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곁에 머무는 변호사가 있다.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마음에 닿기 위해 애쓴다.
〈다정한 변론〉은 다정함을 무기로 일하는 어느 변호사의 기록이다.
진심을 담아 일한다는 것
대한민국에 등록된 4만 명이 넘는 변호사 중 몇 명이나, 누군가의 삶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마
음으로 변론할까. 〈다정한 변론〉의 저자는 정체불명의 사기범을 쫓아 캄보디아까지 날아가고,
하나의 사건에 수년을 매달리며, 소위말하는 남는 거 없는 사건에도 체력과 에너지를 쏟는다.
무엇보다 의뢰인과 함께 분노하고 눈물을 흘리는 따듯한 사람이다. 법정에서는 논리를 날카롭게
다듬지만, 의뢰인에게는 한결같은 다정함을 건넨다. ‘진심’이라는 말이 식상하게 들리는 시대에
도, 저자는 그것이 여전히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는 걸 증명한다. 만약 인생에서 변호사를 만나
야 할 일이 생긴다면, 이런 사람은 믿고 내 사정을 털어놓을 수는 있지 않을까.
다양한 사건과 사람의 마음
보이스피싱, 상속, 명예훼손, 권리금, 가정폭력까지. 다양한 법적 사건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
수렴된다. 각각의 사건에 적용되는 법 조항은 다르지만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저
자는 다양한 사건을 만날 때마다 의뢰인들의 삶과 마음에 들어간다. 법이 사실만을 판단할 때,
저자는 법적 사실 너머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읽어낸다. 노력을 인정받고 싶은 간절함, 상처를
극복하는 어떤 사랑, 명예를 지키고 싶은 인내 등은 법의 언어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렵다. 〈다정
한 변론〉은 사람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보듬는
다.
불편과 불평등을 바꾸는 실천
이 책이 머무는 마지막 장소는 시장이다. 저자는 가락시장이라는 특수한 현장에서 법에 기술과
데이터를 접목해 채권 추심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를 한다. 단순히 돈을 받아주
는 추심 변호사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지키고 불신을 줄이는 새
로운 시스템을 설계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수금, 불균형한 거래 관계, 늦은 대응이 가져오
는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구조를 바꾸는 일. 저자의 도전은 단지 변호사가 시도하는 혁신
이 아닌, 수많은 상인을 비롯해 채권자와 채무자가 겪어온 불편과 불평등을 줄이려는 진심어린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