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이 계몽령으로, 폭동이 저항권으로 분칠되는 어둠의 시대를 명료하게 헤쳐 나가게 해줄 교양 필독서”
_ 조효제(성공회대 명예교수)
말이 진실을 감추는 방식을 밝힌
더블스피크에 관한 고전적 저작
언어가 진실을 감추고 권력을 미화할 때, 우리는 어떤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가?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묘사한 ‘뉴스피크(newspeak)’와 ‘이중사고(doublethink)’ 개념은 훗날 ‘더블스피크(doublespeak)’라는 말로 확장되어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하는 말의 힘을 경고하게 되었다. 《더블스피크》는 그러한 언어의 실제 모습을 추적하고 언어의 악용을 분석하는 데 평생을 바친 미국의 언어학자 윌리엄 러츠의 대표작이자 ‘더블스피크’라는 개념이 대중화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친 책이다.
《더블스피크》는 언어가 어떻게 정치와 권력의 도구가 되어 사회적 기만을 가능케 하는지 통렬히 파헤친 고전적 저작이다. 정부의 공식 담화, 기업 광고 문구, 언론 보도와 일상의 언어에 이르기까지 우리 곁의 말들 속에 숨은 기만적 의도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러츠는 풍부한 사례를 통해 권력자들이 책임 회피와 여론 조작을 위해 어떻게 말을 조작해 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생명의 불법적 또는 임의적 박탈”이라고 표현하고, 군사 작전의 민간인 희생을 “부수적 피해”로 얼버무리는 식의 완곡어법이 대표적인 예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이러한 말들이 실은 진실을 희석하고 거짓을 은폐하는 도구임을 저자는 예리하게 지적한다.
“정당한 정부를 불법적으로 전복하는 행위를 ‘정부 탈안정화’라고 표현하고, 거짓말을 ‘효력을 상실한 발언’이라고 부른다면, 책임을 회피하고 나쁜 짓을 미화하고 부정적인 일을 긍정적인 일로 포장하고 불쾌한 것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이중화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중화법은 소통하는 척하면서 사실상 소통을 거부하는 말이다. 우리의 현실 인식을 바꾸고 우리의 사고를 오염시키기 위해 고안된 말이다. 이런 말들은 우리의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키고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기만의 언어는 의심과 냉소와 불신, 그리고 궁극적으로 적대감을 낳는다.” _41쪽
언어는 어떻게 권력의 도구가 되고,
대중의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
저자는 더블스피크가 단순한 말장난이나 수사가 아니라 대중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위험한 무기라고 경고한다. 정치 연설의 미사여구, 관료 조직의 난해한 전문용어, 광고 속 과장된 표현 등 다양한 형태의 더블스피크가 모두 진실을 흐리는 공범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는 겉으로는 소통을 가장하지만 실상은 생각을 멈추게 만들고, 잘못을 덮어 권력을 공고히 한다. 이 책은 언어 뒤에 숨어 작동하는 권력의 의도를 낱낱이 해부함으로써, 우리가 당연시했던 말들이 어떻게 우리의 시야를 가려 왔는지 깨닫게 한다.
1989년 초판 출간 이후 《더블스피크》는 언어와 권력 문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필독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진실을 둘러싼 ‘언어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더 교묘해지고 있다.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를 통과하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이 책의 통찰은 더욱 절실하다. 말의 이면을 읽어내는 눈을 뜨는 것, 그것이 혼돈의 시대에 진실을 지키는 첫걸음임을 《더블스피크》는 묵직하게 일깨워준다.
“언어의 목적은 진실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는 민주주의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시민이 나라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문제들을 명확하고 정직한 언어로 토론할 수 없다면, 유권자들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_윌리엄 러츠
은폐된 말, 가려진 의미, 삭제된 현실
《더블스피크》가 그 장막을 걷어낸다
‘더블스피크(이중화법)’라는 개념을 대중화하며 그 기만적 속성을 폭로해 온 윌리엄 러츠의 대표작 《더블스피크》가 국내 최초로 출간됐다. 러츠는 정치·경제·군사 영역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이중화법 사례를 수십 년간 추적하고 분석하며, 왜곡된 언어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약화시키는지 경고해 왔다. 《더블스피크》는 사회 곳곳에 스며든 언어 조작과 왜곡을 기록한 러츠의 오랜 탐구의 결실이다. 1989년 초판 출간 이후 지금까지 더블스피크에 관한 고전적 저작으로 평가받으며 정치 담론과 광고 언어 연구의 분석 틀을 제공해 왔다. (이번에 출간하는 한국어판은 2015년 개정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권력의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지적 무기이자 생존 매뉴얼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