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게모니는 다양하고 복잡한 현상을 압축하는 강력한 개념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천재성과도 매우 관련이 깊다. 그는 혁명을 새로운 국가 형태에 대한 대중의 동의를 확보하는 과정으로 재해석할 목적으로 헤게모니를 재개념화했다. 이후 헤게모니는 사회의 역동적 요소로 다양하게 해석되었다.
헤게모니는 지식인, 이탈리아 역사, 언어, 문화, 혁명당, 철학, 경제학 등에 관한 그람시의 통찰을 하나로 묶는 핵심적 개념이다.
그람시는 혁명을 새롭게 개념화할 목적으로 헤게모니를 설명하면서, 이 개념을 협소한 지도력의 원리에서 강압과 동의에 대한 관리를 통해 정치질서가 어떻게 확립되고 유지되느냐 하는 일반이론으로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는 권력과 전략, 문화, 급진적인 사회변화에 대한 전망 등과 관련된 다양한 사상과 원리를 연결하는 개념을 유산으로 남겼다. 그의 사상은 전후 자본주의 국가를 철저하게 재검토하도록 자극한 것은 물론, 이후 여러 분야에서 헤게모니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다양한 방식들의 기준점으로써 헤게모니 사상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자리한다.
헤게모니는 현대 정치이론의 주요 개념이자 비판적 사고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중요한 요소이다.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의 통찰은 포스트-마르크스주의라고 광범위하게 정의된 새로운 이론적 접근방식과 정치적 입장에 영감을 주었다. 헤게모니는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덕분에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유용하다. 푸코, 라캉, 데리다의 사상은 모두 헤게모니 개념을 급진 민주주의의 프로젝트로 재구성하는 데에 기여했다. 이들은 모든 권력과 정체성은 부분적이고, 개방적이고, 맥락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관점은 전통적으로 마르크스주의 분석과 페미니스트, 섹슈얼리티, 인종을 연구하는 비판적 사상가들에 의해 특히 더 잘 수용되었다.
헤게모니는 진화하는 정치적·문화적 구성물로서 자본주의 국가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구조주의적 통찰을 정치에 적용하는 데는 정치사회학자 니코스 풀란차스의 연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구조적으로 볼 때, 국가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 있는 국가’가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라고 주장했다. 그에게 ‘헤게모니’는 주로 자본가들이 어떻게 국가를 통해 자신들의 공동이익을 정치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지를 살피기 위한 용어였다. 그는 사상과 경험에 중점을 두는 것을 거부하고, 대신 체제 형태를 뒷받침하는 계급 세력들의 변화하는 블록을 강조했다.
헤게모니는 전후 사회의 ‘문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했다.
문화적 헤게모니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접근방식을 선도적으로 주창한 사람은 영국 문화연구에 영향을 끼친 주요 인물이자, 신좌파 초기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자메이카 출신의 스튜어트 홀이었다. 윌리엄스가 문화를 진화하는 전체로 보고 ‘표현주의’ 접근법을 사용한 것과는 달리, 홀은 특히 1968년 5월 학생 폭동이 좌파에게 실질적인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한 이후 서서히 진행된 영국의 문화적 위기감과 전후 문화적 경험의 균열에 집중했다.
헤게모니는 사회적인 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정치적 논리’이자 다양한 담론을 ‘접합’ 또는 연결하는 정치적 실천이다.
사회가 정치적으로 구성된다는 라클라우와 무페의 이론적 혁신은 급진적인 정치분석에 완전히 새로운 아젠다를 가능하게 했다. 헤게모니는 마르크스주의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유형과 형태의 헤게모니 정치를 탐구하도록 촉진시켰다. 헤게모니는 더 이상 자본주의 구조, 자본주의 국가, 지배 이데올로기, 또는 이를 지탱하는 계급 동맹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모든 사회에는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대한 종속이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든- 다수의 헤게모니가 존재하고, 이를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헤게모니 다툼이 있다. 인종, 성, 섹슈얼리티 헤게모니가 있고, 다양한 사회적·정치적 맥락에 각양각색의 엘리트 헤게모니가 있다.
세계 질서는 특정 지역이나 전 세계적 차원에서 하나(또는 여러)의 강력한 국가 또는 ‘헤게모니 국가’의 ‘패권’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국제적인 헤게모니 질서의 일반적인 위상은 모호하게 남아 있다. 한 강대국이 다른 국가들을 지배하거나, 아니면 광범위한 국가 간 연합에서 합의된 지도력의 획득과 동등한 의미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 경우는 전 세계에 행사되고 있는 미국의 힘을 세계 질서에 필요한 헤게모니 지배로 보는 보수적 지지자들의 시각이다. 노암 촘스키와 같은 좌파 비평가들 역시 이런 지배를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와 나란히 놓는다. 두 번째의 경우는 이와 대조적으로 헤게모니를 합법화된 규범과 제도를 공유하는 ‘국제사회’의 기초로 간주하는 이안 클라크와 같은 학자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