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를 가라앉혀야 한다.”
훈은 오늘 강 노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무슨 증오를 말하는 건지 알고 있었다. 그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세상에 대한 분노였다.
창문 밖 달을 바라보며 훈은 잠잘 준비를 마치고 방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깊은 명상에 빠졌다. 그는 강 노인이 가르쳐준 호흡법을 따라 하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 p 17~18
서로의 상처를 마주한 순간, 그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아픔이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만으로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만큼, 그날 카페의 조용한 공기는 두 사람을 아주 깊은 곳에서 이어주었다. 그날, 두 아이는 아픔을 나눈다는 건 곧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는 사실도 처음으로 배웠다.
- p 38~39
그는 책을 덮고 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진짜 힘은 쓰지 않을 때 생기는 거다.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자만이 진짜 강한 자다. 신선의 도는 이 세상의 모든 법칙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네가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한 도구가 아니야. 그건 욕심이고, 집착이고, 결국 널 망치는 독이 되지.”
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치 훈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 p 50
누군가 속삭였다. 따스한 목소리가 바람처럼 훈의 귀를 스쳤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선들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손짓으로 그를 불렀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땅이 그의 발을 밀어주는 듯했고, 몸은 허공을 스치는 듯했다. 중앙에는 수정처럼 맑은 물이 고인 호수가 있었고, 물은 파란빛으로 반짝이며 노래했다. 한 신선이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 p 94
하지만 훈의 마음 한편에는 두려움이 남아있었다. 이 약이 지수에게 어떤 대가를 요구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수는 그저 훈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 훈아. 나…… 이제 괜찮아질 것 같아.”
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둘은 멀리서 우석이 자기들을 노려본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 눈빛에는 호기심과 질투가 섞여 있었다.
- p 103~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