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이자 기후위기 시대의 탐구자가 바라본
삶을 위한 장소, 생명을 위한 자리
'새 한 마리를 위한 작은 물웅덩이가 도시를 바꿀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을 알아보지 못하고 부딪혀서 죽는 조류 충돌로 연간 800만 마리의 새가 죽는다고 한다. 도시 속 건물들은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바쁘고, 새로 짓는 아파트나 건축물에도 조경 디자인이 중요시되고 있지만 그 이면엔 부동산 가치를 위한 자본의 논리가 있을 뿐, 이 도시를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생명에 대한 고민은 없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모든 생명을 환대하는 열려 있는 곳일까? 『새를 초대하는 방법』은 도시라는 장소, 생명에게 열려 있는 삶을 위한 장소로서 도시 건축이란 무엇인지 답하는 건축가의 긴 답변이다. 자연을 환대하는 도시란 무엇인가? 지속 가능한 건축은 가능할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책에서 말하듯 '새를 초대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마당이나 테라스에 작은 수반을 놓고 물을 채운 후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도심에 설치된 대부분의 수공간은 새를 초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계층을 구분하고 공간을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명을 초대하는 물이 아니라 가르는 물이다' 이 책의 저자인 건축가 남상문은 도시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생명을 초대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장소의 본질적 의미를 회복할 때 인간은 비로소 '거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 최대의 위기로 떠오르고 있는 현재의 기후문제에 대한 대응을 단순한 기술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도시 공간과 건축의 공공성 문제로 접근하며, 건축가이자 기후위기 시대의 탐구자로서 성찰과 독창적 시각을 담았다. 이 책은 도시 환경과 건축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와 건축 철학을 동서양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탐구한다. 건축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시라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섬세하게 펼친다.
도시의 아름다움, 그 이면에 놓인 자본의 논리
앞으로 도시는 생명을 품을 수 있을까?'
환경과 건축, 그리고 공공성의 경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공간을 모색하다
저자는 지난 3년간 《바람과 물》, 《건축과 사회》 등에 연재한 칼럼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도시 건축의 공공성을 재조명하며, 도시를 생명과 공존의 공간으로 전환할 방법을 모색한다. 도시에 배치된 공원과 삼림, 주변 환경을 아우르거나 혹은 바꿔버리는 건축물, 현대판 유리의 성 같은 고층 건물의 유리 커튼 월과 옥상정원 등 이 책에서 저자는 도시의 아름다움이 가진 이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왜곡된 관계가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소재인 만큼 지속 가능한 건축과 도시의 본질적 가치를 동시에 탐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기후위기와 자본의 논리, 도시 정책에 대해 첨예하고 복잡해 보이는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것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가는 빙하와 뜨거운 바닷물 속에서 타죽어 가는 산호초가 결코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도시의 삶이나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일상 속 작은 행위들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소중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커다란 문제의식 앞에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고민을 나누고 대화하며 삶의 기준을 함께 다듬어가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건축과 도시에 대한 관심에서 책을 집어 들었을 독자들에게 이 책이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