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긴 몰라도 솔직해지는 ‘용기’만큼은 엄마에게 배웠다. 그래서 유독 마늘종볶음을 먹을 때는 이에 힘을 주고 좀 더 ‘쫑쫑’거리며 씹게 된다. 엄마가 해준 마늘종볶음의 식감은 뭐랄까, 꼭 그렇게 씩씩하게 씹고 삼켜야만 내 속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 같아서다.
이제 엄마는 힘들다고 마늘종볶음은 해주지 않고, 마늘 속대를 뭉텅이째 꺾어 택배로 보낸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 싶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 시장에 차고 넘치는 게 마늘 속대건만 나는 일단 모르는 척 염치없이 받아먹는다. 그게 혹시라도 엄마를 천천히 늙게 만드는 일이 됐으면 싶어서. _36쪽, 책과이음, 류예지 『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에서
그리움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면 아마도 올리브유 같은 게 아닐까.
스며들지도 않고 쉽게 마르지도 않아 자꾸만 손으로 비벼댈 수밖에 없는 질감. 그러다 도저히 안 돼 셔츠 자락에라도 닦으면 진하게 자국이 남겠지.
씻어내려 해도 마찬가지. 더운물을 부어도 영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미끌거리겠지. 그렇게 지치고 서글퍼서 이걸 평생 안고 가야 하는구나 싶을 때, 어느 날 손은 말라 있을 것이다. 이곳저곳 다른 손과 다른 물건을 만지며 기름때가 조금씩 나누어졌으니.
손끝에는 기억과 향기만 남는다. 그렇게 애써 지워내려 하던 때도 있었지 생각하며 손을 다시 비벼본다. 예전처럼 진한 향은 없지만, 향이 있었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그러니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마른 햇볕에 내어놓고 가만히 기다리면 곱게 말라 있다. 손이든 마음이든 _50쪽, 발코니, 구슬기 『쉽게 사랑하고 어렵게 미워하고 싶지만』에서
그러나 한 가지 깨달은 건, 이 경쟁 속에서 계속해서 힘겹게 살아가는 게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비단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모두가 같은 행복과 같은 목표의 삶을 좇는 이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발만 물러서 보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번 여행을 하며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내가 움켜쥐고 있던 나만의 살아가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방황하던 나에게 필요했던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_86쪽, 세나북스, 김에녹 『한 달의 오사카』에서
혼자 먹는 밥일수록 예뻐야 한다. 싱크대 앞에 서서 찬밥 한 덩이에 물을 부어 먹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뭐라고 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혼자 있을 때 나를 챙겨줄 사람은 나뿐이다.
식사(食事)는 식사(食思)이기도 하다.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 또한 다른 욕망과 마찬가지로 잘 해결해야 탈이 나지 않는다. 비싸고 진귀한 음식을 먹는다거나 배가 터지도록 먹는다고 해서 그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부른 배는 꺼지고 속은 다시 헛헛해진다.
어떤 욕망이나 그렇다. 몸을 채우듯 마음도 채워야 비로소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_92쪽, 구픽, 서주희, 『뚝배기,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에서
나는 책이라는 오랜 지혜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었다.
한쪽 상단 벽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_130쪽, 북심, 김은우˚김광연 『책방 사유』에서
봄부터 혼자인 삶으로 돌아간다. 일도 결혼도 아이들 뒷바라지도 끝났고, 이제 인간으로 태어나 해야 할 도리는 거의 다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가 진짜 자유로운 인생 시작이다. 지금까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않았던 내가 자기가 나고 자란 집에 뿌리를 내린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까와 같은 고독이나 외로움을 느끼며 살고 싶지는 않은데. 내게 만족감을 줬던 일과 자식 농사를 내려놓더라도 내 생명 자체만으로 충만감을 얻고 싶다. 나를 외롭지 않게 하는 그 무언가,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일생의 무언가를 찾고 싶다.
차츰지금까지는 글쓰기가 있어서 괜찮았다. 책을 통해 나를 표현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앞으로 일의 수요가 확 줄어도, 더는 일을 하지 않아도, 더 나이가 들어 신체 활동이 내 맘대로 되지 않더라도, 뜻밖의 사회 변화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평온한 마음으로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_136쪽, 차츰, 긴이로 나쓰오, 『시인의 텃밭』에서
크게 빛나지도, 모나지도 않은 것이 보통의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잘못 짚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통이란 생각보다 지나치게 완벽한 상태이고 실제의 보통은 조금은 더 남루하고 한심스러워도 되는 것이었다. 때로는 이만하면 됐다 싶은 지점과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 지점을 부지런히 오가는 것이 진짜 보통의 상태였다.
(…)
밋밋하고 심심하지만 큰 고통 없는 무엇이 아니라, 두려워하면서, 때로는 벌벌 떠는 손을 잠재우려 주먹을 꼭 쥐고 원하는 것을 향해 애쓰며 간다. 그러다가 때로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내민 손을 잡으며 간신히 나아간다. 세상의 수많은 보통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모두 평등한 간절함과 망설임으로 만들어진다_190쪽, 어떤우주 슬로보트 『순면과 벌꿀: 돌아오고 싶은 집을 만드는 방법』
어떤 공감은 구원이 됩니다. 공감은 연대를, 연대는 용기를, 용기는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은 같은 마음으로 견디고 있을지 모릅니다.
작품을 읽고 드러낼 용기를 얻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나서서 공감할 용기를 얻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부정하기 위해 서로를 부정하는 행위를 그만두고, 서로의 삶에서 자신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변화는 단번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공감도 그렇고 연대도 그렇습니다. 공감의 구원을 얻는 것은, 지속해서 비밀을 내보일 만큼 강인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보상일지도 모릅니다 _198쪽, 내로라 출판사, 수잔 글래스펠 『마음의 연대』에서
다 포기하고 싶고 환멸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삶의 자연스런 흐름입니다.
휴식하세요.
하루 정도는 무기력과 멍 때리기를 허용하세요.
스스로에게 친절하세요.
하루가 지나면 다시 열심히 해볼 용기와 힘이 생길 것입니다. _202쪽, 스토리닷, 용수 『용수 스님의 곰』 에서
마흔이 넘어서 사귀는 우정은 깊은 맛이 난다. 아주 진하고 다양한 풍미를 가진 음식처럼.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해지기 시작했으니 어떤 친구를 원하는지도 명확해진다.
내 친구들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활기찬 기분이 든다. 몇 년 동안 존경해왔던 나이가 나보다 많은 여성들과 친구가 되었고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그들의 삶을 샘물 삼아 퍼마신다고 할 수 있다. 나에게 호르몬, 좋은 휴양지, 목 크림에 대해 알려준다. 나는 수심이 깊은 곳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진짜’ 일을 경험한 사람들과 ‘진짜’ 중요한 일들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
영화니 친구들의 소문에 대한 수다는 질린다. 삶은 녹록지 않고 복잡하며, 무엇보다도 맛있다 _210쪽, 책덕, 에이미 폴러 『예스 플리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