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완경을 위해 미리 알아 두어야 할 것들
모든 여성은 노년으로 접어들기 전 갱년기를 경험합니다. 그 시기 여성은 자신의 몸을 둘러싼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지요. 수면 장애, 기억력 장애, 근육통, 관절통, 발한, 신경과민, 불안, 우울 등등. 다들 경험하는 것이니 그러려니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완경 무렵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면밀히 다룬 대중교양서가 출간되기도 하고, 자신의 삶 가꾸기를 후순위로 미루지 않는 중년 여성들의 목소리가 모이면서 갱년기 여성 건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나이 드는 여성의 몸에는 40년가량 엿보이지도 않던 생소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그 모든 일은 응당 견뎌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숨기거나 쉬쉬할 일은 더욱 아니라는 사실, 대부분은 관리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당연한 갱년기 증상이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 보편화되었지요. 그럼에도 막상 완경을 맞이한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돌보는 데 주저합니다. 제대로 된 지식도 습득했고 인식은 바뀌었지만, 나이 드는 자신의 몸을 세심히 돌본 경험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나이 드는 몸 돌보는 법』은 여성 갱년기에 대한 지식과 인식을 토대로 정말 자기 몸을 살뜰히 돌보며 살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신예희 작가는 2000년대 초부터 온라인에 ‘물좋권’(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지 않아요) 목록을 게시하며 다양한 이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지요. 이 책은 그가 완경 이후 자신의 몸을 돌보면서 경험하고 소비한 것 가운데 공유할 만한 일, 갱년기가 오기 전에 미리 알아 두었다면 더 좋았을 정보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간 여성 갱년기는 다소 전형적인 틀 안에서 다뤄진 경향이 있지요. 전문 지식을 가진 의료진이 다양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쪽이거나 자녀나 배우자로부터 위로를 받아 그 시기를 ‘극복’했다는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 책은 의료진도, 부모도 아닌 그저 여성의 입장에서 경험해 본 병원의 갱년기 치료와 생활 운동 방식의 변화, 그에 따르는 비용과 체감 효과 등을 솔직하게 다루며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을 동료 여성과 완경이 머지않은 다음 세대의 여성에게 제안합니다. 우리 나이 드는 자기 몸을 돌보는 데 소홀하지 말자고. 갱년기는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우울한 시기가 아니며, 얼마든지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완경을 피할 수 없는 여성은 물론, 갱년기가 남의 이야기일 수 없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모르면 불편하고 알면 이해하게 되는 나이 드는 몸의 이모저모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는 소위 실버 인플루언서, 롤모델로 추앙받는 이들이 있지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는 ‘멋진 어르신’ 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나이 들었지만 처지지도 살찌지도 않은 살짝 마른 몸에 자그마한 두상, 단정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백발, 검버섯 없는 얼굴과 굽지 않은 허리. 반면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흔한 어르신’ 상도 있습니다. 맞춘 듯 비슷비슷한 헤어스타일에 불그스름한 얼굴, 관리하지 않은 듯 듬성듬성 나 있는 흰머리, 식사를 마친 뒤 으레 이쑤시개를 챙기는 모습 등등. 혹시나 부모처럼 가까운 어른이 그런 모습을 보일 때면 좀 더 신경을 쓰시면 어떨까, 나이 들어도 단정하고 멋진 분들이 많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마음을 참지 못해 내뱉아 버리기도 하지요.
신예희 작가는 갱년기를 거치며 나이 드는 자신의 몸을 관찰하면서 그랬던 지난날의 자신을 떠올립니다. 여성 호르몬이 사라진다는 게 이렇게까지 어마어마한 일일 줄 몰랐고, 자연스레 서서히 나이들 줄 알았는데 완경이 되자마자 절벽 아래로 떨어지듯 노화의 증상이 속속들이 나타났다고 고백하면서요. 초경이 처음이듯 완경도 처음이라,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몸의 노화가 어색할 겁니다. 무신경한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도 모르는 새 잇몸 탄력이 줄고 호르몬 때문에 콧털이 삐져나오고 얼굴 색이 붉게 변하는 것일 테지요. 이렇게 이 책은 아직 노화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이들을 일깨웁니다. 눈살이 찌푸려지던 평범한 어른들의 몸가짐은 그분들이 뻔뻔하거나 요즘 매너에 무지해서가 아니라 자신조차 자신 몸의 변화를 돌볼 겨를이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요.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면 불편해하지 말고 이해해 보면 어떻겠냐고요.
18세기 조선의 문장가 유한준의 말처럼 알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을 겁니다. 나이 들 자신의 몸을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를 넘어서서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이 드는 선배 여성, 어른들을 보는 시선을 바꿔 볼 계기를 얻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