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는 제주도의 옛 이름입니다. 탐라의 개국 신화, ‘삼성 신화’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아주 오랜 옛날 탐라 섬에 있었던 일입니다. 탐라는 제주도의 옛 이름이지요. 섬 가운데 있는 한라산에서 화산이 폭발합니다.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어져 산 북쪽 평평한 곳에 세 개의 구멍이 생겼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하늘에 뜬 상서로운 오색구름이 무지개로 변해 세 개의 구멍에 고운 빛을 비추었습니다. 그러자 건장한 청년 세 명이 솟아났습니다. 셋은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로 살기 좋은 나라를 세우라는 천지왕의 명령을 받고 세상에 왔다고 합니다. 셋은 탐라 땅에서 사냥으로 얻은 식량으로 살아가면서 탐라 땅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삼 을라는 백록을 만나게 됩니다. 백록을 따라가다가 산꼭대기까지 오르게 되었고, 산꼭대기에서 보니 섬을 둘러싼 것이 온통 바다라는 것을 알게 되고, 커다란 상자가 파도를 따라 섬으로 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상자에서 벽랑국에서 온 삼 공주가 내렸습니다. 삼 을라는 각자 삼 공주와 혼인을 하고, 삼 공주가 가지고 온 오곡 씨앗을 뿌려 농사도 짓고 가축을 기르며 살았습니다. 후에 삼 을라는 각자 화살을 쏘아 살 곳을 정하고, 각각 일도, 이도, 삼도로 이름 지었습니다. 그렇게 구역을 나눠 터를 잡고 살며 날로 번창해서 서로 돕고 살아가는 ‘탐라국’이라는 나라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땅에서 사람이 솟아나느냐고요? 말도 안 된다고요?
그래도 ‘삼성 신화’ 속 ‘삼성혈’은 실제로 존재한답니다.
제주도의 건국 신화인 ‘삼성 신화’는 탐라의 고(高)씨, 양(良)씨, 부(夫)씨 세 가문의 이야기로 전해집니다. 이 이야기는 고려사와 영주지 외에도 여러 문헌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정배 작가는 영주지와 고려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책의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개국 신화는 보통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알에서 사람이 나오거나 이 책처럼 땅에서 사람이 솟아나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들이 많지요. 그래도 이 신화에 등장하는 지역들은 아직도 제주도에 실재 지명으로 남아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삼 을라가 태어난 ‘삼성혈’은 제주시 한복판에 있어 현재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벽랑국은 현재 전라남도 완도군 소랑도(벽랑도)를 지칭하며, 삼 을라와 삼 공주가 결혼한 연못을 ‘혼인지’라고 하는데 성산읍 온평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제주도를 가서, 이야기 속에 나오는 곳을 실제로 방문해 보면, 재미있는 독서 탐방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