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재를 믿고, 최고로 대우하라”
한국인 내부자가 말하는 넷플릭스식으로 일하는 법!
콘텐츠 제왕의 무대 뒤 비하인드 스토리
「오징어 게임」, 「킹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전 세계를 열광시킨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성공 뒤에는 어떤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었을까. 언론 기사로는 알 수 없는, 한국인 내부자가 직접 목격한 현실은 드라마보다 극적이고 때로는 냉혹하다. 넷플릭스를 시가총액 700조 원의 제국으로 만든 충격의 본질은 돈이 아닌 그들만의 일하는 방식이었다.
저자는 2019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재직 중 지원도 하지 않은 넷플릭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넷플릭스는 외부 헤드헌터도, 대규모 공채도 쓰지 않습니다.” 단 2주, 여섯 번의 인터뷰 끝에 파격 연봉이 제시되었고, 그는 한 시간 만에 계약서에 서명했다.
첫 출근 날부터 파격은 이어졌다. 출장 항공권, 호텔, 교통수단 선택은 전적으로 자율이었지만, 같은 날 옆 부서가 AI 자동화로 통째로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평균 이상의 인재와는 작별한다. 오직 최고만 남긴다.” 규정 없는 자율 뒤에는 3개월 내 퇴출도 가능한 냉혹한 책임이 숨어 있었다.
「오징어 게임」 글로벌 전략 미팅은 그 긴장을 상징한다. 출시 1년 전, 내부의 회의와 불신에도 불구하고 한 프로듀서는 “이건 통할 수밖에 없다”라는 확신으로 해외 성공을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형식적 보고서보다 담당자의 판단과 책임을 중시하며 의사결정의 전권을 위임한다. 상명하달식 통제가 아닌, 맥락을 공유하고 자발적인 판단을 이끌어내는 넷플릭스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넷플릭스 인사이드』는 이처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넷플릭스의 현실을 내부자의 생생한 경험으로 독점 공개한다.
특히 넷플릭스 창업자의 철학이 담긴 문서 「문화 메모」를 단순히 해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부에서 경험한 생생한 사건들을 토대로 실제 조직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충돌했는지 실무자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자유로운 문화 뒤에 숨은 정교한 설계, 구성원 간의 긴장, 파격적 운영 방식이 만들어낸 균형의 조건까지 디테일하게 짚고 있다.
왜 넷플릭스만 다르게 성장했는가:
자유와 책임을 설계한 독창적 시스템
넷플릭스는 단순한 콘텐츠 기업을 넘어, 전 세계 경영계의 이정표가 되었다. 『규칙 없음』, 『파워풀』 같은 기존 서적이 넷플릭스를 이상화된 시선으로 그렸다면, 이 책은 한국인 내부자가 직접 겪은 현실을 구조적으로 해부한다. 글로벌 컨설팅 경험을 더해 넷플릭스 문화가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떤 부분은 닮았는지 비교하며 통찰을 제공한다.
넷플릭스 성장의 핵심 엔진은 자유와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 F&R)이다. 단순한 자율이 아니라, 혼돈 속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게 만드는 정교한 설계도다. 목표는 분명하다. “덩치는 크되, 빠르고 유연하게(Big and Fast and Flexible).” 시가총액 700조 원의 거대 기업이면서도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게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스템은 9가지 핵심 가치(판단력, 커뮤니케이션, 임팩트, 호기심, 혁신, 용기, 열정, 정직, 이타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순환 엔진 위에 세워져 있다. 넷플릭스는 통제(Control)가 아니라 맥락(Context)을 제공해 구성원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왜 중요한가’를 이해하도록 만든다. 리더는 세세한 지시 대신 전략, 목표, 전제 조건, 역할, 이해관계,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한다.
또한 인폼드 캡틴(Informed Captain) 제도는 직급과 무관하게 프로젝트 리더에게 최종 결정권과 책임을 부여한다. 여기에 극단적 투명성과 지적 호기심이 더해져 부서 간의 장벽을 깨고, 협업과 혁신을 가속화한다. 넷플릭스는 “정보를 통제하는 조직보다, 정보를 신뢰하는 조직이 더 빠르고 강하다”고 믿는다. 이런 시스템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끊임없이 혁신하게 하고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가족이 아니라 프로팀:
넷플릭스식 초고성과 생존 법칙의 모든 것
“우리는 가족이 아니다. 프로 스포츠팀이다.” 이 한 문장은 넷플릭스의 인재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다. 안정과 보호가 아닌, 성과와 탁월함이 기준이다. 평균은 퇴출되고 최고만 남는다. 리더는 주기적으로 ‘키퍼 테스트’를 한다. “이 팀원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깔끔히 이별한다. 저자의 동료 K는 뛰어난 성과와 오랜 근속에도 불구하고, 상사 공석에 외부 인재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자 결국 회사를 떠났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잘할 사람’이 아니라 ‘이미 최고를 증명한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제법 괜찮음에는 미련이 없다. 이 과정에서 넉넉한 위로금을 주고 쿨하게 정리한다.
성과 측정의 기준은 KPI가 아니라 진짜 임팩트다. 절차 개선이 아니라 회사 전체에 변화를 일으키는 결과를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다. 보너스를 기본급에 포함시킨 것도 단기 목표에 매달리지 않고 장기적 몰입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법무팀 변호사가 법률 타당성 검토를 넘어 사업의 임팩트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고민한 사례처럼, 넷플릭스는 모든 직원이 “이 일이 실제로 만들어낼 변화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넷플릭스는 지시 대신 맥락 공유를 택한다. 무엇을 할지가 아니라 왜 중요한가를 이해하게 하고,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실행하게 만든다. 저자가 경험한 발화 마케팅 워크숍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마케팅 개념 도입 시, 본사 지침을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 “한국 시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발적 현지화를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 코리아의 마케팅 캠페인은 넷플릭스 콘텐츠보다 더 재미있다”라는 ‘발칙한’ 비전을 스스로 설정하고, 그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이것이 넷플릭스의 방식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침묵은 금이 아니다, 투명함이 금이다”라고 말한다. 직급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건설적 직설(Constructive Candor)을 실시간 피드백으로 주고받는다. 입사 초 용기 있게 발언한 저자에게 상사가 “옳고 그름보다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라고 말한 경험은 넷플릭스가 용기 자체를 시스템화했음을 보여준다.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책을 찾는 힘은 바로 이 문화에서 나온다.
우리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단순한 문화 탐사를 넘어 적용 가능한 실질적 매뉴얼
물론 넷플릭스의 문화를 그대로 옮겨 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넷플릭스조차 “우리는 모두에게 맞는 회사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넷플릭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 철학을 우리의 맥락에 맞게 부분 이식하면 충분히 현실적인 전략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 작은 실험부터: 특정 부서에 인폼드 캡틴 제도를 시범 도입해 의사결정 속도와 책임 소재를 검증한다.
• 피드백과 투명성 확보: 연말 평가 대신 프로젝트 종료 시점마다 상호 피드백을 도입한다. 피드백은 지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건설적 직설이어야 하며, 보상과 기회 배분은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다.
• 자율의 조건 설계: 자율은 혜택이 아니라 높은 기준을 충족한 신뢰의 결과다. 신뢰, 경쟁력 있는 보상, 과감한 이별이 먼저 설계되어야 한다.
• ‘회사에 최선’이라는 기준: 모든 의사결정은 “What’s Best for the Company(무엇이 회사를 위한 최선인가)”라는 질문으로 점검해야 한다. KPI도 필요하다면 과감히 수정할 용기가 필요하다.
• 문화는 행동으로 증명: 문화는 벽에 붙은 슬로건이 아니라, 누구를 승진시키고 누구와 작별하는지, 매일의 선택과 인정 속에서 드러난다.
넷플릭스식 문화는 법인카드 무제한이나 휴가 무제한 같은 겉모습이 아니다. 그것을 가능케 한 철학과 그 철학이 연결된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본질이다. “그 회사가 모두에게 맞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버전을 만들 수 있다”는 저자의 메시지처럼, 이 책은 ‘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라는 꿈을 현실화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