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도둑
우리 집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물을 머금은 오후다. 멍하니 그림 감상을 하고 있는데 무언가가 휙 지나간다. 잠시의 정적을 깬 까치 한 마리. 무언가를 물고는 어디론가 날아가는 평화로운 날.
가만히 까치 하는 양을 들여다보았다. 어디론가 갔던 그이는 안에서 쳐다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또 나타난다. 먹을 게 뭐가 있어서 다시 왔을까? 자세히 보니 그이의 지난 자리에 단감 말랭이가 방긋거리고 있다.
단감 말랭이를 다른 해는 어찌어찌 다 소화했는데 이번에는 먹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못 먹게 되었다. 여기저기 나눠도 주고, 집에 오는 손님과 나눠 먹어도 남고, 오늘 온종일 감을 깎아서 말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살짝살짝 뒤집어 주면서 달라붙지 않게 신경 썼더니 아주 맛있는 말랭이가 되었다. 마당 옆에 두고 밭에 갈 때 하나 먹고, 또다시 오면서 하나 입에 물고, 절반이 사라졌다. 그래도 채반 가득 남아 있는 말랭이를 안으로 드릴까 하다가 지나다니면서 먹자고 그대로 두었는데, 까치가 이걸 본 것이다.
휘청휘청 날아오더니 지붕가에 앉는다.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땅 한 번 보고, 창문으로 보이지 않는 나를 한 번 쳐다보고, 아무 일 없듯이 한 계단 내려앉는다. 그리고는 또 반복되는 날갯짓 다섯 번을 하고는 감말랭이를 만난다. 하나를 덥석 물더니 내려놓는다. 또 옆에 있는 걸 물어보더니 내려놓는다. 허 헛웃음이 난다. 눈치를 살피던 그이는 작은 말랭이를 찾아서는 가뿐하게 하늘을 난다. 보고 있던 나는 조용히 가위를 들고 가서 까치가 물었던 말랭이를 잘랐다. 더 편하게 물고 가기를 바라면서.
작은 미물인 저 새조차도 염치라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인간이 힘들게 만들어 놓은 것을 가져가기가 멋쩍어서 몇 번을 서성거리다가 하나도 작은 하나를 챙겨가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염치를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다른 사람들의 고생은 말로만 때우고,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 웃프다.
오늘 하나의 작은 몸짓에서 큰 걸 깨우치게 한 때까치의 모습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