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람이 반드시 천주로 말미암아 낳으니라.
한 사람이 묻되, “처음으로 낳은 사람은 천주로 말미암아 낳았거니와, 지금 사람은 부모의 속으로부터 나오니, 천주가 아니 계신들 어찌 낳지 못하리오?”
대답하되, “처음 사람을 천주께서 아니 내셨으면 지금 사람이 어디로부터 나오리오? 또 부모의 능으로는 자식을 낳지 못하니, 말하자면 장인 이 그릇을 제 재주로 만들기에 임의대로 하여, 만들려 하면 만들고, 말려 하면 말고, 크게 하려 하면 크게 하고, 작게 하려 하면 작게 하니, 사람이 자식 낳기를 장인이 그릇을 만들듯이 제 재주로 할진대, 어찌하여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며, 아들을 낳고 싶어도 딸을 낳으며, 잘 낳고 싶어도 몹시 낳음이 있느뇨? 이를 보면 사람의 능이 아니라, 천주의 조화로 하시는 줄을 알 것이요, 또 장인은 그릇을 제 재주로 만들기에 그릇 만드는 묘리妙理(오묘한 이치)를 알거니와, 사람은 자식을 낳아도 그 이목구비耳目口鼻와 오장육부五臟六腑의 되는 묘리는 누가 능히 알리오? 오직 천주께서 신령하신 슬기로 마련하심이라.”
7. 천주가 본디 계시고 스스로 계시니라.
한 사람이 묻되, “만물이 절로 나지 못하여, 천주가 내어 계시다 하니, 이 천주는 누가 내었는고?”
대답하되, “만일 천주를 낸 이가 있으면 그 낸 이가 곧 천주가 될 것이니, 이제 일컫는바 천주는 좇아 난 데 없으시고 본디 스스로 계신지라. 대개 스스로 계신 자 하나가 먼저 있어야 만물이 다 이로부터 나나니, 나무로 말하면 잎은 가지에서 나고, 가지는 줄기에서 나고, 줄기는 뿌리에서 나니, 뿌리는 잎과 가지와 줄기의 근본이 되는지라. 근본의 또 근본이 어찌 있으리오? 또 수數로 말하면 만은 천에서 나고, 천은 백에서 나고, 백은 열에서 나고, 열은 하나에서 나니, 하나는 만과 천과 백과 열의 시작이 되는지라. 시작의 또 시작이 어찌 있으리오? 천주는 나무의 뿌리 같으시어 다시 뿌리 없고, 수의 하나 같으시어 다시 시작이 없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