생에 굴러떨어진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비슷한 유형의 게시물 “보고 나면 후유증 심한 영화 TOP 7”을 포스팅했다. 그 결과, 이번에는 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더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아... 사람들은 이상한 걸 좋아하는구나?’ 푸더바는 그렇게 시작했다. _ 본문에서
“그(녀)의 책장에 이 책이 꽂혀 있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음지의 힙스터 창작자가 선택받는 콘텐츠를 만드는 법
“MINOR MAKES MAJOR.” 세상은 마이너한 문화가 메이저한 문화에 포섭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주류를 움직이는 음지의 힘은 모두 비주류의 취향과 감각에서 시작됐다. 트렌드를 만들고 세상을 움직이는 강력한 콘텐츠는 언제나 한물 지난 대중문화가 아니라 B급, 서브컬쳐, 오타쿠라고 무시당하던 비주류 문화의 양분을 먹고 자란다. 비주류 서브컬쳐 문화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과 감각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하찮고 괴상한 무언가를 만드느라 두 눈이 충혈된 창작자라면, 푸더바가 불안 속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경계를 넓혀나간 이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창작의 에너지와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류와 비주류 문화가 뒤범벅된 세상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브랜딩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서브컬쳐 리뷰가 뒤범벅된 이 책 한 권만으로도 그동안 감각하지 못하고 지나쳐 온 비주류라는 ‘절반의 세계’에 풍덩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