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이상인의 동시에는 많은 소재가 등장합니다. ‘책가방’, ‘연필깎이’, ‘필통’ 등 아이들의 필수품인 학용품부터 ‘바다’, ‘철쭉꽃’, ‘돌담’ 등 자연물까지 다양합니다. 시인은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맑고 아름다운 동시를 빚어냅니다. 오랫동안 시를 써 온 시인답게 소재를 찾고, 시상을 전개하고, 시어를 다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보름이 되자 배고픈 늑대가
우우 소리 없이 울다가
야금야금 달을 베어먹었단다.
다 베어 먹은 늑대 배 속에
둥근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랐지.
너무 배가 부른 늑대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또 참지 못하고 먹은 달들을
뱉어내기 시작했단다.
툭, 툭 뱉어낼 때마다
한 마리씩 새끼 울음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리곤 했지.
- 「달을 베어먹은 늑대」 부분
표제작인 이 동시는 엄마가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품에 안겨 “보름이 되자 배고픈 늑대가” “야금야금 달을 베어먹”는 흥미롭고 신비로운 이야기 속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아이. 그런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 무척 정겹습니다.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3교시, 선생님께서
칠판에 공부할 문제를 적으신다.
재미있는 내용
아리송한 내용
한 시간 동안의 공부가
다 끝나고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가셨다.
당번이 칠판을 싹싹 지우자
우리는 무엇을 공부했는지
금방 다 까먹었다.
- 「다 까먹었다」 전문
아이들이 집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이 동시집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 많습니다. 이 동시는 그 가운데 하나로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 풍경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당번이 칠판을 싹싹 지우자/우리는 무엇을 공부했는지/금방 다 까먹었다.”라는 화자의 말에서 보듯이, 이상인의 동시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꾸밈이 없습니다. 어른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 만큼 독자인 아이들과 소통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