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힘이 나요.”
집회가 끝나고 나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건강한 송신도 할머니, 쾌활한 송신도 할머니.
하지만 송신도 할머니와 가까이에서 지내온 우리들은 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아왔다. 할머니에게 혼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함께 울고 웃기도 하는. 그러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 준 할머니가 언뜻 이야기하는 기억과 생각 속에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밝힐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는 법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당사자신문을 하는 법정에서 긴장이 극에 달한 송신도 할머니의 강한 말투 뒤에 숨겨진 불안과 두려움을, 그리고 그 자리에서는 말할 수 없는 기억과 그 뿌리에 새겨 있는 깊은 상처의 존재를……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왜 내가 '위안부'가 되어야 했는지, 어째서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그 의미를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이런 나라니까 재판에도 지는 거야. 괜찮아. 재판에 졌어도, 송신도는 안 져! 근데 자네들은 어떡하나, 그렇게 열심히 해 왔는데 지원모임이 너무 가여워서 어떡해.”
“지금이 가장 행복해. 지원모임 여자들이 지켜 주니까 행복한 거지. 지금 반복해서 말을 해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은 알아주니까. 더는 바랄 게 없어.”
처음 만났을 때 결코 타인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으려는 듯 갑옷을 걸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송신도 할머니. '사람 마음은 한 치 앞도 모른다'며 지원모임에도 마음을 내어주지 않으려 했던 할머니가 자신의 억울함과 분노보다, 낙담한 사람들을 생각할 정도로 변해 있는 모습을 우리는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