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곁에서 하루하루를 기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희로애락의 순간순간이 책으로 묶여 세상에 나온다니 솔직히 쑥스럽고 민망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이 기록에 한 정치인의 행보를 넘어 그 길을 함께 걸어온 수많은 이들의 땀과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음을 알기에, 한 글자 한 글자가 고맙고 또 소중합니다.
짧은 이동의 순간에도, 길지 않은 연설의 한 줄에도, 수많은 토론과 시행착오, 동료들의 헌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김태선 수행실장은 그 모든 장면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저의 동료입니다. 때론 누구보다도 먼저 현장에 있었고, 때론 깊은 밤까지 자리를 지키며 정치란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동행(同行)의 과업’임을 증명했습니다.
-4~5쪽, ‘추천의 글(이재명 대통령 추천사)’ 중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내 눈앞에서 지나가는 순간들의 기록이 언젠가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에서 오간 한마디,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 속에서 이재명이라는 한 정치인을 중심으로 내가 관찰한 것들이야말로 현시대를 이해
하게 하는 단서이자, 정치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이 기록은 특정 인물의 찬사집이 아니다. 가까이서 지켜본 만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남기는 것이 전제였다. 물론 당시 상황에 대한 나의 견해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것 또한 읽는 이들에게 생각해 볼 관점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덕분에 이 글들은 단순한 추억담이 아니라, 정치라는 일을 곁에서 목격한 한 사람의 일기이자 증언이 될 수 있었다.
-9~10쪽, ‘들어가는 글’ 중에서
수행실장은 공식 석상에서 들리지 않는 말과 무대 뒤에서만 보이는 표정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손짓까지 지켜볼 수 있는 자리다. 그 자리에서 본 장면을 글로 남기는 일은 때론 한 사람의 진심을, 때론 한 시대를 증언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기록은 그 속도를 늦춰준다. 그날의 공기와 표정을 붙잡아 두어, 다시 읽는 순간 당시의 고민과 진심을 되살린다. ‘수행실장 관찰일기’는 그래서 시간과 공간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었다.
-15~16쪽, ‘프롤로그’ 중에서
정치는 늘 계산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어떤 날은 무리가 되더라도 꼭 가야 하는 자리가 있다. 사람을 우선하는 결정이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내고, 가장 큰 울림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그날 울산에서 우리는 그런 이재명의 정치를 봤다.
“점심, 저녁 식사 시간 빼고 갑시다.”
그 한마디는 시간표가 아닌 진심으로 움직이는 한 정치인의 결정이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울산 사람들은 그날의 유세를 기억할 것이다. 소위 말하는 험지, 목마름에 대한 응답이었기 때문이다.
-42~43쪽, ‘1장 한 줄의 말’ 중에서
유세를 마친 밤, 고속도로 위에서도 그는 메시지를 다듬었다. 한번은 내가 물은 적이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말 한마디로 5천만 국민의 판단 근거가 달라질 수 있어요. 그 생각에 미래가 바뀔 수 있습니다. 내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우리 국민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쯤 하면 됐다는 말은 못 할 것 같아요.”
정치인의 말은 곧 정책이고, 그 정책은 국민과 하는 약속이다. 말의 끝은 누군가의 삶과 닿아 있을 수 있다. 모두가 그것을 생각하고 살아가지는 않을지라도, 적어도 정치를 하는 우리만큼은 그래야 한다. 그래서 단 한 줄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집요하게 공부하고, 따져 보고, 다시 확인하고, 또 다듬는다. 그렇게 끊임없이 갈고 닦는 사람, 이재명이란 사람이다.
-57~58쪽, ‘1장 한 줄의 말’ 중에서
일정을 다니다 보면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게 된다. 후보는 새로운 시스템이나 기술이 등장하고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 집요하게 물어본다. 절대 형식적인 방문, 행사로 그치는 법이 없다.
정치라는 세계에서 실수는 무능으로, 무지는 결격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 걸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후보는 아는 척하지 않고, 묻는다. 배우려는 사람의 자세로 다가간다. 모른다는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은 성장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후보는 말이 아니라 태도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날, 땀에 젖은 셔츠로 쿨링 시트에 기대며 활짝 웃던 후보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역시 모르면 손발이 고생이라니까’라는 그 한마디에 담긴 솔직함과 웃음 속에서 나는 한 사람의 정치인이 가진 인간적 품성과 용기를 보고 배웠다.
-94~95쪽, ‘2장 사람, 이재명’ 중에서
하지만 후보가 주저앉아 쉴 수 없는 더 큰 이유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조금만 더 표를 얻었더라면 지금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그 누구도 대신 짊어질 수 없는 자책. 그 죄책감에서 비롯된 책임감은 마음속에 빚처럼 남아 매일 그를 깨우고, 또 움직이게 만든다.
지금 후보에게 가장 효과 좋은 영양제는 아마 국민의 성원일 것이다. 실제로 유세 현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에너지를 더 받는 듯했다. 연설 시간도 늘어나고, 목소리에 힘이 붙고, 기운도 넘쳐 보였다. 그런 후보를 보며 나는 정치인의 체력은 개인의 체력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국민의 응원, 지지, 기대가 몸에 전해져 비축되는 에너지일지도 모른다.
-106~107쪽, ‘2장 사람, 이재명’ 중에서
책은 후보가 국민께 진솔한 생각을 전하는 창구이자, 동시에 그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 탄압과 왜곡된 수사에 맞서 진실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다. 지금 후보는 5건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의한 정치 탄압은 법정 공방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방어를 위한 수많은 준비와 인력, 막대한 변호사 비용, 그리고 입증 자료 수집까지 보이지 않는 압박이 하루하루를 짓눌렀다. 시간도, 돈도, 정신력도 모두 버텨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책을 사 들고 찾아온 분들이 단순히 독자나 팬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치 검찰의 폭력에 맞서 함께 싸워주는 ‘동지’로 여긴다. 그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그 뜻을 함께 품어주는 연대의 손길이다.
-121~122쪽, ‘3장 그 무게를 감당한다는 것’ 중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후보의 시야에 낯선 이 한 사람이 들어왔다. 노란 옷을 입은 백발의 남성이었다. 조용히 카메라를 들고 후보를 촬영하더니 다가와 무언가를 건넸다. 순간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 곧 쪽지를 건넨 사람의 신상이 확인됐다. 故 문지성 양의 아버지, 문종택 씨였다. 말없이 건네진 작은 쪽지, 그 안에는 짧지만 절절한 글이 쓰여 있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주세요. 우리는 아직도 진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신다면, 부디 세월호 기억식에 참석해 주세요.”
얼마나 많은 말이 하고 싶었을까?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쪽지만 건네고 돌아섰다.
4월 봄에 받은 그 쪽지에, 2025년 7월 여름 대통령실은 응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적 참사 유가족(세월호, 이태원, 오송, 제주항공 등)들과 마주 앉았다. 국민 앞에서 고개를 깊이 숙였다.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자리였다.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146~147쪽, ‘3장 그 무게를 감당한다는 것’ 중에서
모든 일정 뒤에는 늘 수행팀이 있었다.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일했다. 하루하루를 쪼개어 뛰고, 흐트러진 동선을 정비해 사람들 사이에서 길을 만들던 그들. 행사의 시작과 끝, 그 모든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낸 사람들이 바로 수행팀이다. 큰 사건 사고 없이 전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수고와 헌신 덕분에 우리가 무사히 대선을 치를 수 있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름 없이, 얼굴 없이, 그 누구보다 뜨겁게 함께해준 우리 수행팀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길이었습니다.
-162~163쪽, ‘4장 곁에서, 함께’ 중에서
이 모든 과정을 누가 알아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나의 완성도 있는 일정은, 누군가의 잠을 설치는 조율의 시간 위에 쌓인다.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매일 밤, 잠들지 못한 채 혼자만의 회의를 열 것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조율한 밤이 완성도를 높이고, 그 완성도가 결국 국민의 신뢰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정치 일정은 완성된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 장면 뒤에는 수없이 많은 보이지 않는 밤이 있다. 후보가 사람들 앞에 서서 공감을 얻고 단호하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메시지의 온도와 흐름을 조율하고, 누군가는 현장의 동선과 장면을 그려 낸다. 새벽까지 깨어 있는 이들의 수고가 모여 비로소 하루가 완성된다. 나는 이들이 함께 만드는 모든 순간이 정치라고 믿는다.
-184쪽, ‘4장 곁에서, 함께’ 중에서
책, 어떻게 보았을까 궁금하다. 설득당하기를 원하는 이재명의 리더십에서 내가 처음 받았던 작은 충격이 여러분에게도 닿았기를 바란다. 작은 습관과 태도가 어떻게 정치인의 철학이 되고, 그 철학이 어떻게 나아갈 방향으로 이어지는지도 가늠해 보았으면 했다. 정치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화들을 통해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갈등과 진통에 대해 잠시 멈춰 생각해 볼 기회도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탱하는 사람들의 노고에 박수갈채를 보내주었으면 했다.
-187쪽,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