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타계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란츠 카프카의 취라우 파편집. 카프카는 철학이나 신학의 영역에 속하는 질문들, 죄와 타락, 낙원에서의 추방, ‘파괴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에 대한 사유를 전개하게 된다. 개념적이면서도 은유적이고, 우화적인 동시에 모순적인 텍스트, 현대문학에서 가장 특이한 작품 중 하나인 《취라우 파편집》은 그렇게 탄생한다.
취라우 파편집의 작업 과정은 매우 특이했다. 카프카는 얇은 편지 용지를 네 조각으로 잘라서 쪽지를 한 묶음 만든 다음에, 109번까지의 번호를 할당하고 단상을 하나씩 적어 넣었다. 빠진 번호도 있고, 두 개의 번호를 단 쪽지도 있었고, 취라우를 떠난 이후 몇 개의 단상을 추가하거나 삭제 줄을 그은 텍스트도 생기지만, 카프카는 모든 쪽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한다. 일종의 자기만의 비밀 프로젝트였던 것. 카프카는 생전에 이 단상들을 보여주지 않았고, 출판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취라우 아포리즘(Zürauer Aphorismen)》 같은 제목 또한 후대에 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