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대 가는 길
『나도 한의대 가고 싶어요』는 한의대 교수와 제자들이 함께 쓴 ‘현장형 진로 안내서‘이다.
이렇게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책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예비 한의학도를 위한 내실 있는 책이었지만 수능점수로 결정되는 진로, ’전문직‘을 권하는 사회,
서양의학과의 갈등 등 많은 생각을 하느라 책 한 권을 읽는 데 며칠이 걸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직업은 계층을 의미한다.
젊은 날 내 친구들도 안정적인 전문직 남편을 얻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어느 날 경희대 한의대생들과의 미팅에서 결원이 생기자, 나를 급하게 불러냈다.
정동교회 부근 ‘이따리아노’ 양식당이었던가?
나는 앉자마자 함박스테이크에 얼굴을 처박았다.
이름도 얼굴도 잊어버렸지만, 그때 내 파트너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제 것도 드시죠.”
내가 처음 조우한 한의대생은 음식을 내게 양보하던 착한 사람이었다.
나를 먹여 살릴 일이 걱정이었던지 에프터 신청은 없었다.
원래 꿈이 한의사였는지 물어볼 걸 그랬다.
『나도 한의대 가고 싶어요』의 1부는 그때를 생각하게 하는 한의대생의 수험기다.
수능점수가 높게 나와 어른들의 강권으로 한의학을 택했거나 여러 개 쓴 원서에서 덜컥 한의대만 합격했거나 하는 경우는
자신의 의지보다 상황이나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학생, 교대 3학년 재학 중 수능을 준비해서 진학한 학생들의 선택은 자기의 의지였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모두 한의학을 전공하게 된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1부 「한의대에 가려면」에서 그들이 말하는 각자의 입시 전략은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2부는 「한의대에 가 보니」인데 한의대에서 배우는 커리큘럼을 설명했다.
의대와 같은 학제에 해부학과 생리학, 병리학과 생물학, 화학도 공부한다.
어떤 신문에서 “한의학은 400년 전의 〈동의보감〉에 의존하는 비과학적인 미신”이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서양의학이 한의학과 밥그릇 싸움을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의원에서 피부병을 완치했고 굳은 어깨와 목은 침술로 효과를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한의학은 ‘개인 맞춤형’이었고 서양의학은 ‘통합형’이었다.
한의학을 허준의 〈동의보감〉 답습으로 치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버드대와의 공동연구로 침술의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힌 논문이 국제 학술지인
‘뉴런(Neuron)’과 ‘네이처(Nature)’에 게재되기도 했다.
3부 「한의대를 나오면」은 한의사의 진로를 안내하고 4부는 「한의학의 미래」를 다룬다.
각 부의 글 꼭지마다 길라잡이를 하는 이가 지도교수 김병수이다.
그는 한의대를 졸업했는데 자신도 교수가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깊고 섬세한 글을 쓰는 그는 우리의 페친 김경민샘의 부군이다.
페친 지이샘이 그림을 그렸고 경민샘이 편집을 담당했으며 이유출판사의 유정미 대표가 책을 발간했다.
그러니 나는 이 책의 독후감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미팅 파트너 ‘함박스테이크’는 복 받았을 것이다.
마음이 착하니 시골에서 한약재를 조곤조곤 썰며 가난한 사람을 돕고 살 것 같다.
『나도 한의대 가고 싶어요』를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면 자식보다 본인이 한의대에 가고 싶어진다.
동화나 청소년 문학 작품을 아이들이 본다고 생각하는가?
첫 독자는 부모들이다.
-김미옥(작가,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