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간 전시장은 불이 꺼져 있었어요. 직원도 관람객도 보이지 않았어요. 출입문 위에 있는 비상구 표시등만 또렷한 초록빛을 내뿜고 있었지요.
그런데 대형 스크린에 세탁기 배경이 띄워져 있었어요. 가운데에는 ‘딴생각 세탁소’라는 글자가 간판처럼 불을 밝히고 있었고요. 나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니터 앞에 섰어요.
“어? 이제 되나 봐.”
나루는 조심조심 모니터에 씌워 놓은 검은 천을 벗겨 냈어요. 거기에 세탁기 사용법이 나와 있었어요.
〈딴생각 세탁기 사용법〉
1. ‘시작’ 버튼을 누르고 세탁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2. ‘저장’ 버튼을 누르면 세탁이 끝납니다.
3. 세탁 후 전시장을 나가면 딴생각이 사라집니다.
4. 사진을 삭제하면 세탁 전으로 돌아갑니다.
사용법을 빠르게 읽은 나루는 모니터와 스크린을 번갈아 보며 생각했어요.
‘근데 딴생각을 세탁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루의 질문에 딴생각 요정이 대답했어요.
‘어떻게 되는지는 세탁을 해 보면 알지. 고민 같은 거 할 시간에 얼른 시작 버튼을 눌러. 어쩌면 엄청 재미난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그때였어요. 모니터에 시작, 저장, 삭제 버튼이 나타났어요. 나루는 더 고민하지 않고 시작 버튼을 눌렀어요.
사진이 찍히는 순간, 나루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어요.
바닥에서 물방울이 방울방울 올라와 나루의 몸을 휘감았어요. 그러더니 물방울이 나루의 몸을 위로 밀어 올렸어요. 어느 순간, 물방울은 사라지고 따뜻한 바람이 나루의 몸을 감쌌어요. 몸이 햇볕에 잘 마른 빨래처럼 보송보송해지는 것 같았어요. 나루는 눈을 뜨고 저장 버튼을 눌렀어요.
“딴생각을 저장합니다. 세탁이 끝났습니다.”
세탁기를 배경으로 찍은 나루의 사진이 화면 아래쪽에 있는 폴더로 들어갔어요. 나루는 모니터를 잠시 바라보다 전시장을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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