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이는 아파트까지 걸어오는데, 몸에 힘이 다 빠진 기분이었어. 바람 빠진 과자 봉지 같았지. 아파트 운동 관리 시설을 지나는데 벤치에 누워 한가롭게 햇볕을 쬐는 똥냥이가 보였어. 민준이는 괜히 똥냥이에게 심술을 부리고 싶었지.
“야, 똥냥이! 저기 경비 아저씨 오시는데?”
“뭐야?”
똥냥이가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어.
“크르릉 처방전이면 말싸움에서 이긴다면서? 자신감 있게 말했는데도 박시우한테 또 한 방 먹은 기분이거든!”
똥냥이는 콧수염을 실룩이며 말했어.
“이런 단순한 녀석을 봤나. 당연히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지!”
“뭐? 그런 말은 없었잖아.”
“어찌 한 번에 모든 것을 알려 준단 말이냐. 단숨에 말발 대장이 되려고 하는 건 도둑 심보지. 근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한테 화풀이실까.”
“내가 언제 화를 냈다고 그래.”
민준이는 아니라고 펄쩍 뛰면서도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오늘 일을 토해 냈어.
똥냥이는 잠자코 이야기를 듣다가 앞발을 내저었어. 민준이 말을 똑 끊어 버렸지.
“왜 졌는지 알겠네. 민준아, 잘 들어라. 말할 때는 힘을 실어 주는 게 중요하단다.”
“목에 힘 잔뜩 주고 말했다고!”
“목소리에 힘을 싣는 게 아니라 네 말에 힘을 실으라고.”
“그게 그거 아냐?”
민준이는 똥냥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 답답했어.
월월. 그때 살이 뒤룩뒤룩 찐 개 한 마리가 똥냥이를 보면서 무섭게 짖었어. 주인과 산책을 나온 모양이야. 똥냥이도 민준이도 개를 보고 움찔했어.
“뽀삐야, 갑자기 짖으면 냥이랑 형이 놀라잖아. 우리 오늘은 꼭 한 바퀴 돌자, 알았지?”
주인 할머니가 목줄을 잡고 뛰려고 하자 개는 꼼짝도 안 했어. 꼭 무거운 바위를 끌어당기는 것 같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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