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조직의 틈새를 어떻게 채우는가?
간호사가 하는 일의 보이지 않는 측면을 조명함으로써 간호의 사회적 기여를 재평가하다
이 책의 저자 다비나 앨런은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를 조직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간호사의 일상 업무를 관찰하는 연구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이 주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간호사의 업무에 대해 실천기반접근법, 행위자네트워크이론, 신제도주의에서 얻은 통찰을 종합하여 의료 조직을 설명하고, 조직의 틈새를 간호가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에 대한 (재)개념화를 시도했다.
간호사가 하는, 보이지 않는 일을 드러내는 이 책은 간호를 돌봄이라는 정체성으로 설명하던 것에서 벗어나 병원이라는 커다란 조직에서 간호사가 다양한 행위자들을 네트워크로 끌어들여 환자와 조직의 요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균형을 잡게 하는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이는 의료 시스템과 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 이해에 대해 일종의 도전이 될 수 있고 서비스 개선, 간호인력의 교육 및 간호인력 구성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이 책의 주된 목표는 지금까지 소홀히 다루어졌던 간호의 기능, 이를 뒷받침하는 지식과 기술,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의료 시스템의 특징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실의 간호 실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간호사 교육, 인력 계획 및 의료 서비스 관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풍부한 현장 사례와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간호의 ‘보이지 않는’ 측면을 조명하다간호사의 조직화 업무는 빛을 받을 수 있는 전경으로, 환자 직접 간호는 배경인 그림자로
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는 단순히 의료 기술을 넘어, 병원의 운영과 환자 돌봄의 핵심을 이루는 복잡하고 총체적인 활동이다. 『간호사의 그림자 노동』은 이러한 간호의 본질을 깊이 탐구한 책이다. 간호사는 의료 시스템의 틈새에서 일을 하고 치료를 제공하는 행위자들의 배열을 조정하고 여러 직종, 부서, 조직을 연결하며 개별 환자의 ‘요구’와 전체 집단의 ‘요구’를 중재한다. 이 과정이 ‘조직화 작업’이다. 조직화 업무는 종종 의료 시스템에서 ‘접착제’로 불리는 간호사 역할의 한 부분이다. 이것은 서비스의 질에 필수적이지만 대부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거나, 적어도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무시된다. 이 일이 간호사 업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추정도 있으나, 대개는 간호 전문직의 공적인 권한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과거 연구들에서도 간호사의 고유한 권리나 행위보다는 환자 직접 간호를 방해하는 요소로 간주되어 왔다. 이 책의 목적은 간호사의 조직화 업무가 전경이 되어 빛을 받을 수 있도록 환자 직접 간호를 배경인 그림자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 책은 간호사가 수행하는 ‘보이지 않는 일(invisible work)’에 주목한다. 환자 개개인의 요구를 파악하고, 여러 부서 간의 협업을 조율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간호사의 역할은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전을 담보하는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공식적인 업무 영역 밖으로 치부되거나 과소평가되어 왔다. 이 책의 저자 다비나 앨런은 이러한 간호의 ‘보이지 않는’ 측면을 풍부한 현장 사례와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간호사의 ‘보이지 않는 일’에 대한 이해는 궁극적으로 환자 돌봄의 질을 향상시킨다
이 책은 환자와의 비공식적인 소통, 동료 간의 협업, 예상치 못한 문제 해결 등 공식적인 업무 기술서에 포함되지 않는 간호사의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역할과 보이지 않는’ 기여를 심도 있게 다룬다. 간호사가 병원이라는 복잡한 조직 내에서 어떻게 협업을 촉진하고, 의사소통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간호사의 ‘보이지 않는 일’에 대한 이해가 궁극적으로 환자 돌봄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간호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병원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담고 있어 의료 정책적 시사점을 준다.
이 책은 간호학 연구자, 병원 행정가, 의료 정책 입안자는 물론, 간호사의 업무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현 시점에서, 간호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주요 내용
1장에서는 이 책의 기초가 된 연구들을 소개했다. 간호사의 조직화 업무 연구를 위한 이론적 배경인 실천기반이론과 행위자네트워크이론이다. 이후 이어지는 장들에서 간호사의 조직화 업무를 네 가지 영역으로 기술하고 거기서 나타나는 체계의 특징을 설명할 것이다.
2장에서는 정보의 흐름에 간호가 어떻게 기여하는지 조사한다. 간호사는 치료의 흐름을 따라가는 ‘궤적 내러티브(trajectory narratives)’를 개발하고 유지, 인계하면서 서비스 제공을 돕기 위한 업무 지식을 형성한다.
3장에서는 치료의 궤적을 조율하는 간호사의 역할을 알아본다. 간호사는 일반적으로 의료팀에서 중심 역할로 인정받지 않지만, 간호사가 환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촉진, 등록, 조정하고 여러 요소들이 딱 맞아떨어지도록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논지다.
4장에서는 병상 관리에 대한 간호사의 기여를 분석한다.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개입을 받아 적절한 결과를 내도록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는 병상을 알맞게 배정하는 것이다. 급성기 병상 활용도가 높은 상황에서 적절한 병상을 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이때 간호사는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5장은 환자의 서비스 간 이동을 촉진하는 간호사의 업무를 탐구한다. 현대 보건의료 조직은 고도로 전문화되었고, 가장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압력이 증가하면서 환자는 한 번의 입원 치료 동안 여러 부서를 오고 가야 한다. 부서 간의 차이는 의료의 질과 안전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이며 간호사는 이러한 위험을 완화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6장에서는 위 연구 결과를 통합하고 그 의미를 고찰한다. 종합하자면, 간호사는 의료 시스템의 연결망을 구축하는 존재이다. 간호사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의무통과점으로서 간호사는 시스템을 가능케 하며, 그들의 조직화 업무를 통한 ‘번역적 동원(Translational mobilisation)’은 의료 제공에서 필수적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소로서 서비스의 일관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