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지만 나도 잘 모르는 것. 기억하지 않으면 쉽게 사라져 버리는 것. 꺼내어 보고 싶지만 도무지 볼 수 없는 것. 매일 바뀌어 버리는 것.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가질 수 없는 것.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그런 생각을 하다가 꿈과 마음은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답고 쉽게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보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치게 되고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잊어버리는 것은 잃어버리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 희미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차유오 「꿈과 마음」 중에서
베토벤 음악 감상실에 가면 베토벤의 음악이 나를 칭칭 감는다. 나는 꼼짝 없이 베토벤 음악 감상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차나 커피를 마셔야만 한다. 내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컵에도 악보가 적혀 있다. 나는 그날 비올라, 첼로, 바이올린, 호른처럼 앉아 있었다. 음악 감상실을 감싸고 있는 음악이 마치 나를 연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베토벤 음악 감상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도 처음에는 감상자로 들어오지만, 점차 그 공간에서 연주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몸을 꼼짝없이 감싸고 있는 베토벤의 음악을 받아내야 한다. 이곳은 누군가가 만든 꿈의 세계다.
강우근 「음악과 풍경의 일환이 되는 일」 중에서
내가 동굴에서 재생해 보는 꿈은 가끔 이런 고달프고 고단한 독백을 토한다. 어느 날엔 동굴을 변기처럼 잡고 내가 너무 많이 먹고 마신 꿈을 장기가 빠져나갈 때까지 토해냈다.
나는 잠깐 속 시원하고 동굴 밖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내 뒤에서 동굴이 시끄럽다.
동굴에게 조금 미안해진다.
차현준 「cave dream」 중에서
나도 좋은 꿈만 꾸고 싶다. 좋은 꿈만 꿔서 사람들에게 팔고 싶다. 그들이 내 꿈으로 말미암아 원하는 바를 이루고 영화를 누린다면 대가를 받은 나도 좋고 그들도 좋고 모두가 좋은 게 아닌가.
조온윤 「매몽과 몽매」 중에서
꿈은 나만이 들락거릴 수 있는 방,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 거기 놓인 모든 사물, 그곳에 머무르는 만큼의 시간이다.
나는 그곳을 드나들면서도 손에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는다. 내가 꾸는 꿈들은 해변에 그려놓은 글씨처럼 자연스레 흩어지고 옅어진다. 그것이 시간의 밀물에 쓸려 지워지도록 가만 내버려둔다.
조온윤 「매몽과 몽매」 중에서
박태기나무 가지가 흔들린다. 바람이 불어온다. 나는 홀로인 동시에 함께가 된다. 홀로인 모든 것과 내통한다. 당신이 홀로인 모든 것의 형상으로 지금 이곳에 다다른다. 물살로서 곧장 뛰어온다. 나를 두드린다. 나는 분명히 느낀다. 물살을 통해, 바람을 통해, 아무도 몰래 이곳에 와 있는 당신을. 당신과 다신 없을 산책을 한다. 당신 역시 홀로이므로, 굳이 말을 뱉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저 물살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들린다. 당신이. 그리고 나도 당신의 풍경 중 하나로 당신에게 다다른다. 검은 꽃으로, 혹은 따뜻한 물로. 당신 완전히 죽어 본 적 있는가? 나는 완전히 깨어서 꿈을 꾼다. 당신과 함께 밤 산책을 하는 꿈을. 아주 오래 길을 헤매는 꿈, 온전히 생시가 되어서 온 당신의 외현을 낱낱이 알아차린다.
여세실 「검은 꽃, 따뜻한 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