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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낯선 담장 속으로

오해와 편견의 벽에 갇힌 정신질환 범죄자 심리상담 일지


  • ISBN-13
    979-11-90365-82-6 (03300)
  • 출판사 / 임프린트
    책과이음 / 책과이음
  • 정가
    17,4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8-3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조은혜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 문화: 일반
  • 추가주제어
    심리학 , 에세이, 문학에세이 , 카운슬링, 상담 서비스 , 범죄 실화 , 심리치료 , 정신질환자 케어 , 사회사업 및 복지, 범죄학 , 범죄실화: 연쇄살인범 , 정신건강법 , 정신건강 이슈 대처 , 정신질환
  • 키워드
    #사회, 문화: 일반 #에세이, 문학에세이 #심리학 #교도소 #정신질환 #카운슬링, 상담 서비스 #범죄 실화 #심리치료 #정신질환자 케어 #사회사업 및 복지, 범죄학 #범죄실화: 연쇄살인범 #정신건강법 #정신건강 이슈 대처 #사이코패스 #사회문제 #정신병원 #약물치료 #환청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188 mm, 240 Page

책소개

차가운 회색 담장 너머 교도소에 갇힌 

정신질환 범죄자들의 마음을 읽다

 

교도소에서 정신질환 범죄자들을 만나며 그들의 마음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작가의 직업적 번민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심리상담 기록. 정신질환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도소의 실제 상담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질환과 범죄, 피해의 단순한 연관성을 넘어, 그 이면에 숨은 복잡한 사회적 이슈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책은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 편견에 대해 옳다거나 그르다는 식의 답을 섣불리 내놓지 않는다. 다만 작가가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를 통해,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과정에서 범죄에 이르게 되는지를 담담하고도 고통스럽게 보여준다. 정신질환 범죄자들이 그들의 온 삶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임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범죄 예방과 사회 안전으로 나아가는 해법까지도 모색할 수 있다고 믿는다. 2025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목차

프롤로그 | 상담실 가는 길

 

Part 1 | 다름에 대한 편견

같고도 다른

아가씨, 영희

무기수여서 다행입니다

자라지 못한 모성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천사를 죽였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 사람들

 

PART 2 | 보이지 않는 경계

얼굴 없는 미녀

어느 살인자의 필연적 이유

떡볶이처럼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감정은 옳다

맛소금의 유혹

벚꽃 앤딩(Anding)

찰랑거리는 인생

 

PART 3 | 절망 너머의 희망

엄마의 눈물

생육하고 번성하라

흩날리는 말조각들

금쪽 처방전을 찾아서

우리는 가족입니다

그녀가 돌아왔다

하모니

 

에필로그 | 마음의 경계와 균열 사이에서

본문인용

누군가의 질병이 다른 이의 웃음거리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비록 그 행동이 내 상식선 안에 있지 않고, 그 기괴함이 내 생각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고 할지라도. _p.18

 

환청이라는 것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렸던 영희는, 나 이외에도 병원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을 때리는 일이 곧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게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처럼 느껴졌다. ‘정신질환’과 ‘폭력’이라는 단어를 멀찌감치 떼어놓고 보는 ‘영희’라는 사람은 무척이나 맑고 아름다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영희의 상글상글한 미소는 보는 사람도 함께 웃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마음을 아리게 하는 슬픔 또한 깃들어 있었다. _p.28

 

고백하자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나 자신도 아주 조금 이해할 것 같을 뿐이다. 죄를 짓는 순간 그 사람의 모든 정체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범죄자’라는 낙인만 남는다. _p.70

 

자신의 병을 자각할수록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는 일부 연구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 깜냥은 되지 않는다. 병원이 아닌 감옥인 이곳에서는 위기에 처한 환자를 도와줄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병에 대한 인식만 심어주고 대책 없이 떠난 뒷자리를 책임져야 하는 근무자들이 겪을 부담도, 부족한 의료진과 치료 장비로 응급 상황을 맞닥뜨려야 하는 환자와 가족도, 그 뒤 이어질 행정적 절차와 분쟁도 나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_p.83

 

그녀에게 자신이 죽인 대상은 ‘아버지’가 아닌 ‘악마’여야만 했을 것이다. 그편이 위협적으로 요동치는 죄책감을 덜어내고, 그렇게 자신을 속이는 것만이 스스로를 용납하여 살아갈 수 있는 숨통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_p.98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시도했지만, 이별 후에 찾아오는 극강의 외로움과 공허함은 최아영의 곁으로 또 다른 마약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내 앞에서 자신은 이미 개미지옥에 빠져버렸다며 씁쓸하게 웃는 최아영은 탈출구 없는 어둠 속에 갇힌 사람처럼 외로워 보였다.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녀만의 독특한 소녀스러움과 발랄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_p.135

 

나는 오늘도 죽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범죄자에게 살아내라고 말해주었다. 자신을 쓰레기라고 자책하는 범죄자에게 죄와 자신을 분리하라고 말해주었다. 사회 복귀를 앞둔 범죄자가 여전히 ‘피해자 공감하기’에 실패하고 있지만 나는 무능력하기만 하다. _p.166

 

혼란이 정리된 나는 내 눈앞의 환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더 이상 그의 신념을 논박하거나 설득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분노와 혐오감이 떠올랐던 자리에 초라하고 아픈 한 인간을 두었다. 그가 처한 현실, 그의 어두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기 위해 다시 질문을 던졌다. _p.178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지나가는 행인의 얼굴을 칼로 긋는 행위는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훌륭하지 않다고 말해주어야 할까?’라고 잠시 생각했다. 말장난 같지만 나는 ‘이상동기 범죄’라는 명명부터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동기의 범죄란 무엇이고, 이상하지 않은 범죄의 동기는 무엇인지 차이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_p.194

 

대중과 사회는 언제나 정신질환자 본인에게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 그가 어떤 일을 저질렀고, 그 이면에 어떤 병력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환자만큼의 고통을, 어쩌면 그보다 더한 고통을 감내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쉽게 간과되고 만다. _p.209

 

이지영을 무너뜨린 그 남자를 향했어야 할 원망이, 정신장애자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돕지 못하는 정신재활 시스템에 대한 원망이 오롯이 그녀에게 향했다. 그도 아니면 정상 궤도에 오른 그녀의 삶으로 증명되었을 내 성과를 앗아간 데 대한 이기적인 원망인지도 몰랐다. _p.221

 

서평

“나는 ‘범죄’나 ‘질환’이 아닌 ‘사람’에 대해 쓰고 싶었다. 

세상이 애써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름이 아니라 증상으로만 불리던 사람들의 사연을, 

죄의 무게가 아니라 아픔의 언어로 기록하고 싶었다.”

 

종종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회면 소식에 오르내리는 뉴스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 바로 ‘정신질환’이다. 대중매체는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정신질환 범죄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극적인 키워드와 피상적 분석을 다급히 쏟아내며 일반이 느끼는 공포감과 우려를 부채질한다. 심지어 모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사회와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정말로 정신질환자들은 예측이 불가능한 예비 범죄자일까? 피해자에게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잔혹한 사이코패스일까? 혹은 독립적으로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애처로운 환자에 불과할까? 사회적 돌봄과 체계적 지원이 절실한 소외받는 대상일까? ‘환자’이면서 동시에 ‘범죄자’인 이들의 이중 정체성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정신전문간호사이자 범죄심리사로 오랫동안 교도소 현장에서 정신질환 범죄자들과 면대면으로 상담해온 작가는 이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편으로, 이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얼굴도 모르는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에 휩싸인다고 고백한다. 범죄자를 이해하려 노력할수록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은 생각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범죄자들 또한 평범한 인간이며 또 다른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수록, 작가가 느끼는 마음의 모순은 배가된다. 입에 담기 힘들 만큼 잔악한 범행 수법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살인자, 어린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 아버지를 죽이고 수감된 딸, 두 딸을 성폭행한 친부……. 극도로 위험하고 끔찍한 뉴스 속 범죄자들은 상담을 통해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로 치환되고, 그들의 서사를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 공감하는 동시에 작가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은 끔찍한 범죄자를 대한다는 방어적 태세를 누그러뜨림과 동시에 그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럴수록 그들의 그림자 뒤에 가려진 범죄의 피해자들이 느끼고 있을 고통의 무게가 너무도 무겁게 다가왔다. 

사실 정신질환자들이 모두 범죄를 저지르거나 위험한 것은 아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죄율 자체 또한 일반인의 범죄율보다 높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 사건은 어떤 이유에서든 주목을 끌고, 이로 인해 강력 범죄 발생 시 언론에서 ‘정신질환’을 쉽게 언급하고, 이것은 다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경향을 띤다. 심한 경우 이들이 애초에 보통 사람과 다른 별종의 존재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질환’이라는 단어가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환자’로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그저 ‘위험하므로 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편견에 옳다거나 그르다는 식의 답을 내지는 않는다. 다만 현장에서 작가가 정신질환 범죄자들을 대하며 겪은 내면의 깊고 어두운 이야기를 통해,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과정에서 ‘범죄’에 이르게 되는지를 담담하고도 고통스럽게 보여준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는 ‘범죄’와 ‘질환’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가 아득한 아픔의 언어로 기록되어 있으므로. 정신질환 범죄자들이 직접 그들의 온 삶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임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범죄 예방과 사회 안전으로 나아가는 해법까지도 모색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작가는 오늘도 높고 낯선 회색빛 담장 속으로 용기 있게 뛰어든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오래 머물기 위해, 그들을 다시 세상과 이어줄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 되고 싶기에.” 

 

저자소개

저자 : 조은혜
정신전문간호사이자 범죄심리사로, 교도소 내 심리치료과에서 정신질환 범죄자들의 심리치료와 재활을 돕고 있다.
간호대 졸업과 동시에 정신의료기관에서 일하며 운명의 실로 엮이듯 자연스럽게 정신질환자들의 세계에 스며들었다.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대학원에서 정신전문간호사 과정을 수련하며 실무와 학문을 병행했다. 교도소 내 심리치료과에서 정신질환자들을 상담하고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정신질환자를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 매뉴얼〉과 〈마약류사범 심리치료 프로그램〉 개발 T/F팀에 참여하고 〈정신질환 수용자 관리 매뉴얼〉 자문을 맡았다. 그러나 환자이면서 범죄자인 수용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론과 매뉴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범죄와 정신질환이 겹쳐진 낙인의 무게, 정신과적 증상 속에서 외치는 고통의 소리, 그리고 피해자와 그 가족을 생각할 때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 결국, 이 모든 것을 글로 쏟아내기로 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정신질환 범죄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조금이나마 변화하고, 이들이 치료와 재활을 통해 다시 공동체 구성원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숙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또한 상담 기록의 행간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깊은 사죄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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