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인증을 논할 때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중국에서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공익을 위해 사익을 일부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물론 중국인 중에서도 강한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3년째 이어졌던 상황을 볼 때 확진자가 발생하면 개인의 동선을 공개하는 등 방역 최우선 상황에서 사생활의 일부 침해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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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배달 시스템의 발달은 은 역시 중국의 막대한 소비자 인구와 도시에 돈 벌러 올라온 시골의 농민공들 덕이라고 볼 수 있다. 배달 한 건에 손에 쥐는 돈은 고작 5위안(한화 1천 원)인데도, 교통 정체를 무릅쓰고 덥고 추운 날씨에 오토바이를 질주하는 저임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도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역주행에 과속을 일삼는 배달 노동자들이 가끔 밉기도 하지만 이렇게 싼 배달비에 20~30분 안에 음식이나 물건을 배달해주는 배달 노동자들에게 역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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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보면 미시경제와 거시경제가 다 보인다. 1천 원을 벌기 위해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과속을 일삼는 배달 노동자들의 신산한 삶도 보이고 이미 독점 수준인데도 더 독점을 강화하기 위해서 연구 개발비를 쏟아붓는 거대 기업의 전략도 보인다. 중국 정부가 거대 플랫폼 기업에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 및 반독점 조치를 계속 강조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마냥 때릴 수는 없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때문이다. 1,3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을 만들기가 어디 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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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은 동계올림픽을 맞아 새로 개통한 징장철도를 엄청나게 홍보했다. 관영 CCTV에서 고속철도 다큐멘터리도 제작하였고 중국의 발전상을 해외에 홍보할 때 항상 첫머리에 놓이는 것이 고속철인 것이 다 이유가 있었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손색이 없다. 더 놀라운 것은 경부선과 같은 400~500킬로미터 정도의 노선은 3~4년 만에 건설한다. 한국 고속철도의 경부선만 해도 공사 기간이 10년을 넘었는데 중국의 공사 속도는 가공할 만하다. 고속철도 건설 현장의 교각을 보면 ‘속도는 효율이고 시간은 금전이다’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이제는 우리가 아는 ‘만만디’ 중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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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없는 것도 있다. 모든 전철역의 플랫폼에 ‘방폭구’라고 해서 폭발물을 발견했을 때 여기에 폭발물을 집어넣고 뚜껑을 닫으면 폭발력을 최소화하는 직경 1미터 정도의 거대한 철제 구형 장치가 있다. 흡사 가마솥 두 개를 위아래로 붙여 놓은 모양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중국 정부는 정치적 테러에 매우 민감하다.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예방 조치는 다하고 갖출 수 있는 시설과 장치는 다 갖춘 듯하다. 이런 노력이 통했는지 최근 몇 년간을 돌이켜봐도 무차별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칼부림이나 폭발 등 대형 사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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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 번 힘든 경우를 당하게 되는데 국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상시에 으르렁거리다가도 불가항력의 재난을 만나면 서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비난을 하는 것은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중국이 대국으로서 관용과 배려와 여유를 갖는다면 주변국들에게 지금보다는 더 많은 존경을 받을 텐데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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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점은 우회전하는 차량들이 자전거나 보행자들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횡단보도에 서서 파란불이 켜져 건너려 하면 왼쪽에서 훅 들어오는 차들 때문에 놀란 적이 여러 번 있다. 속도를 낮추지 않고 그대로 우회전한다. 파란불이 떴다고 앞만 보고 걷지 말고 반드시 왼쪽에서 차가 안 오는지 확인하고 건너야 한다. 중국에 여행 오는 한국 관광객들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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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사람이 사람을 보는 눈은 장기적이고 예리하고 심층적인 면이 있다. 전문성이 중요하지만 충성
심도 있어야 하고 경험이 중요하지만 결국 인간의 본성이 좋아야 한다. 오래된 일이지만 내가 유학했던 중국의 대학 지도교수께서 제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做人最重要’.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반쯤은 덕성이 부족한 나에게 들으라고 한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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